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가 무너져도 솟아날 ‘잇몸’ 있다
  • 박관수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치과 조교수) ()
  • 승인 2008.02.1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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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 구강 관리 어떻게 해야 하나

 
‘저출산 고령화 시대가 다가온다’ ‘노년기의 행복한 삶’ ‘노후 대책 어떻게 마련하실 건가요?’ 최근에는 매스컴에서 이런 말들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필자도 선후배 간의 여러 모임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노후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 삼아 많은 이야기를 하곤 한다. 주로 하는 이야기가 금전적인 노후 대책이기는 하지만 건강에 대한 이야기도 늘 빠지지 않는다.
사실 금전적으로 풍요롭게 노후를 맞이하더라도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말짱 헛일이라는 것을 많은 분들이 느낄 것이다. 필자는 내과 의사처럼 전신 건강을 다루는 사람은 아니지만 일선에서 연세가 지긋하신 환자분들을 만나다 보면 구강 건강이 노년기 삶의 질을 얼마나 많이 바꾸어줄 수 있는지 수시로 느끼곤 한다. 건강하게 살기 위한 전제 조건은 잘 먹고 잘 소화시키는 것이다. 구강 건강이 담보되지 않고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노년기의 구강 건강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청장년기의 구강 건강 관리와 노년기의 구강 건강 관리가 모두 필요하다. 치과에 방문하는 노인 환자 중 절반은 청·장년기에 제대로 관리를 해주지 않은 사람들이다. 청·장년기에 관리가 잘 되었더라도 노년이 되면서 관리가 소홀해지면 역시 쉽게 구강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 노년기까지 잘 씹고 살 수 있는 구강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구강 건강은 전신 건강과도 밀접 관련

너무나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관리 요령은 칫솔질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3-3-3(하루 3번, 식후 3분 이내, 한 번에 3분 이상)이라는 말은 이제 두말할 필요가 없는 ‘고전’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라도 당장 자신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자. 아마 제대로 실천하지 않고 있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칫솔질이 집에서 할 수 있는 구강 관리라면 스케일링은 치과에서 할 수 있는 좀더 전문적인 구강 관리이다. 1년에 1~2차례 스케일링을 통해 칫솔질로 제거할 수 없는 치아와 잇몸 사이의 치석을 제거해서 잇몸병을 예방하는 치료법이다. 더불어 치아나 잇몸, 구강 점막에 생긴 이상을 확인해 초기에 치료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젊은 시절 잘 관리해온 구강 상태를 노년기에도 유지하려면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노년기의 구강 관리라고 해서 청·장년기와 크게 다른 점은 없지만 조금은 다른 점이 있다. 일단 전신 건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이가 들어가면 구강 건강뿐만 아니라 몸의 이곳저곳에도 이상이 생기기 쉽다. 대표적인 것이 당뇨병이나 고혈압, 심장 질환, 신장 질환 등이다. 특히 당뇨병은 구강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당뇨병이 있는 경우 잇몸과 같은 말초 부위의 혈액 흐름이 나빠진다. 혈액의 흐름이 나쁜 부위는 외부의 침입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지고 조그마한 상처가 나도 잘 치유가 되지 않는다. 가벼운 잇몸 염증을 일으킬 정도의 외부 자극도 당뇨병이 있는 환자의 경우는 더 심한 잇몸 염증으로 나타나고 빠르게 진행된다. 특히 평소에 혈당을 잘 조절하지 않고 있는 환자는 잇몸병이 생긴 치아가 빠르게 회복 불의 상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신장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잇몸의 염증이 쉽게 진행된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반대로 잇몸이나 구강의 염증이 심할 경우 심장 질환으로 수술을 한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 세균 감염의 위험성이 높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전신 질환의 관리가 구강 건강에 영향을 미치며 반대로 구강 건강이 전신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노년기의 치아 관리 중 가장 큰 어려움은 몸이 불편해 구강 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기 어렵고 귀찮아진다는점일 것이다. 앞서 말한 3-3-3 원칙을 잘 지키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전동 칫솔은 단점도 있지만 이렇게 몸이 불편한 노인들에게는 쉽게 칫솔질을 할 수 있는 도구로서 큰 도움이 된다. 치아가 몇 개만 남아 있는 경우라도 남아 있는 치아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닦아주어야 한다. 브릿지를 해넣었거나 임플란트를 한 치아라도 자기 치아 못지않게 칫솔질을 정확하게 해주어야 수명을 최대한으로 늘릴 수 있다. 치아가 하나도 없는 노인들이라고 해서 구강 건강 관리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칫솔질을 할 일은 없지만 식사 후에는 입안을 깨끗한 물로 잘 헹구어주어야 하고 잇몸도 부드러운 거즈에 물을 묻혀 가볍게 마사지하듯이 닦아주는 것이 좋다.
의치를 쓰고 있는 경우라면 식후에 흐르는 물과 칫솔로 닦아내어주고 밤에는 의치를 빼어놓고 잠자리에 들어 잇몸을 쉬게 해주어야 한다. 빼어놓은 의치는 깨끗한 물에 담가놓고 때때로 의치 세정제에 담가 소독을 해주어야 한다. 전체 의치를 쓰시는 노인들은 치아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구강 건강을 더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의치는 한 번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잇몸의 변화에 따라 잘 맞던 의치도 조금씩 안 맞기 때문에 적어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정기적으로 확인해서 수리를 해주어야 한다. 때로는 의치에 자꾸 자극을 받아 상처가 난 잇몸이나 점막 부위가 잘 아물지 않고 계속 불편한 경우가 있다. 특히 이런 경우에는 구강암과 같은 질환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가까운 치과에 들러서 반드시 검사해보아야 한다.

의치 사용자는 1년에 한 번 수리를

사람들은 나이가 드신 노인을 생각할 때 주름진 얼굴과 구부러진 허리, 그리고 이가 하나도 없어서 입 주변이 주름지어 움푹 들어가고 아래턱이 튀어나와 보이는 ‘합죽이’를 쉽게 떠올린다. 나이가 들면 이가 없는 것을 그만큼 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나이가 들어서 이가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구강 건강 관리를 제대로 안 했다는 증거일 뿐이다. 하지만 이미 관리 시기를 놓쳐 이가 없는 사람이라고 해서 포기해서는 안 된다. 옛말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잇몸으로만 먹고 살라는 법은 없다. 의치를 해 넣는 것은 옛날부터 지금까지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치료법이다. 의치는 자기 치아보다는 씹는 힘이 많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잇몸으로만 씹는 것보다는 훨씬 안정적으로 음식을 섭취할 수 있게 해주고 입술과 입주변 피부를 들어올려 합죽이라고 불리는 턱의 모양을 바로잡아 노인과 같은 외모를 젊게 보이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노년기의 구강 건강은 젊은 시절의 관리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많은 치아를 잃고 구강 건강이 극도로 나빠졌다고 해도 후회할 필요는 없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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