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이름은 ‘마법의 구단’?
  • 반도헌 기자 bani001@sisapress.com ()
  • 승인 2008.02.1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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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 구단 이끌 센테니얼 정체 ‘오리무중’…메인 스폰서 선정 등 풀어야 할 과제 ‘첩첩’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대표 이장석)라는 이름은 이제 많은 야구팬들에게 익숙해졌다. 센테니얼이 프로야구 제8 구단을 창설하게 되면서 언론을 통해 계속해서 뉴스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센테니얼이라는 기업의 구체적인 실체는 오리무중이다. 등기부에 따르면 자본금 5천만원으로 2007년 7월 10일 설립된 부동산 및 기업인수합병 투자 자문 회사이다.
센테니얼은 그 흔한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도 가지고 있지 않다. 등기부상에 주소지로 기재되어 있는 서울파이낸스센터에 직접 찾아가보아도 실체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센테니얼이라는 기업 CI를 찾을 수 없어 안내 데스크에 물어보니 21층에 있는 여러 사무실 중의 하나라고만 답해주었다.
센테니얼의 실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곳은 한국야구위원회(KBO)일 것이다. 하지만 설익은 협상 내용을 서둘러 공개했다가 낭패를 보았던 KBO가 이번에는 너무 정보를 닫아놓아 오히려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현대 구단을 인수할 기업을 찾는 과정에서 농협, STX, KT 등 세 차례에 걸친 실패를 맛보았던 KBO가 시간에 쫓겨 악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 이상 투자 회사로 부르지 말아달라”

박노준 단장은 지난 2월12일 현대 유니콘스 원당구장에서 선수들과의 면담이 끝난 후 구단 운영에 대한 자신감을 표명했다. 그는 “가입금 1백20억원은 스폰서와 관계없이 구단주가 부담할 것이다. 선수들에게 100% 고용 승계를 약속했으며 원정지에서의 숙소, 식사 문제에 대해서도 다른 구단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더 이상 센테니얼을 투자 회사로 부르지 말아달라”라고 말했다.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라는 회사의 실체보다는 독자적인 스포츠 구단으로서의 센테니얼 야구단을 지켜봐달라는 말이다.
센테니얼은 마케팅 부서를 아웃소싱을 통해 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유주 없이 네이밍 마케팅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입장이기에 마케팅을 어디서 담당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센테니얼의 정범준 홍보팀장은 “아웃소싱이라기보다는 프로젝트성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마케팅팀의 조직은 8명으로 구성되며 마케팅 플랜, 비즈니스 플랜 등에서 성과를 보인 외부 인력들을 영입했다”라고 밝혔다.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의 주요 수입원은 중계권료이다. 이들 구단은 리그 차원 외에 구단별로 중계권 계약을 한다. 이승엽이 후한 연봉을 받고 일본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실력 외에 중계권 수익으로 연봉을 보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프로야구의 경우 KBO가 중계권을 가져가는 구조이다. 센테니얼이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수익 구조가 이미 차단되어 있는 셈이다.
센테니얼이 사용할 목동 경기장은 동대문야구장이 철거된 후에 아마추어 야구대회를 치러야 한다. 박단장은 “우리 팀 경기만큼이나 아마추어 경기도 중요하다. 협의를 통해 아마추어 야구에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구장 운영을 해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KBO 이사회 열린 후에야 윤곽 드러날 듯

센테니얼 문제는 2월19일 KBO 이사회가 열린 후에야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각 구단주들이 모이는 이회의 주요 안건이 센테니얼의 창단과 가입금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가입금을 어떤 식으로 분납 받을 것인지, LG·두산 두 구단에 27억원씩 54억원으로 책정되어 있는 서울 입성금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하일성 KBO 사무총장이 현대 선수들에게 약속했던 미지급 연봉과 계약금을 가입금에서 충당하는 방안을 인가할 것인지를 모두 결정한다. 따라서 센테니얼은 이사회 전까지 가입금 납부와 메인 스폰서 선정 문제를 마무리해야 한다.
지난 2월14일 KBO 단장 회의에 옵서버로 참석한 박노준 단장은 “이번 주 내로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마무리하고 다음 주 초에 이를 공식 발표할 것이다. 계약 기간은 3년 이상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박단장은 이날 지난 2월4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던 기업과의 협상은 결렬되었다고 밝혔다. 센테니얼이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당시 MOU를 체결했던 기업은 ‘웹폴딩’이라는 홍콩의 웹에이전시 회사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 적을 두지도 않은, 게다가 실체도 분명하지 않은 기업이 1백20억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한다는 말에 많은 관계자들이 의문을 품은 바 있다.
박노준 단장이 메인 스폰서 발표 시점을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여전히 의혹을 불식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KBO 이사회를 며칠 앞두고도 아직 계약을 완료하지 못한 데다 메인 스폰서로 나선 기업에 대한 어떤 정보도 내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사회 전까지 계약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제8 구단 창설 무산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할 가능성도 있다.
박단장은 지난 2월12일 기자회견 이후 KBO를 통한 연락 외에는 일절 외부와의 접촉을 삼가고 있다. 물론 홍보팀을 통해서도 그와 접촉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신생 제8 구단을 둘러싸고 빚어진 논란은 대부분 소유주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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