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락 말락’ 국내 첫 종업원 지주회사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07.11.2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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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 주식 우선매수에 제동…공개 입찰 굳힌 채권단과 힘겨루기 계속


 
최근 매각을 진행 중인 쌍용건설이 진통을 겪고 있다. 지분 매각 방식을 놓고 1대 주주인 채권단과 2대 주주인 우리사주조합 간에 ‘힘겨루기’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캠코(자산관리공사)를 포함한 채권단은 “그동안 매각한 기업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공개 입찰이 적당하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직원들로 구성된 우리사주조합은 “어렵게 정상화시킨 기업이 ‘머니 게임’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라면서 최악의 경우 ‘실력 행사’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재계에서는 현재 양측의 이런 대결 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쌍용건설이라는 ‘대어’가 욕심이 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잘못 미끼를 물었다가는 분쟁의 회오리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경은 이렇다. 쌍용건설은 지난 1999년 워크아웃에 돌입한 지 불과 5년 만에 흑자에 돌입했다. 이듬해인 2004년에는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하는 데 성공했다. 대다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쌍용건설도 당시 피나는 구조 조정을 단행했다. 회사 자산은 대부분 매각되었고, 2천3백여 명에 달하던 직원은 8백명으로 줄어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년 연속 50% 이상 자본 잠식 기업은 퇴출시킨다’라는 규정에 따라 코스닥에서도 내몰릴 위기에 처하게 된다. 당시 백기사로 나선 곳이 바로 직원들이다.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 마련한 3백20억원으로 우리사주조합을 결성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2천원대 주식을 5천원에 인수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20%의 지분을 갖게 되었다.  

쌍용건설 직원들 “채권단 공개 입찰 안 된다”

쌍용건설이 현재 재계에서 주목을 받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당시 직원들의 희생을 지켜보던 채권단은

 
회사가 조기 정상화될 경우 직원들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을 주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문제는 채권단이 공개 입찰로 지분을 매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캠코와 8개 금융기관이 현재 보유한 지분은 50.07%이다. 이 중 절반 정도인 24.72%에 대해 조합이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지고 있다. 조합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조합 보유 지분 18.35%와 임원 보유 지분 1.71%를 합해 44.78%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쌍용양회가 보유한 우호지분 6.13%를 더하면 50.91%의 지분을 획득해 경영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조합은 지난 4월 국민연금, 행정공제회 등이 출자한 사모펀드 컨소시엄을 재무적 투자자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한 총알은 확보한 셈이다.
그러나 캠코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요구하면서 이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캠코측에서 공개 입찰을 강행하면 매각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첫 종업원 지주회사 탄생의 꿈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조합측의 시각이다.  
조합이 캠코의 공개 입찰 조치에 반발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 이원혁 조합장은 “쌍용건설은 다른 기업과는 다르다. 채권단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내부의 희생과 고통 분담을 통해 경영 정상화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런 직원들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요구한다면 공공 기관이 투기 펀드와 다를 것이 뭐냐”라고 따졌다.
실제로 쌍용건설 내부에서는 현재 “실력 행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한다. 이 조합장은 “노조를 중심으로 캠코 앞에서 집회를 가져야 한다는 등 강경 의견이 많다. 때에 따라서는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극한으로 갈 필요가 없어 자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캠코측은 원칙에 따라 매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매각 주간사인 삼정 KPMG 소시어스 컨소시엄 관계자는 “제3의 인수자가 제시한 가격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한다는 약정서를 체결한 상태이다. 공개 입찰은 이 약정서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각과 관련해 내부 반발이 나오고는 있지만 규정에 위배되지 않은 범위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공기업인 캠코 입장에서도 공개 입찰이 뒷말을 없앨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해명했다.
이같은 부담 때문일까. 쌍용건설과 캠코 등에 따르면 지난 11월9일 공개 입찰이 시작되었지만 아직까지 입찰 의향서를 넣은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히려 유력 인수 희망자로 거론되었던 웅진, 유진, 계룡건설 등이 참여 의사를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하지만 건설사가 없는 한 재벌그룹에서 인수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계속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 기업 입장에서 직원들을 무마시켜야 하는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자칫하면 인수와 함께 분쟁을 겪을 수도 있다. 때문에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쌍용건설 조합측도 결사 항전의 뜻을 명확히 했다. 이원혁 조합장은 “인수가가 높아 타기업이 인수하게 될 경우 결사적으로 대항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김석준 회장의 경영 복귀에도 이목 집중

 

쌍용건설과 관련해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김석준 회장의 행보이다. 김회장은 지난 1999년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지분 대부분을 채권단에 내놓았다. 현재 그가 가진 지분은 1.45%가 전부이다. 오너이기보다는 전문 경영인이라고 보아야 한다.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종업원 지주회사 체제가 되면 그는 채권단 눈치에서 벗어나 비교적 자유롭게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쌍용건설측은 “오너십을 버린 지가 언젠데…”라며 그 가능성을 일축한다. 회사 관계자는 “(김회장이) 그동안 역할을 많이 했다. 해외 수주 물량 중 상당수가 김회장의 인적 네트워크에 따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 경영인으로 평가받기 위해 뛰고 있는 분에게 그같은 지적은 실례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김회장의 경우 현재 직원들의 신뢰가 상당하다. 그는 현재 영업에만 전념하고 있고 우리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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