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정씨, 유영철과 닮은꼴 여죄 나올 가능성 크다”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 승인 2008.03.2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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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중 용산경찰서 강력반장 인터뷰

 
연쇄 살인범 유영철은 ‘살인 기계’로 불렸다. 그는 노인·부녀자·장애인 등 21명을 무차별 살해했다. 서울 서남부의 살인마로 알려졌던 정남규는 2004년부터 1년여 동안 부녀자와 어린이 등 13명을 살해했다. 이들처럼 묻지마식 살인 행위를 저지르는 흉악범은 사이코패스로 분류된다. 안양 초등학생 살해범 정 아무개씨의 경우도 범행 수법과 잔인함 등에서 유영철을 닮았다. 그는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는 여성의 실종·암매장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라 또 다른 연쇄 살인범으로 밝혀질 가능성도 있다. 유영철을 체포했던 용산경찰서 김상중 강력반장(46)을 통해 정 아무개씨와 유영철을 비교해보았다.

언론에서 ‘제2의 유영철 사건’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제2의 유영철은 정남규이다. 정남규는 체포된 후 “내가 잡힌 것이 억울하다. 잡히지 않았으면 유영철의 살해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라며 자신의 범죄를 자랑하듯 말했다. 그는 유영철을 자기보다 한 수 아래로 보았다.
언론의 보도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우리 언론은 사건이 일어나면 대안 제시는 뒷전이다. 경찰의 문제점만을 들추어서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다. 경찰이 용의자가 이용했던 렌터카를 조사하고 범행을 밝혀낸 것은 엄청난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조명하고 유사 사건 방지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유영철과 정씨를 비교해 보면 어떤가?
유영철, 정남규, 정씨 모두 사이코패스다. 유영철의 범죄 수법과 비교해볼 때 유사한 점은 독신자의 변태 성향이다. 유영철도 체포 당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음란 동영상을 즐겨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에 떠도는 범죄 수법을 수집하고 응용했다. 정씨의 컴퓨터에서도 아동 음란 동영상물과 사진 등이 나왔다. 정씨도 인터넷에서 범죄 정보를 찾았을 것이다. 피해자들을 토막 내는 등 잔인함도 닮았다. 다만 유영철에게는 ‘안마방 도우미’라는 범죄 목표가 있었다. 정씨는 아이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등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유영철은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용의주도하게 움직였다. 둘 다 완전 범죄를 노렸으나 결국 경찰의 수사망에 걸렸다.
경찰은 정씨의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경기 서남부 지역의 연쇄 실종 사건 등에 관계가 있다고 보는가?
아직 단언하기는 이르지만 충분한 가능성은 있다. 범죄 수사 기법 중에 ‘프로파일링’이 있다. 범인의 심리 행동적 특성을 파악해 수사 대상의 범위를 좁혀나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타난 정씨의 행동을 보면 여러 가지 용의점이 나타난다. 수사 결과를 좀더 지켜보면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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