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은 무슨?” 고기 운송 대충대충
  • 조종규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실 정책비서관) ()
  • 승인 2008.02.1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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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지 육류 유통 실태 보고 / 한국 수출용 캔 쇠고기 공장은 검역 사각지대

 
중국산 가공 식품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제품은 아직 ‘믿을 수 없다’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국회 상임위 보건복지위원회에 소속된 의원의 정책비서관으로서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중국 현지 실사를 다녀왔다.
지난해 5월에는 현지 실사단을 꾸려 중국의 육류 유통 실태를 집중 조사했다. 4박5일 일정으로 중국 산둥성 지역을 살펴보았다. 칭따오, 웨이팡, 웨이하이, 쇼우광, 라이시, 지머, 청양 등지의 식품 가공 공장과 재래 시장, 대형 마트 식품부 등을 방문했다.
산둥성은 국내로 수입되는 대다수의 중국산을 생산하고 있는 지역이다. 현지에 가보니 중국의 유통 가공 실태가 적나라했다. 재래시장에서는 냉장 시설도 갖추지 않은 곳에서 쇠고기를 판매하고 있었다. 육안으로 보아도 변질이 진행되고 있는 쇠고기를 걸어놓고 판매에 열을 올렸다. 그나마 대형 마트는 냉장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재래 시장과 대형 마트에서는 한국으로 수출하는 캔 쇠고기(갈비탕, 꼬리곰탕, 도가니탕 등)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것은 중국인들이 캔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최근 중국의 쇠고기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으나 중국은 기본적으로 쇠고기보다는 돼지고기 소비가 많은 나라이다. 생육을 두고 굳이 캔 쇠고기를 먹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캔 쇠고기는 전량 한국으로 수출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실사단은 식약청 자료를 근거로 현지 캔 쇠고기 가공 공장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국내 수입 업체가 식약청에 신고한 현지 공장 주소 대부분이 엉터리였다. 또 중국 당국에 등록이 안 된 업체들이 많아 검역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우리는 천신만고 끝에 라이시라는 곳에 있는 캔 쇠고기 공장을 찾을 수 있었다. 이 공장은 중국 굴지의 대기업이다. 캔 쇠고기는 직접 생산하지 않고 ‘주문자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한국에 납품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공장 안에 들어가는 것을 허가하지 않아 내부 시설은 볼 수 없었다. 다만 식품 공장 시설에 돈사가 있고, 돼지 분뇨가 가득 쌓여 있어 악취가 심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현지 공장의 위생 상태가 이 정도라면 다른 공장의 위생 수준은 불을 보듯 뻔했다.
 

식품 공장 시설에 돼지 분뇨 가득해 악취 진동

우리는 운이 좋게 칭따오 외곽 지역에서 한 캔 쇠고기 제조 공장의 공급 상인과 접촉할 수 있었다. 이 공급 상인의 증언에 따르면 캔 쇠고기에 쓰이는 소를 내몽골과 헤이룽장성에서 사육해 도축한 후 비닐로 싼 뒤에 이불로 덮어서 칭따오와 상하이로 공급한다고 했다.
지도를 꺼내 보니 3천㎞에 달하는 엄청난 거리였다. 중국의 한 여름은 40℃를 넘나들 정도로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냉동·냉장 장치도 갖추지 않은 일반 트럭이 3천㎞가 넘는 거리를 운송한다면 그 고기의 신선도가 어떤 상태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일부 캔 쇠고기 공장에서는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 물소·야크 등을 사용한다고 했다. 조사 결과 캔 쇠고기 공장은 한국 수입 업자 또는 업체들의 주문에 의해 만든 후 각 업체별로 라벨을 붙여서 생산하고 있었다.
캔 쇠고기는 보통 3kg과 8백40g 두 종류로 생산하고, 파우치(비닐 팩 포장) 형태로 생산되기도 한다. 통상 캔 쇠고기 3kg의 공급 가격은 미화로 5달러이다. 최근 중국의 쇠고기 단가가 올라가자 공장에서는 제품 단가를 맞추기 위해 이전보다 질 낮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보통 3kg 캔 쇠고기로는 10인분의 갈비탕을 만들 수 있다. 국내 갈비탕 한 그릇이 5천~9천원이라고 할 때 제품 단가와 각종 세금, 운송 비용 등을 감안한다고 해도 수입 업체·식품 접객 업소는 막대한 이득을 보장받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어렵게 공장 시설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업체 사장은 내부 시설을 공개하기 전에 계약부터 맺자고 요구했다. 생산 시설과 제품도 보지 않고 계약을 먼저 체결하자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었다.

 

한우 가격의 10분의 1…‘위험천만’ 생육 밀수 가능성도 커

이에 대해 공급 상인은 “시설이 너무 열악하고 비위생적으로 제품을 생산해 이를 본 한국 바이어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우리는 또 쇼우광이라는 지역의 캔 쇠고기 공장을 방문했다. 이 공장은 중국 지역 캔 쇠고기 공장 중에서 위생 상태가 가장 양호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OEM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었다.
이 업체 총경리(사장)는 공장 내부 시설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유통상의 문제로 원재료인 쇠고기에서 나는 악취를 제거하기 위해 각종 향신료와 조미료 등의 첨가제를 사용해 냄새를 제거하기 때문에 판매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우리는 내친 김에 공장의 생산 라인도 둘러보았다. 공장 내부 시설을 살펴보니 내부 작업장과 바닥에 물기도 말라 있지 않았고 악취가 진동했다. 공장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산 쇠고기는 갈비탕 용도뿐 아니라 도가니탕, 육개장 고기, 꼬리찜용 등 다양한 부위의 제품이 생산되고 있는데 연간 6만~7만t이 한국에 수출된다고 한다.
공장장의 충격적인 증언은 계속 이어졌다. 질 높은 중국산 쇠고기는 한국산 쇠고기와 비교할 때 맛과 모양에 별로 차이가 없다고 했다. 다만 쇠고기의 가격이 10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냉동·냉장 상태의 생육이 한국에 밀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캔 쇠고기는 비록 비위생적으로 생산되기는 하나 멸균 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구제역·브르셀라와 같은 전염병균은 가공 과정에서 사멸된다. 반면 중국산 생육은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공장측에 요청해 생산 라인을 살펴보았다. 생산 현장을 보니 위생 문제가 걱정되었다. 바닥은 기름기로 인해 넘어질 것 같이 미끄러웠다. 공장 노동자들은 맨손으로 쇠고기를 만지작거리고 있고 기계를 닦은 걸레로 파우치에 묻은 육수를 닦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중국 내에서 가장 위생적이라는 생산 시설이고 외부인이 생산 현장을 지켜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평상시 얼마나 비위생적으로 생산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은 일본에 이어 제2의 중국 식품 수입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미국, 유럽연합과 같이 중국 식품 안전성에 대해서 강력하게 이의 제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한국의 제1 교역 대상국으로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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