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까지 뽑기 전에 ‘공사’하는 게 낫다
  • 박관수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치과 조교수) ()
  • 승인 2008.01.1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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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균열’ 확인되면 이 씌우는 ‘크라운 치료’ 해야

 
치아는 우리 몸에서 가장 단단한 구조물이다. 치아의 표면은 법랑질이라는 성분으로 되어 있다. 이 성분은 뼈보다 더 단단해 좀 과장해서 말하면 아무리 딱딱한 음식이라도 꼭꼭 씹기만 하면 잘게 부수어 먹을 수 있다. 몸에서 가장 단단하다고 하는 치아라도 수십 년 넘게 계속 사용하다 보면 닳기도 하고 부서지기도 한다. 닳거나 부서진 치아는 겉으로 보아도 확실하게 구분이 되고 혀에 닿으면 쉽게 감촉이 달라졌음을 느껴 증상이 없어도 치과에 치료를 받으러 오곤 한다. 하지만 다양한 치아 질환 중에 눈에 잘 띄지 않고 증상도 별로 없는 경우는 쉽게 치료를 시작하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치아균열증후군은 그래서 쉽게 치료를 시작하기 어려운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치아균열증후군은 치아에 균열이 일어나는 증상을 일컫는 말이다. 균열은 치아의 내부로부터 또는 외부로부터 일어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균열, 보이지 않는 균열이 있지만 증상이 간헐적인 경우와 증상이 아예 없는 경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균열이 눈에 보이는 경우는 치과를 찾아 균열이 생긴 부분의 크기와 위치를 확인하고 균열이 더 진행되는 것을 막아주어야 한다. 균열의 진행을 막는 방법은 간단하게 치아를 삭제하고 크라운으로 씌워주는 방법이다. 균열이 조금 생긴 것 이외에는 별다른 증상도 없는데 이를 삭제하고 씌워줘야 한다고 하면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다. 이를 씌우는 크라운 치료를 받아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균열이 일어난 부분에 비해서 많은 양의 치아를 손실하는 고통을 겪어야 하므로 누구나 치료에 쉽게 동의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앞으로 설명할 치아균열증후군의 후유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균열의 정도에 따라 치과의사가 크라운 치료의 필요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딱딱한 음식 씹은 뒤 통증 있으면 검사 받아야

치아 균열이 생기는 원인은 여러 가지이다. 일단 가장 흔한 원인은 지속적으로 치아에 무리한 힘이 가해졌을 때 생긴다. 질기거나 딱딱한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식습관을 가진 사람에게서 잘 나타난다. 힘을 많이 가하면 아무리 단단한 구조라도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치아의 표면은 단단하지만 의외로 부서지기 쉬운 면도 있다. 탄성이 좀 적기 때문인데 도자기와 같은 재질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아주 단단하면서도 충격에 약한 그런 구조이다. 치아의 내부와 치조골이 이러한 외부 충격에 잘 견뎌줄 수 있는 완충 구조를 가지고 있어도 조심해야 하는 이유이다.
두 번째로 치아 균열은 평상시 단단한 음식을 잘 먹지 않았더라도 우연히 돌이나 오돌뼈와 같은 딱딱한 이물질을 순간적으로 강하게 씹을 때 발생한다. 이물질을 씹은 후 통증이 있다면 반드시 치과에서 검사 받을 것을 권한다. 과거에 넓은 부분에 치아우식증(충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면 치아의 구조가 원래보다 약해져 있어 더 쉽게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식습관에 의해 조금씩 진행되어 생긴 치아 균열보다 순간적으로 잘못 씹어 생긴 치아 균열은 그 깊이가 깊고 이뿌리 근처까지 진행된 경우도 많다. 그 외에도 충돌과 같이 외부에서 충격이 가해진 경우 치아가 부러지지 않더라도 흔히 치아 균열이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로 앞니 쪽에 잘 생기고 한 개 치아가 아니라 여러 개의 치아에 한꺼번에 다양한 정도의 균열이 눈에 띄게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겉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치아 균열이 있을 때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씹을 때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다. 씹을 때 통증을 느끼는 치아 질환은 치아우식증이나 치주염(잇몸병)이 가장 흔하지만 치아균열증후군이 있을 때는 조금 독특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씹을 때마다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간헐적으로 특정 방향으로 씹을 때만 증상이 나타난다거나 증상이 나타나는 순간도 꼭 씹어서 음식을 누르고 있는 순간이 아니고 음식을 물고 있다가 힘을 빼면서 치아와 치아가 떨어지는 순간에 시큰하다거나 짜릿한 느낌으로 통증이 오는 경우가 많다. 치아우식증이나 치주염의 경우에는 통증이 순간적이기보다는 좀더 지속되는 일이 많고 음식을 섭취하지 않고 쉬고 있을 때도 통증이 오는 일이 많은 편이다.

균열 흔적 안 보여도 증상 지속되면 정밀 진단

이러한 증상이 반복되면 지체하지 말고 치과를 찾아가 통증의 원인이 무엇인지, 치아 균열이라면 어느 치아에서 발생한 것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치통은 의외로 통증이 일어나는 치아를 뚜렷이 구분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은 데다가 명백하게 균열이 일어난 부분이 보이지 않으면 구분이 더욱 어렵다.
눈에 보이지 않는 치아 균열 부위를 확인하는 방법은 치아에 색소를 발라서 확인하거나 치아 표면에 강력한 빛을 쏘아 균열된 부분이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다. 나무 설압자와 같은 도구를 특정한 치아로 씹도록 해서 증상이 일어나는 양상을 확인해 균열된 치아를 찾아내기도 한다. 많은 경우에 이런 정도의 방법으로 균열이 일어난 부분이나 치아를 확인할 수 있다.
 치아균열증후군의 치료는 앞서 말한 것처럼 치아를 삭제한 후 크라운으로 씌워주는 방법이다. 균열이 깊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는 크라운을 씌워주어 균열이 더 이상 진행하지 않도록 치아를 꼭 감싸주는 방법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통증이 자주 일어나는 치아는 일단 크라운만으로 증상이 잘 없어지지 않을 수 있으므로 증상의 진행을 확인하기 위해 임시 크라운을 씌우거나 최종 크라운이라도 임시로만 접착해 증상의 소실 유무에 따라 다음 단계의 치료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크라운만으로 증상이 소실되지 않는다면 좀더 깊은 부위까지 균열이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 경우는 근관 치료(신경 치료)를 받아야 한다. 흔히 치아의 신경을 죽인다고 이야기하는 치료법으로 치아의 통증을 느끼는 부분인 치수를 제거하고 제거된 부분을 소독한 후 빈 공간이 남지 않도록 하여 채워주는 방법이다. 근관 치료를 하여 통증이 없어지더라도 균열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균열의 진행을 막기 위해서 크라운 치료는 필수이다. 근관 치료를 하고 크라운을 씌워주었는데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 환자도 간혹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는 치아 균열이 이미 회복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아 최후의 수단인 발치를 고려하게 된다. 발치를 하면 치아를 회복하기 위해 임플란트나 브릿지와 같은 복잡하고 비용이 더 많이 드는 치료로 넘어가기 때문에 그러기 전에 확인하고 치료받는 것이 좋다.
치아균열증후군은 치아 건강이 중요시되는 근래에 와서는 간단히 넘어가서는 안 되는 또 하나의 치아 질환이다. 약간의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 정확한 진단 없이 무시하고 방치하면 최악의 경우 치아를 뽑아내야 하는 경우에 이를 수 있으므로 증상이 있으면 즉시,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1회 정도는 정기적인 검진을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과거에 치아우식증 치료를 넓게 받은 적이 있는 치아는 균열이 더 생기기 쉬우므로 아예 치아우식증이 생기지 않도록 정확한 칫솔질과 구강 위생 관리를 하는 것도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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