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벌리고 자면 침도 보따리 싼다
  • 박관수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치과 조교수) ()
  • 승인 2007.12.1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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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 건조증, 증상 심하면 입안 화끈거리거나 발음 못해

 
눈에 항상 눈물이 있듯이 입안에는 항상 타액(침)이 고여 있다. 깨어 있을 때나 잠을 잘 때나 입안은 촉촉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가끔 잠을 자고 일어나 보면 입안이 말라 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을 것이다. 입을 벌리고 잠을 자거나 다른 원인으로 입안의 타액이 모두 말라 버렸을 때이다. 왠지 입안이 텁텁하고 거친 느낌이 들 때 칫솔질을 하고 입안을 물로 부시고 나면 그런 느낌은 사라지고 상쾌해진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일을 겪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이런 상태로 입안이 말라 있다면 어떨까? 참으로 답답할 것이다.
 우리 몸은 입안에 항상 타액이 분비되도록 해 입안을 적셔준다. 하루에 분비되는 타액의 양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1~1.5리터 정도이다. 1.5리터짜리 페트병 하나 만큼의 타액이 입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면 꽤 많은 양이다. 귀밑샘, 혀밑샘, 턱밑샘, 기타 소타액선 등에서 분비되는데 평상시에는 혀밑샘이나 턱밑샘에서 조금씩 끈끈한 타액이 분비되고 음식을 먹을 때는 귀밑샘에서 좀더 많은 양이 분비되어 음식물 섭취와 저작에 도움을 준다. 음식을 먹을 때 나오는 타액이 가장 많고 평상시에는 조금씩만 나온다. 타액의 역할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아밀라아제라는 소화 효소가 포함되어 음식물에서 녹말과 같은 성분이 일차적으로 분해되는 것을 도와 소화가 잘되도록 해주지만 다른 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 아주 기본적으로는 자동차의 윤활유와 같은 작용을 한다. 즉, 음식을 씹을 때 잘 섞여서 부드럽게 넘어가게 한다든지 혀가 움직이는데 마찰이 일어나는 것을 줄여 말을 하기 쉽게 해준다. 또 한 가지는 항균 성분이 들어 있어 입안에 사는 세균 중 몸에 해로운 세균의 번식을 억제한다.

원인과 치료 방법에 ‘정답’ 없어

이러한 세균에는 충치나 잇몸병을 일으키는 세균도  있어 충치와 잇몸병의 예방 역할을 할 수 있다. 타액 자체가 물과 같은 액체이므로 치아나 잇몸에 붙어 있는 이물질의 일부가 씻겨 내려가게 해 충치나 잇몸병을 예방해주는 역할도 한다. 타액의 분비나 성분에 변화가 생기면 느끼는 증상이 일명 구강 건조증이다. 이미 100여 년 전부터 이런 증상에 대해서는 조금씩 알려져왔는데 원인과 치료 방법에 대해 모호한 점들이 많아 많은 환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면서도 그냥 참고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흔한 증상은 건조증이라는 말 그대로 입이 마르는 느낌이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심해지면 입안이 따갑거나 화끈거리는 느낌이 올 수 있고 입냄새가 나며 사람에 따라서는 맛을 잘 느끼지 못하거나 발음하기가 힘들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구강 건조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 있는데 일시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원인과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게 되는 원인이 있다.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원인 중 가장 흔한 것은 입을 벌리고 자거나 입으로 숨을 쉬는 습관을 가진 경우이다. 이는 타액의 분비는 정상이지만 증발하는 양이 늘어나서 생기는 것이다. 습관을 조절하면 쉽게 구강 건조감을 줄일 수 있다. 입을 벌리고 자거나 입으로 숨 쉬는 원인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코나 목 쪽의 다른 질병 때문이라면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날씨가 건조해지는 겨울철이 되면 타액의 증발량도 많아지므로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정서적인 원인으로도 생길 수 있는데 우울증이 있거나 불안한 마음 상태가 지속되면 타액 분비를 조절하는 뇌에 영향을 미쳐 타액이 줄어들 수 있다. 염증성 타액선 질환이 있는 경우나 타액선에 돌이 생기는 타석증이라는 질병에 의해 타액 분비가 줄어들 수도 있다. 병명이 확실한 이런 경우는 구강 건조감 외에도 질병에 의한 증상이 함께 뚜렷이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도 쉽다. 약물 중에는 신경안정제, 혈압약, 이뇨제, 감기약에 많이 포함되는 항히스타민제 등이 타액 분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약들은 쉽게 끊을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약의 종류를 바꾸거나 용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영구적으로 나타나는 구강 건조증은 타액의 분비 자체가 줄어들 수 있는 질병이나 몸의 변화에 의해서 나타난다. 당뇨병과 같은 내과적 질환을 가진 경우나 얼굴과 목 부위에 방사선 치료를 받아 침샘이 위축된 경우, 쉐그렌 증후군과 같은 자가 면역 질환에 걸린 경우, 드물지만 선천적으로 침샘 자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나타나기도 한다.
구강 건조증 치료법은 그다지 많지 않다. 뚜렷한 원인이 있는 경우에는 원인을 없애는 것만 가지고도 쉽게 치료가 가능하다. 증상을 일으키는 약물을 복용한다면 약물의 중단이나 변경을 고려하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입으로 숨쉬는 습관을 일으킬 수 있는 코나 목의 질환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껌 등을 때때로 씹어서 뇌에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타액 분비를 촉진시킬 수 있다. 레몬과 같이 신 맛이 나는 음식이나 사탕도 타액 분비를 일으키므로 도움이 될 수 있고 평소에 수분을 좀더 많이 섭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다만 당분이 포함된 사탕이나 껌은 충치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타액의 분비가 촉진되지 않을 경우에는 약물의 사용을 고려할 수 있는데 약물은 두 가지 방법으로 적용한다.

장기 치료 때는 치아 질환도 예방해야

한 가지는 먹는 약으로 타액의 분비를 자극하는 이 약을 복용하면 타액의 분비량이 많아져 구강 건조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지만 장기간 복용해야 할 경우는 부작용의 우려도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의료진의 평가가 필요하다. 또 한 가지는 안구 건조증에 인공 눈물을 사용하는 치료법과 같이 인공 타액 제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인공 타액 제제는 입안에 바르거나 스프레이처럼 뿌리는 형태로 되어 있다. 쉐그렌 증후군과 같이 면역에 관계된 질환인 경우 내과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서 보조적으로 이같은 치료법을 사용할 수 있다.
 구강 건조증이 계속되면 치아나 잇몸에 관계된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져 충치나 잇몸병을 예방하기 위한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구강 위생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식사 후에는 충분한 시간 동안 골고루 칫솔질을 하고 치과에서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해 치아와 잇몸을 깨끗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이미 충치가 발생한 경우는 초기에 치료해 더 이상 진행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방사선 치료 등으로 침샘에 문제가 생긴 경우에는 단순한 칫솔질만으로 충치 예방이 힘드니 불소가 함유된 가글 용액을 매일 사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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