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일이면 뭐든지 한다
  • 도쿄·임수택 편집위원 ()
  • 승인 2007.12.1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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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파탄 난 일본 지자체들, 살길 찾기 안간힘…지역 특산품 개발·투자 유치로 ‘승부’

 
한류 스타 박신양씨가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 시를 방문해 화제이다. 지난 11월22일 유바리 시를 방문한 박신양씨는 “여러분, 시 재정이 파탄되어 힘드시겠지만 힘내세요”라며 시민들을 격려했다. 탤런트 박씨는 11월23~24일 이틀 간 유바리 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활을 위해 NPO 법인  유바리판타가 주최하는 시민회관 부활제에 손님으로 출연했다. 그 자신이 일체의 비용을 부담했다. 박씨는 스키를 즐기러 매년 홋카이도를 방문하다가 알게 된 유바리 시 리조트 니시다 사장의 제의로 유바리 시를 방문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인구 1만2천3백21명의 소도시이지만 한때 광산업으로 번창했던 유바리 시는 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메론으로 유명하다. 폐광된 후 제2의 도약을 위해 관광을 진흥시키기 위한 도시 계획을 수립한 결과 1980년대에는 관광객이 2백만명이 넘게 몰렸다. 석탄과 메론이라는 자원과 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활용해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 성공적인 지방 정부의 모델로 인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주목되던 도시가 심각한 재정 파탄으로 올 3월 일본 지방정부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국가의 특별 재정 관리 상태에 들어간 도시가 되었다. 석탄박물관과  테마 파크 ‘석탄 역사촌’ 등에 과잉 투자된 것이 재정이 파탄 난 이유로 거론된다. 재정이 파탄 난 지방정부는  유바리 시뿐만이 아니다.

국가 특별 재정 관리 받는 유바리 시, 영화제 등 열어 활로 개척

지난 7월29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대패한 이유로 국민연금 누락 문제, 정치인들의 부정 사건 등이 크게 부각되었다. 하지만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지방 표의 반란이었다. 전통적으로 자민당의 지지 기반이었던 지방과 농촌에서 지지 기반이 붕괴된 것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고이즈미 정부 시절의 성역 없는 개혁이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지방정부 개혁의 골자는 국고 보조 부담금과 지방교부세의 축소였다. 공공 사업이 축소된 영향도 작지 않다. 지방 산업이 붕괴하자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나갔다. 때문에 일하고자 하는 인력을 찾기가 만만치 않게 되었다.  여기에 지방의 고령화는 고용 문제를 악화시키는 데 한몫 했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이러한 현상으로 지방정부의 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중앙정부의 지원만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따라서 스스로 생존의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도시가 바로 유바리 시이다. 재정 파탄을 선언한 유바리 시는 먼저 세금을 올리고  2009년까지 공무원 숫자를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행정서비스를 줄여서 세출을 억제하고, 병원과 공공 서비스를 민영화하기로 했다. 학교를 통·폐합하는 것도 세출을 억제하는 한 방편으로 활용했다. 민간에서는 영화제를 열고 매스컴에서는 기부를 호소하고 있다. 유바리 시의 대책은 최대한 세출을 줄이고 세입을 확대하는 것이다.
뒤늦게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공공 회계의 일환으로  간편한 재무제표를 작성하기 위한 새로운 지침을 마련했다. 그리고 주민들이 간단하게 재무 상황을 파악하고 유바리 시와 같은 재정 파탄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각 지방 자치단체에 간이 재무제표를 작성하도록 촉구했다. 유바리 시 외에도 각 지방 도시에서는 고용을 증대하고 지방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각종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11월26일 도쿄 미나토 구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는 JETRO(일본무역진흥회)가 주최한 ‘신산업 창출 지역 연대 포럼’이 열렸다. 몰려든 사람들 가운데는 지방에서 온 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지역 간 교류 지원 사업에 참가하기 위한 사람들이다. 이 행사는 일본 각지의 산업과 해외 지역 사업과 교류의 장을 마련해서 양 지역과 기업 간 국제 연대를 촉진하고 신제품과 서비스를 개발·창출하고자 마련되었다.
이 행사를 기획한 JETRO의 지역산업연결과장 오오스나 씨는 “해외 비즈니스를 하고자 해도 노하우와 네트워크가 부족한 지방 도시의 기업들을 위해 JETRO가 전세계의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지원해주는 자리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테마는 환경 문제와 수소 에너지였다. 야마구치 현에서 올라온 사쿠라이 신지로 씨는 ‘수소 프론티어 야마구치 구상’을 발표했다. 수소가 공장과 일상 생활에서 사용되는 수소 타운 모델의 사업 현장을 이와타니 가스 사에서 수소를 충전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과 사진으로  보여주었다. “미래 지역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서 수소를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하니 투자를 많이 해주기를 요청한다”라고 호소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해외 기업 대표로 참가한 영국 존 매티(John Matthey)의 일본 담당인 요시유키 씨가 연료전지 시장에 대해 발표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자기 지역과 연관시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이것저것 열심히 질문했다.
지방 경제를 활성화하는 골자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고용 창출이고 다른 하나는 지방세 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각 지방 정부들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부동산취득세나 고정자산세를 감면해주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47개 도(都)·도(道)·부(府)·현(縣)과 17개 정령 지정 도시의 기업 가운데 약 80% 정도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일환으로 보조금과 조성금을 비축해놓고 있다.
이시가와 현에서는 해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 2월20일에 한국을 비롯해 이스라엘, 중국, 타이완, 싱가포르 등의 정부 및 민간 기업 관계자들을 초청해 투자 유치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타니모토 지사가 직접 나와 현의 장점과 세제 혜택, 보조금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마치 기업의 투자설명회에 온 투자자들 대하듯이 구체적인 숫자를 예로 들어가면서 설명했다. 전통적인 섬유 도시인 가나자와 시 역시 침체되어가고 있는 지방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일환으로 산업구조 고도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바로 IT산업의 육성이다. 현에서는 호쿠리쿠 첨단과학기술대학원대학(JAIST)을 세우고 IT인재육성센터를 설립해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전통적인 섬유산업의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 단순 소재 생산에서 그치지 않고 패션산업으로 이행하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구시와 IT 교류회를 갖고 IT 분야에서 상호간 사업과 기술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산에 쌓인 눈·해초 상품화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한몫

해외 및 국내 투자 유치가 고용 증대와 세수 증대에 직결되기 때문에 각 지방단체들이 활발히 움직이기는 하지만 기업의 투자 유치에는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특히 대도시가 아닌 지방에 투자 및 기업 운영을 유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일본경제신문 산업지역연구소의 칸노 연구원은 “투자도 선택적일 수밖에 없다. 즉 투자나 기업 유치로 돈이 모이는 곳은 모이지만, 모이지 않는 곳은 모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자원인 사람과 특산물을 활용해야 하며, 그것이 바로 일본의 지역 경제가 활성화하는 특징이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홋카이도의 니세코쵸의 오오사카 쵸장(현 중의원)은 요테이 산의 눈을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상품 개발은 단순한 일에서 시작했다. 가이드북을 영어로 만들었다. 통상적인 가이드북이 아니라 아주 자세한 책자를 만들었다. 주민들에게는 아주 간단한 영어 회화를 가르쳤다. 눈이 귀한 오스트레일리아인들이 관광을 왔다 간 후 입소문이 퍼져 매년 관광객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도쿠시마의 카미카쓰쵸는 사시미의 쓰마(사시미를 먹을 때 곁들이는 야채나 해초)로 시장 개척을 하고 쵸의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켜 성공한 사례이다. 이 지역은 산림이 95%이며 산업도 거의 없고 대표적인 고령화 지역이다. 하지만 이 지역에 풍부한 쓰마를 채집해서 판매했다. 쓰마가 돈이 되자 경쟁적으로 채집을 하게 되고 노인들의 건강도 좋아졌다. 그로 인해 의료비 부담도 줄어들게 되었다.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 대도시와 지방도시 간의 경제 격차, 지방의 노동 인구 부족 등 구조적으로 일본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은 지방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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