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잠 깨어난 강북의 ‘역습’ 부동산 랠리 신호탄 될까
  • 박일한 (파이낸셜뉴스 기자) ()
  • 승인 2008.03.3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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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도봉·강북구, 1년6개월 만에 1억원 올라…새 정부의 재개발 적극 추진으로 ‘수혜’

 
서 울 도봉구 번동의 주공아파트에 사는 이상수씨(가명·35세)는 요즘 갑자기 부자가 된 기분에 하루에도 몇 번씩 웃음이 나온다. 2005년 3월 결혼을 하면서 지금 사는 아파트(1백2㎡, 31평형)로 이사 왔는데 요즘 하루가 다르게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3월 현재 이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4억원 수준. 3년 전 매매가(1억7천만원)의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벌써 시세 차익만 2억원이 넘는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최근 서울 강북 지역에서 김씨처럼 부동산으로 큰 시세 차익을 누리게 된 사람들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출발 전인 2007년 초부터 강북 지역은 향후 본격화할 재개발, 뉴타운 사업 등의 개발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 3월27일 발표된 부동산써브의 조사에 따르면 강북 지역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노원구·도봉구·강북구 등 강북권 3개구에서는 1년6개월 만에 1억원이 올라, 가구당 평균 3억원대를 돌파했다. 강북권 3개구의 아파트값은 고분양가 논란 시점인 2006년 9월 2억원대에 진입한 이후 큰 폭으로 상승해, 현재 평균 시세는 3억4백16만원을 기록했다. 이 지역의 집값은 2004년 3월 1억8천5백45만원에서 2006년 9월까지 2년6개월 동안 불과 1천4백60만원 올랐던 ‘집값 상승의 소외 지역’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상승세다.
강북 지역의 활기찬 모습은 거래량만 보아도 금세 드러난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월 아파트 거래량은 전국 3만6천8백33건으로 전 달(3만6천7백22건)보다 소폭 늘었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 거래량은 5백31건으로 전 달(5백64건)보다 33건이 감소했다. 반면 강북 14개구는 2천5백30건으로 전 달(2천2백21건)보다 3백9건 늘어났다.
부동산뱅크 길진홍 팀장은 “강북 지역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중소형 주택의 인기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매매도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역세권 및 도심 재개발, 뉴타운 사업 등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1~2년간은 안정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중소형 주택 인기 꾸준히 이어져
강북 지역 집값 상승세가 이처럼 가파른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해당 지역별 호재가 많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원구의 경우는 강남 뺨치는 학원가가 조성되고 있는 점이 큰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학원 수요로 인해 전세 수요가 늘어났고, 최근 전세 가격이 오르면서 아예 매매를 하자는 움직임이 가세하고 있다. 이른바 ‘중소형 전세 수요 증가→전세 매물 품귀→전셋값 상승→소형 매매 수요 전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노원구는 또 경전철 건설, 상계3, 4동 뉴타운 개발, 당현천 복원 공사, 서울 외곽순환도로 개통 등 각종 호재가 겹친다.
강북구는 우이~신설 간 경전철, 미아 뉴타운 개발, 드림랜드 조성 등이 개발 재료다. 드림랜드의 경우 서울시가 시비 2천8백억원을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강북 지역 발전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도봉구도 국군 창동병원 부지에 북부법조타운(5만2천여㎡)이 대규모로 개발되고 우이~방학 간 경전철 연장 등으로 향후 개발 기대감이 크다. 강북 지역 개발의 선봉으로 평가받는 용산·뚝섬·상암 등의 경우는 강남을 능가하는 부촌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이들 지역은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맞물려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용산의 경우 국제업무지구로 개발되면서 국내 최고층 빌딩 건립이 추진되는 등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로 변신할 전망이다.
이런 개별적인 호재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도심 재개발 활성화 대책과 맞물려 있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24일 국토해양부가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밝힌 이명박 정부의 주택 정책 골자는 ‘도심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대통령도 이날 “도심에 집을 지어서 공동화되지 않도록 하고 거기서 출퇴근을 하면 경제적 효과가 있다. 주택 정책은 기본적으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필요한 곳에는 물량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해 재건축·재개발을 우선 추진한다는 방침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새 정부가 재개발 및 뉴타운 개발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나서면 당연히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곳은 강북 부동산이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26개 뉴타운 개발은 물론, 최근 발표한 역세권 1만 가구 ‘시프트’(장기 전세 주택) 공급 계획 등 해당하는 지역은 대부분 강북 지역에 있다. 서울시의 이같은 계획은 이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부터 강조한 ‘도심 개발 U턴 프로젝트’, ‘뉴타운 개발 사업’ 등 강북 구도심 재활 프로그램과 맥락을 같이한다.

침체에 빠진 부동산 시장 살리기는 어려울 듯
이에 따라 국토부가 계획대로 재건축 사업 절차 간소화(재건축 구역 지정부터 관리처분 계획 인가까지 현행 3년가량 걸리는 것을 1년6개월로 줄이는 내용이 주요 골자) 목적의 ‘도시 및 주거 환경 정비법’ 개정안을 오는 10월 중 국회에 제출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할 경우 강북 지역 집값은 더욱 자극받을 가능성이 크다.
또 서울시가 역세권 용적률을 최대 5백%까지 늘리는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해 역세권 개발에 가속도를 낼 경우 역시 인근 강북 집값은 들썩일 가능성이 크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역세권 개발을 위해 시가 용적률을 현행 최대 2백50%에서 5백%로 늘려줄 경우 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주거 인구가 늘어나면서 역세권 인근 상가는 최대 호재를 맡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북 지역의 상승세는 아직 전반적인 침체를 면치 못하는 부동산 시장을 상승세로 전환시키는 기폭제가 될까. 이에 대해서는 의문의 눈초리를 보내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당장 1~2년간은 여러 개발 호재로 집값 상승세가 완만히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그 이후까지 계속될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주변 지역으로의 파급 효과도 마찬가지다. 현재처럼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등 대출 규제가 상존하는 가운데, 실수요자만 움직이는 상황에서 강북 지역 중소형 아파트가 비교적 활발히 거래되곤 있지만, 다른 지역으로 파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내집마련정보사 양지영 팀장은 “강북 지역 강세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상승세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인근 지역 파급 효과도 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보았다. 뉴타운 지역의 경우 실제로 개발 사업이 진행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많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용적률을 높여주는 데에 한계가 있고, 기반 시설 분담금 등 조합원 분담금을 빼고 나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개발 호재로 인해 일정 정도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갑작스럽게 오른 집값과 향후 부담해야 할 각종 비용을 따지면 상대적인 가치는 오히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지금은 개발 호재만 주목하면서 과열되는 현상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사업성을 따지기 시작하면 기대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곳도 많이 나올 것이다. 단순한 개발 호재에만 현혹되면 나중에 낭패를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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