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만 바꿔서는 개혁 효과 안 난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 승인 2008.03.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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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완 전 기획예산처장관의 ‘민영화’ 충고

장 병완 전 기획예산처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공기업 개혁을 진두 지휘한 인물이다. 재직 당시 공기업 경영 혁신 방안을 내놓았고, ‘황금주’ 도입을 비롯한 민영화 골격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3월14일 <시사저널>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민영화가 필요하지만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라고 강조했다.
장 전 장관은 방만하게 운영되는 공기업 경영의 효율성이나 생산성 저하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다만 그는, 대다수 공기업의 경우 민간 부문과의 경쟁 없이 독점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통상적인 기준에 따라 경영 실적을 평가하고 판단해서는 곤란하다고 설명한다.
그는 “김대중 정부에서 추진했던 공기업 민영화 사례를 자체적으로 분석해본 결과 수익성이 향상되고 재무구조를 개선시키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모든 공기업을 일시에 민영화한다면 상당한 무리가 발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 전 장관은 “공기업 민영화에는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모든 공기업을 한꺼번에 민영화하기보다는 시장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일부 금융 공기업이나 공적자금 투입 기관으로 한정해 순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당장 민영화 어려우면 민간 경영 기법 도입하는 방법도”

그는 특히 “전력 송·배전, 가스, 수도 등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공기업의 경우에는 민영화의 기대 효과나 향후 시장 질서의 변화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 다음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당장 민영화를 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민간 경영 기법을 도입해 적응시켜나가는 유예 기간을 설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밝혔다.
공기업 개혁과 관련해 새 정부에 대한 조언도 했다. 장 전 장관은 “민영화의 성과는 공기업의 주인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바뀐다는 형식적인 변화에 있는 것이 아니다. 경쟁적인 시장 구조, 노동 시장의 유연성,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 등 내용적 변화가 반드시 있어야 민영화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새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 민간으로 주인만 바꾸는 민영화를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보다는 이러한 내면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여건을 성숙시켜나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조언했다.
이같은 시각은 새 정부의 코드와 일정 부분 맞아떨어지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은 최근 싱가포르의 ‘테마섹 모델’을 거론하면서 “공기업 민영화는 주인을 찾아주는 것보다 효율성을 높이는 데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새 정부가 시장 만능주의에 따라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것처럼 비치는 데에 우려를 나타냈다. 효율성만 좇아가다가 사회 통합이나 국가 균형발전을 소홀히 하다 보면 계층·지역 간 분열과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선진 경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립과 갈등, 동서의 지역 갈등 등을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과 낙후된 지역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선진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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