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꿈꾸는 ‘검은’ 예술의 몸짓
  • 쭦 김신아 (한국무용협회 사무차장) ()
  • 승인 2007.12.1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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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 주최 ‘아프리카 문화축전’ 공연·전시·영화 상영 등 다양

 
서구 문화가 현대의 정체성과 한계에서 벗어날 탈출구로 지목하고 있는 아프리카는 서구 시각에서 자신들을 재단하는 관점에 대해 ‘제2의 제국주의’라며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특히 내전과 기아를 피해 유럽에 정착한 아프리카 예술가들은 3등 시민으로 취급을 받으면서도 유럽 변두리에서 예술의 터전을 일구며 새로운 목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예술의 나라로 꼽히는 프랑스는 일찍부터 북아프리카를 중심으로 과거 식민지를 문화 자양분으로 십분 활용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난 3월 1천여 명의 관중이 몰린 가운데 첫 내한 공연을 성공리에 끝낸 유쑨두는 세네갈 출신이다. 그는 프랑스에서의 눈부신 활동으로 세계적인 뮤직 스타로 발돋움했다. 서울세계무용축제가 국내에 처음 소개했던 빈센트 만쭈이를 비롯해 대다수 현대무용 안무가들도 프랑스를 근거지로 삼아 이름을 알려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역시 프랑스가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아프리카 현대무용의 대모 제르멘 아코니(Germ- aine Acogny)는 2006년 아프리카 인도양 안무대회에서 “우리에겐 미래가 있다. 우리 집으로 돌아가자. 비록 가난한 정부이지만 예술지원금을 만들어달라고 졸라보자. 후배들도 우리 손으로 키워보자”라고 역설했다.

세계 무대에서 주목되는 아프리카 예술가들

하지만 아프리카는 여전히 고단한 땅이다. 지중해에 맞붙은 북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빼면 대부분의 나라가 질병과 기아, 그리고 내전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는 인류가 기원했으며 세계를 풍미하는 재즈나 블루스, 남미 음악의 뿌리는 아프리카이다. 백인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지는 미국 전통 음악으로 인식되는 블루스의 족보를 캐는 <더 블루스>라는 다큐멘터리 필름을 만들면서 아프리카가 블루스의 고향임을 고백했다. 미국 내에서는 블루스의 근원지가 흑인 노예들이 몰려 있던 미시시피강 하류인 델타 삼각지로 알려져 있지만, 스콜세지는 그가 직접 감독한 <고향으로 가고 싶다(feel like going home)> 편에서 노예선의 출발지인 아프리카 서부 해안 말리의 고레 섬이 블루스의 고향임을 입증했다. 그러니 최근 미국 엔터테인먼트의 주도권이 아프로-아메리칸으로 넘어간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서구화 과정에서 일부 생명력을 잃기도 했지만 아프리카의 몸짓은 여전히 특유의 강렬함으로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는다. 리듬과 비트가 깊이 배어 있는 소리 역시 가슴에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제르멘 아코니의 외침처럼 아프리카 예술가들은 몸은 유럽에 있지만 예술의 뿌리를 아프리카에 두고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꿈꾼다.
거대 자본을 투자하고 인력 및 상품을 앞세워 발 빠르게 아프리카 대륙에 진출한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지난 2006년이 되어서야 외교통상부가 대외경제경책연구원과 공동으로 ‘한·아프리카 포럼’을 개최하면서 아프리카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외교통상부는 12월19일부터 22일까지 LIG 아트홀과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무용 및 음악 공연, 미술 및 사진 전시, 9편의 영화 상영, 그리고 다양한 문화 설명회로 구성된 ‘아프리카 문화축전(Caravan to Africa)’을 개최한다. 우리 국민의 서구 중심 문화 편식을 고쳐 다양한 문화를 관용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갖게 하고, 아프리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마련되는 자리이다.
장구한 역사의 거대한 대륙을 단편적인 문화 소개로 대변할 수는 없으나 현대성에 초점을 맞춰 선정한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가 아프리카의 단면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저변이 넓지는 않으나 여러 채널을 통해 아프리카와의 교류를 모색해온 국내 전문가들과 주한 아프리카 공관들이 힘을 합쳤다는 것에서도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현대성에 초점 맞춰 새로운 문화 이해 도와

공연은 무용과 음악으로 구성되며 카메룬 페닉스 무용단이 <내겐 방향이 필요해>와 <악수>로 조화로운 세계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세네갈 전통 악기인 사바르 드럼 워크숍도 소개된다. 아프리카 영화의 거장 우스만 셈베네의 ‘물라데’, 올 부산국제영화제가 소개한 <에즈라>, 국제영화평론가상을 수상한 <바바코>, 1997년 베니스영화제 수상작인 <정숙한 여인들>을 비롯, 유쑨두가 출연해 화제를 모은 <고레로 가는 길>, 프랑스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키리쿠 키리쿠> 등 총 9편의 영화가 네덜란드의 아프리카 영화제 ‘아프리카 인 더 픽쳐(Africa in the Picture)’ 창설자인 마리엣 베커의 영화 설명회에서 함께 상영된다.
갤러리 <터치 아프리카>가 소장하고 있는 아프리카 예술품 중심의 전시에서는 국내에서 몇 차례 소개된 쇼나 조각뿐만 아니라 짐바브웨의 웨야 페인팅, 콩고의 쿠바 클로스, 부시맨 판화를 볼 수 있다. 국내 작가가 촬영한 아프리카 사진 공모를 통해 선발된 아마추어 작가의 사진도 함께 전시된다.
이석호 교수의 ‘문학과 연극 설명회’, 작가 장용규의 ‘아프리카 민간 신앙을 중심으로 한 아프리카 문화 설명회’, 음악 평론가 송기철의 음악 설명회와 유종현 명예대사의 문화 설명회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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