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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 승인 2008.02.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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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연휴를 ‘제대로 즐기는’ 8가지 방법 / 문화계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볼만한 공연·전시·영화·책’

이번 설 연휴에는 길게 잡아 열흘까지 쉴 수 있다. 직장인이라면 여름휴가보다 더 긴 휴식이 가능하다. 이 황금 같은 시간에 습관적으로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빈둥거린다면 많은 아쉬움이 남게 될 것이다. 이번 설에는 소설이나 영화, 공연 등을 좀더 적극적으로 즐기며 문화의 향연에 흠뻑 빠져보자.
<시사저널>은 20인의 전문가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황금 연휴를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골라 소개한다.

■뮤지컬

 

 요즘 가장 주목받는 뮤지컬은 <노트르담 드파리>이다. “김해, 일산을 거치면서 용이 됐다”(뮤지컬 평론가 조용신), “국내 출연진의 무대가 무르익었다”(<더뮤지컬> 박병성 편집장) 등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김해에서 처음 막이 오른 한국판 <노트르담 드 파리>는 일산 아람누리를 거쳐 1월18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고 있다. 무명 가수였던 윤형렬(콰지모도 역)과 문혜원(에스메랄다 역)은 이 뮤지컬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잘생기고 노래 잘하는 남자 배우와 근육질의 댄서 덕분에 여성 관객들로부터 더 많은 환호를 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못마땅한 남자 관객에게는 뮤지컬 <밴디트>를 권한다. 여죄수들이 탈옥해 록콘서트를 연다는 줄거리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성 위주의 출연진과 소찬휘 등 가창력으로 평가받은 여가수가 주역으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실제로 홍대 앞 클럽에서 연주하는 여성밴드 벨라마피아가 극중 라이브 무대를 꾸민다. 연출을 맡은 이지나나 출연 배우 이정화·이영미·한지상 등은 뮤지컬계에서 검증된 인재들이다.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에 비해 뜨지 않는 게 안타깝다”(박병성)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대학로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 3월2일까지.

 

동명의 연극으로 널리 알려진 <19 그리고 80>도 뮤지컬 버전으로 재탄생했다.
“배우 박정자의 연기다운 연기, 노래도 잘하고”(조용신), “따뜻함과 세대 공감”(<더뮤지컬> 현수정 기자) 등 원작의 탄탄함과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한 찬사가 넘친다. 틈나면 자살을 꿈꾸는 19살 소년 해롤드와 유쾌한 80세 할머니 모드의 만남, 그로 인해 염세적이던 해롤드의 변화를 다룬 뮤지컬이다.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3월5일까지.
전문가들은 뮤지컬 <위윌록유>도 추천하고 있다.
해외 리뷰에서 드라마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흘러들어오기도 했지만 “퀸의 노래만으로도 기대된다”(<시사저널> 김세원 편집위원)라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화재 사고로 인해 서울 공연이 취소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록 밴드 ‘퀸’의 히트곡과 프레디 머큐리의 솔로 히트곡이 거의 그대로 들어가 있다. 음악감독으로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와 드러머 로저 테일러가 참여하고 있다. 성남아트센터 오페라극장, 2월28일까지.
이밖에 “전형적이지만 장년층이나 어린 세대까지 모두 공감할 만한 작품”(무용평론가 심정민)이란 평가를 받은 <42번가>와 함께 “30~40대에서 아바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인터파크ENT 홍보팀 김선경)는 <맘마미아>도 눈길을 끄는 뮤지컬이다.
어린이도 볼 수 있는 가족용 뮤지컬로는 <마법천자문>(양재동 교육문화회관)이 꼽힌다. 원작이 워낙 유명한 베스트셀러인 데다 교육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어 ‘온 가족 관람용’으로 추천할 만하다.

■연극

연극열전2 시리즈의 하나로 무대에 오른 장진 연출의 <서툰 사람들>에 대한 반응도 좋다. “좀더 대중적인 형태의 장진식 코미디”(연극평론가 김유미), “초보자들에게도 연극의 재미를 알려주는 작품”(박병성), “연극열전에 대한 호감”(무용평론가 김신아)이라는 평을 얻고 있는 <서툰 사람들>의 부제는 ‘장진이 만든 코믹 소란극’. 연극에서 출발해 영화에서도 성가를 높인 장진 감독이 23세 때 쓴 희곡 <서툰 사람들>은 10년 동안 부산에서 공연되다 이번에 연극 열전2 시리즈 무대의 첫 번째 공연작으로 채택되면서 서울 무대에 선보였다.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3월2일까지.
세익스피어가 쓴 희곡은 어떤 방법으로 무대에 올려도 기본은 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그의 희곡이 연극적인 구조나 대사가 탄탄하다는 얘기이다. 여기에 요즘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연출가가 가세한다면?
극단 골목길의 <햄릿>은 “박근형 연출이라는 점에서 일단 점수를 얻고 들어간다”(김유미)는 평가를 받는다. 박근형은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 <청춘예찬> <필로우맨> 등 화제작을 연출하며 자기 색깔과 자기 배우 등 자장이 뚜렷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대학로의 중견 연출가이다. 박근형은 “원작에 충실한 햄릿을 올리겠다”라고 했지만 그가 뽑아낸 불안과 번뇌의 <햄릿>이 상투적인 햄릿은 아닐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학로 게릴라극장, 2월17일까지.

■국악

정초의 국악 공연으로는 국립국악원의 공연을 빼놓을 수 없다. 국악평론가 전지영씨는 “국립국악원에서 마련한 설과 대보름 공연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라고 강조한다.
2월7일 오후 5시부터 우면동 예악당에서 ‘한 해를 여는 천지인의 예악’이라는 이름의 공연이 열린다. 좀더 떠들썩하고 흥겨운 한마당을 원한다면 대보름 공연을 노려볼 만하다.
전지영씨는 대보름날 예악당에서 벌어지는 <2008년 산대회(山臺會)>와 전북 임실 필봉마을의 <필봉농악> 공연을 추천했다. <산대회>는 전설 속의 삼신산을 형상화한 산대라는 무대를 꾸며 춤과 노래를 벌이는 공연이고, 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인 <필봉농악>에서는 대보름날 밤새도록 농악대가 마을을 누비며 마을굿을 펼친다. 정식 명칭은 호남 좌도 임실 필봉농악(www.pilbong.co.kr). 이 대보름의 필봉마을굿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정월대보름마다 관광버스를 대절해 한적한 시골 마을로 찾아든다.
세종문화회관 예술단 운영팀의 서명수 과장은 설 연휴에 볼만한 공연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대뜸 <야단법석>을 추천했다.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2월10일까지 공연되는 타악 뮤지컬 <야단법석>은 전통 공연이면서, 퍼포먼스나 뮤지컬로 볼 수도 있는 퓨전 공연물이다. 절집에서 유래한 말인 ‘야단법석’을 이름으로 내건 공연이 조계사 경내의 공연장에서 열린다는 점이 흥미롭다. 내용은 음악을 좋아하는 스님의 좌충우돌 수행기로 시끌벅적한 타악기의 경연을 통해 고요한 절집에 한바탕 야단법석의 흥겨움을 선사한다.

 

■전시

미술평론가 이재언씨는 연휴 기간 중 볼만한 전시로 <황주리> 전(~2월13일, 갤러리현대)과 <동양화와 서양화의 접경> 전 (~3월23일, 소마미술관)을 추천했다. 그는 “황주리 전은 재미있는 만화경적 회화를 보는 재미가 있고 소마미술관의 전시는 올림픽 공원 산책을 겸해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휴 동안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해 천안나들이도 해봄직하다. 미디어 설치 작가인 전준호의 개인전 <하이퍼리얼리즘>이 천안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도 볼만하고 교통 체증도 걱정할 게 없다”(<아트인컬쳐> 호경윤 기자)고 한다.
이재언씨는 백남준 추모 2주기를 맞이해 <비디오아트의 마에스트로 백남준 VS 팝아트의 마이더스 앤디 워홀>이라는 책을 권하기도 했다. 마침 멀리 영국에서 <굿모닝 미스터 백남준> 전이 3월7일까지 열리고 있다. 최근 문을 연 런던 한국문화원(london.korean-culture.org) 개관 기념전이다. 긴 연휴 동안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영국의 웨스트엔드와 백남준 전시를 묶어서 즐기는 것이 시간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여행이 불가능하다면 웹과 책으로도 백남준을 즐길 수 있다.

■영화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영화는 <스위니 토드>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이었다.
<스위니 토드>는 기묘한 분위기의 살인극이지만, 배우 죠니 뎁이나 팀 버튼 감독의 오랜 팬들은 세대를 초월해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는 원작 뮤지컬 <스위니 토드>에 대한 재조명 바람으로 이어지고 있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는 지난해 무대에 올려진 작품 중 완성도로 수위를 달리던 작품이었지만 흥행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 재공연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우리 영화 <우생순>은 설을 앞두고 개봉하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라듸오 데이즈> 등의 신작에 결코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얻고 있다.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코믹 액션물 <원스 어폰 어 타임>과 <라듸오 데이즈>의 흥행 성적 대결도 관심을 모은다. 둘 중 누가 더 흥행할지, 그래서 <우생순>을 이길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
재난 블록버스터 <클로버필드>도 입소문이 괜찮다. 홈비디오 카메라로 재난의 현장을 중계하듯 찍어낸 촬영과 시점이 “실감나고 재미있다”(가요평론가 최민우)거나 “비주얼과 사운드 디자인이 뛰어나다”(영화평론가 김종철)는 평을 듣고 있다. 

■DVD

<본> 시리즈가 5년 만에 3부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인 CIA 비밀 요원 제이슨 본처럼 5년이라는 시간은 극장에서 이 작품을 본 관객도 전편의 내용에 대해 긴가민가 하기 마련이다. 그런 액션 팬들에게 3부작 <본 얼터메이트> DVD세트는 “후련한 액션 펀치 한방 이상의 쾌감을 선사할 것”(김종철)이다.
워너가 판권을 쥐고 있는 <샤이닝>부터 <아이즈와이드셧>까지 다섯 작품을 리마스터링해 화질을 향상시킨 <스탠리 큐브릭 스페셜 에디션> 박스세트나 스티븐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 얼티메이트 에디션(U.E)도 볼만하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공연 실황 DVD <Back To Basics: Live & Down Under>(200 8년)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아길레라가 세 번째 앨범 <Back To Basics>(2006년)을 발표하고 가졌던 월드 투어 중 2007년 7월의 호주 시드니 수퍼돔 공연을 기록한 것이다. “확장된 편곡과 거대한 무대, 그리고 입체적인 시야로 앨범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프라우드> 이민희 기자)는 것이 추천사. 방콕족의 명절용으로 제격이라고.
큐레이터 박은진씨는 뮤지컬 영화 <오페라의 유령> DVD를 “소리도 좋고 배우도 좋다”라는 평과 함께 추천했다. 뮤지컬 영화로는 <렌트>, 음악 영화 <원스>도 DVD로 즐길 만하다.

 

추천해주신 분 : 김선경 인터파크ENT홍보, 김세원 <시사저널> 편집위원, 김신아 무용평론가, 김유리 NDPK 홍보, 김유미 연극평론가, 김종철 영화평론가, 김태경 고양문화재단 홍보, 박병성 <더뮤지컬> 편집장, 박은진 오페라갤러리 큐레이터, 서명수 세종문화회관 예술단 운영팀, 오경은 윙크 기자, 이나연 <아트레이드> 기자. 이민희 <프라우드> 기자, 이재언 미술평론가, 전지영 국악평론가, 전진석 만화평론가, 조용신 뮤지컬 평론가, 최민우 가요평론가, 현수정 <더뮤지컬> 기자, 호경윤 <아트인컬쳐> 기자.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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