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찍 쏘아올린 ‘스페이스코리아’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 승인 2008.04.0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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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35번째 우주인을 배출하게 된 한국. 그런데 로켓 발사도 스스로 못하고 우주센터도 없다. 2005년 정부가 우주 개발 프로젝트를 내놓아 꿈에 부풀게 했지만 성과 위주의 조급한 발상으로 시행착오만 되풀이

갓 중학교에 입학했을 무렵인 1981년 TV를 통해 방영된 <코스모스>라는 우주 다큐멘터리는 아직도 기자에게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미국의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해설과 함께 펼쳐지는 화면 속의 무한한 우주 공간의 세계는 우주 개발 후진국에서 자라고 있는 어린 소년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당시 불과 세 살이나 되었을까. 막 걸음마를 뗄 무렵의 어린 여자 아기도 있었다. 그녀가 이제 27년의 세월을 지나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이라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이소연씨(30)가 그 주인공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35번째의 우주인 배출 국가가 되었다.

2005년 3월 과학기술부는 연두 업무보고에서 ‘스페이스코리아’로 붙여진 우주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사이언스 코리아 운동의 주제를 ‘스페이스코리아’로 설정해, 다목적 실용 위성 (아리랑 2호)을 성공적으로 발사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우리 땅의 우주센터에서 우리 기술로 개발한 발사체에 우리가 개발한 위성을 우주에 실어 보내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며, 또한 금년 중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후보를 선발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우주개발진흥법’의 제정을 통해 우주 개발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것임.>

실로 획기적인 계획이었다. 그것도 먼 얘기가 아닌 불과 2~3년 안에 실현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었다. 국민은 들떴다. 당장 2005년에 국내 최초의 우주인을 선발하고, 또한 미국의 나사(NASA)와 같은 자체적인 우주센터를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 건립해서 우리 기술로 만든 로켓을 2007년에 발사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우주 개발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던 대한민국은 일약 세계 10위권 내에 드는 우주 강국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는 청사진이었다.

스페이스코리아의 여러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핵심 사업은 역시 우주인 배출과 자체 기술력에 의한 우주 로켓 발사 두 가지였다. 이를 접한 과학계 인사들은 정부가 우주 개발의 필요성을 늦게나마 깨닫고 이의 추진을 서두르는 데에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하지만 장기적인 계획이나 인프라 구축 없이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는 정치 이벤트성 구호에 일부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한 과학자는 “그럼에도 어렵사리 조성된 우주 개발의 붐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되지나 않을까 비판을 애써 자제해온 것이 사실이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2007년 12월 대선을 염두에 둔 이벤트성 사업이 아닌가”라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30년, 50년까지 멀리 내다보아야 할 거대 과학 담론을 불과 2~3년 만에 실현하고자 한다면 그에 따른 엄청난 시행착오와 예산 낭비, 그리고 국민의 상대적 실망감이라는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였다.

“정치적 이벤트로 기획” “예산 낭비” 지적 잇따라

스페이스코리아 프로젝트는 당시 오명 부총리 겸 과기부장관에 의해 발표되었다. 하지만 실제 아이디어 제안의 배경은 청와대 쪽이었다는 얘기들이 많았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김우식 전 부총리였다. 그는 오 전 부총리에 이어 2006년 2월 과기부 수장에 올랐다. 김 전 부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오 전 부총리 때 추진했던 역점 사업을 계승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스페이스코리아 프로젝트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원 속에 지속적으로 추진되어나갔다.

2005년 12월 한 언론사에서 스페이스코리아의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기도 했다. 주된 내용은 ‘청와대의 한 386 핵심 측근의 아이디어로 스페이스코리아 프로젝트가 나왔고, 3년 동안 준비해서 2007년 4월 혹은 10월에 우주인 배출을, 같은 해 11~12월에 우주 로켓 발사를 하겠다는 계획은 2007년 12월 대선을 염두에 둔 이벤트성 행사로 보인다’는 지적이 그것이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즉각 반박하고 나서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국정 브리핑’에서 “스페이스코리아는 갑작스레 기획된 것이 아니라 1996년 국가 우주 개발 중·장기 기본 계획에 따른 것이다. 우주 개발 사업은 단계적 추진 과정을 거쳐 오고 있으며, 우주인 배출 사업 또한 길게는 2015년까지 목표를 하고 있다”라며 대선용 이벤트가 아님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과는 달리 노무현 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2007년을 목표로 한 우주인 선발 행사를 준비했다. 2006년 4월까지 우주인 후보 2명을 선발하고 1년간 러시아 가가린우주센터에서의 훈련을 거쳐 2007년에 첫 우주인을 배출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이 계획은 러시아의 제동으로 틀어졌다. 러시아 연방우주국측이 “미국이 2007년 4월 ISS에 체류 중인 미국 우주인의 교대를 위해 우주선 이용을 요청해왔다. ISS 회원국이 우주선 탑승권에 우선권이 있는 만큼 한국이 양보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뒤늦게 통보해 왔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의 또 다른 한 축인 우주 로켓 발사 또한 마찬가지의 시행착오를 거쳤다. 당초 노무현 정부는 2007년 말에 쏘아올릴 과학기술위성 2호(STSAT-2)는 우리 땅에서 우리가 건립한 나로우주센터에서, 우리가 개발한 소형위성발사체(KSLV-1)에 실려 발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자랑했다. 이를 위해 우주 개발 선진국인 러시아의 기술 협력을 얻을 것이라는 점을 덧붙였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은 세계에서 9번째로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되는 명실공히 우주 개발 강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을 한껏 강조했다. 스페이스클럽은 자국의 영토에서 자국 로켓으로 자체 제작한 인공위성을 우주에 쏘아올린 우주 개발 선진 국가를 말한다. 1957년 옛 소련을 시작으로 미국·프랑스·일본·중국·영국·인도·이스라엘 등이 이미 가입해 있다. 북한도 준가입국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그 역사적인 발사 시기는 2007년 말에서 올해 초로, 다시 올해 말로 미루어진 상태다. 이 역시 러시아의 견제 때문이다. 기술 협력을 하기로 2004년 9월 양국 정상 간에 ‘우주기술협력협정’까지 체결했지만 러시아는 자국의 기술 보안을 이유로 계획된 일정에 맞추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올해 내에 발사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태라는 얘기가 나온다.

진정한 의미의 우리 자체 기술력에 의한 발사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우주 개발의 핵심 기술은 발사체의 자체 개발 능력에 있는데 우리는 아직 이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지 못했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발사체 자체 개발 후 우주센터 건립 등 단계적 수순 밟아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측 한 관계자는 “발사대 시스템은 우리의 기술력으로 완공을 눈앞에 뒀지만, 발사체는 현재 러시아와 공동으로 개발 중이다. 2단 킥모터(고체 로켓)와 인공위성 탑재부 등의 상단은 우리 자체 기술력으로 가능한데 1단 액체연료 엔진은 아직 우리 기술력이 부족해 러시아가 담당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많은 허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과기부가 운영하고 있는 전문가단의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솔직히 표현하면 러시아와의 공동 개발이 아니라 그냥 러시아 기술 자체를 직도입하는 형태가 맞다”라고 인정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자체 기술이 없으니까 공동 개발 형태를 취하면서 이번에 기술을 좀 이전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러시아측의 강력한 제재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해서 우리도 자체 개발만이 살길이라는 소중한 교훈을 얻은 셈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는 “스페이스코리아 프로젝트처럼 우리가 3~4년 내에 우리 자체 기술만으로 로켓을 쏘아 올린다는 포부는 허상에 불과하다. 엄격히 말하면 러시아의 도움으로 우리 땅에서 쏘아올리는 것이다. 세계에 당당히 우리 기술력만으로 쏘아올렸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먼 수준이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완공을 눈앞에 둔 나로우주센터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다. 국방연구원의 김상범 박사는 “약 3천7백억원을 들여 우주센터를 건설하고 있는데, 솔직히 당장 우주선을 쏘는 것은 외국 발사체를 빌려서도 할 수 있다. 완벽한 우리 발사체 개발 이후에 건설해도 된다는 뜻이다. 차라리 그 돈 들여서 인공위성 몇 개 더 쏘아올리는 것이 국방력 등 국익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장교수 역시 “우주센터에 들인 돈에 비해 2015년까지 실질적인 발사는 딱 두 번밖에 없다. 우리가 자체적인 발사체를 갖게 된 후 지어도 늦지 않다. 우주 개발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데, 아쉬움이 있다”라고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추진되어야 할 우주 개발 과제가 너무 성과 위주로 조급하게 운영되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윤영빈 서울대 기계항공공학 교수는 “프로젝트가 초기 단계에서부터 시일에 쫓긴 감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초기 단계에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자체 개발을 할 것인가, 아니면 공동 개발을 할 것인가로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자체 개발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언제까지 쏴야 한다고 시한을 못 박았기 때문에 솔직히 시간이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는 지난해 뒤늦게 추가 계획을 내놓았다. 2017년까지 순수 자체 기술만으로 3백t급 발사체를 개발하고, 2025년에는 달 탐사선을 띄우겠다는 것이었다. 많은 우주과학 전문가들은 “2017년 순수 우리 기술로 발사체를 개발했을 때 진정한 우주 강국의 꿈이 실현되는 것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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