남북 ‘초강수’ 섣부른 오기로 쪽박만 깨질라
  •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회장) (sisa@sisapress.com)
  • 승인 2008.04.0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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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은 치명타 입지만 북한은 잃을 것 없어 핵문제·경제 협력 활성화 동시에 진행해야

 

개성공단 사업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김태영 합참의장의 인사청문회에서의 ‘핵공격 대책’ 관련 발언과 “북핵 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개성공단 확대가 어렵다”라는 김하중 통일부장관의 발언이 나온 이후 북한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대남 조치를 보면 그런 전망이 가능하다. 개성공단 사업이 중단되면 개성 관광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금강산 관광도 위험해진다. 그렇게 되면 내놓을 만한 남북 경협 사업은 없어지는 셈이다.

이명박 정권의 출범과 함께 북한은 남한의 대북 정책을 예의 주시해온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남한의 대북 정책에 실망해 이에 대응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남북경협협의사무소 남측 당국 인원을 퇴출시키고(3월27일), 서해상에서 스틱스 함대함 미사일을 발사했다(3월28일). 그리고는 이명박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또한 남한 정부의 ‘비핵·개방·3000’을 ‘반통일 선언’으로 규정해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사태에까지 이르고 있다. 특히, 합참의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남한이 사과하지 않으면 남북 대화를 전면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같은 행동을 보이고 있는 북한의 의도는 무엇일까? ‘남남 갈등’ 유발과 ‘이명박 정권 흔들기’를 비롯해 ‘북한 주민에 대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그러나 필자는 북한이 남한에 대해 심리적인 타격을 가하고, 남북 간의 긴장을 유발시켜 남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키려는 치밀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도가 성공할 수 없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한 간에 긴장이 고조될 경우, 우리에게는 사실 득이 될 것이 없다. 남한의 산업과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국내 관광업계는 당장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다. 한국 관광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웃나라 일본의 관광객이 남북 관계 진전에 따라 당장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거나 여행을 연기할 것이다. 남한의 관광업계는 채산성 악화에 노출될 것이다. 그뿐 아니다. 한국에 투자하려는 국제 자본의 진출이 중단·연기됨으로써 국내 신규 고용 창출을 저해할 것이다. 더 나아가 남북한 간의 긴장 상황은 한국의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림으로써 외채에 대한 이자율 상승 등 국내 경제는 그만큼 더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 분명하다.

남북한 긴장 고조되면 국제 자본 한국 진출 중단·연기돼

반면, 북한은 남한에 비해 크게 잃을 것이 없다. 혹자는 북한 경제가 남한으로부터 경제적 실리를 챙길 수 있고, 남한 경제에 크게 의존되어 있기 때문에 개성공단과 같은 남한과의 대규모 경협사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본질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개성공단 건설 하나만 보더라도 이에 따른 경제적 이익(효과)은 남한이 북한보다 10배 이상 크다. 이는 실제 남한의 전문가들에 의해 검증된 결과다. 규모 면에서는 북한보다 훨씬 큰 직·간접 손해를 얻게 될 것이다.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개성공단 건설이 원래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은 새 정부의 대북 사업을 통해서도 유추가 가능하다. 이명박 정부는 대선 과정에서 개성공단의 2단계 확대보다는 그 대안으로 ‘나들섬’을 조성하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가 나들섬 계획을 수정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이상, 개성공단은 제1단계 건설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나들섬 구상은 경기 강화군 교동도 북동쪽 한강 하구 퇴적지 일대에 여의도 10배 규모인 약 30㎢(9백만평) 규모의 인공 섬을 만들어 남북 경제 협력단지로 육성하려는 계획을 말한다. 북한 인력을 고용해 남북이 함께 제품을 생산하므로, 본질적인 면에서는 개성공단과 다를 바 없다. 정부는 나들섬을 인구 20만명 규모의 ‘미니도시’ 형태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2조원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9백만평 중 40%에 달하는 3백60만평은 도로·하수처리장 등 공공 용지와 녹지 공간 등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60%인 5백40만평은 민간에 매각해 개발하되, 3만t급 6선석 규모의 신항만과 물류 유통단지, 중계 무역단지, 산업단지, 주거단지, 상업단지 등을 건설하는 방안을 세워놓고 있다.

이같은 ‘나들섬’ 구상이 현실화하려면 무엇보다도 북한과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북한이 남북 간에 합의된 개성공단 확대 건설을 포기하고, 대규모 노동력을 남한이 관할하는 땅으로 보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개성공단보다 ‘나들섬’ 건설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에 대해 한마디 해명도 없는 가운데 남한의 계획에 무턱대고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들섬’ 구상 현실화하는 데도 북한과 합의 필요

 

개성공단 사업은 남북 상생의 평화협력 사업이다. 지금까지 원활하지 못했던 3통 문제(통행·통신·통관)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이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받은 상태다. 개성공단이 활성화되면 이 지역은 북한 내륙과 중국 및 러시아, 더 나아가 유럽까지를 있는 교두보 구실을 하게 된다. 개성공단 개발은 북한의 변화된 모습을 유도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이는 그동안의 개성공단 개발 과정을 통해 북한의 개방 학습도와 남한 요구에 대한 수용도가 크게 높아진 데서 근거한다.

개성공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재 냉각되고 있는 남북 관계를 남북이 공동으로 개선해야 한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포함해 남북 경협 활성화의 전제인 핵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이되, 적어도 미·북 관계 개선을 통해, 또한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반드시 핵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남한과의 대화를 통해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남한은 남한대로 핵문제 해결이나 북한의 개방을 남북 경제 협력이나 북한 주민 소득 향상을 전제로해 북한을 강제하기보다는 경제 협력 활성화와 핵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진하려는 것으로 북한에 대한 요구의 수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 특히, 북한의 실질적 개혁·개방이 북한 자신을 위해 필요하고 당연한 것이지만 이를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개방은 남한과의 경제 협력 사업을 통해 북한이 스스로 자연스럽게 택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남북 경협 자체가 개방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3통 문제의 해결이 북한이 할 수 있는 대남 개방의 최고 수준이 될 것이다. 북한에게는 사실 핵문제 해결보다 더 어려운 것이 개방이다. 남한이 ‘비핵·개방·3000’을 통해 아무리 큰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하더라도 비핵이 가져올 체제 위협, 개방을 통해 초래할 수 있는 체제 유지의 불안정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체제 보장이 없는 핵 폐기를 북한은 돈으로 안보를 바꾸는 도박 행위나 다름없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또 한 가지. 정권에 따라 대북 정책이 바뀔 수 있으나, 정책의 결과로 만들어진 합의는 정권의 변화와 관계없이 연속성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10·4 정상선언’의 합의가 정책의 변화를 이유로 아예 없던 것으로 돌리는 행위는 합의 당사자에 대한 무시다. 합의를 없던 것으로 만들려면 그에 상응하는 해명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현 정부가 지금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남한 정부가 ‘10·4 정상선언’의 합의를 왜 지킬 수 없는 것인가에 대한 설명과 북한의 동의를 구하는 일일 것이다. 이는 정책 상대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도, 또 새롭게 추진할 우리 정책에 대한 북한의 수용을 촉구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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