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전성기 다시 찾겠다”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7.11.1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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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에 이름 올린 프로 골퍼 박세리 인터뷰 / “다음 목표는 올해의 선수상”

 
박세리. 세계 골프계에 한국을 아로 새긴 이름이다. 세계인들이 타이거 우즈를 통해 ‘보는 스포츠’로서 골프를 즐기게 되었다면 한국인들은 박세리를 통해 비로소 월드 클래스의 골프 대회를 접할 수 있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박세리가 1998년 LPGA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보여준 맨발 투혼을 잊지 못한다. 18번 홀에서 맨발로 물속에 들어가 워터해저드 옆에 떨어진 볼을 걷어올려 연장전에 진입하고 결국에는 우승을 해낸 그 장면은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선명히 남아 있다.
박세리는 그해에 또 다른 메이저 대회인 LPGA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하며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 그녀는 한동안 아니카 소렌스탐, 카리 웹과 함께 세계 여자 골프계를 호령했다.
박세리의 성공은 한국의 많은 여자 선수들이 LPGA에 진출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는 약 45명의 한국 낭자들이 LPGA에서 활약하고 있고 여자 골프의 ‘한류’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후배들의 선전에 긴장한 탓일까. 아니면 쉴 새 없이 달려온 골프 인생의 목표를 달성한 안도감 탓이었을까. 2004년 미켈롭울트라 오픈 우승으로 명예의 전당 입회에 필요한 포인트를 모두 채운 이후 박세리는 계속된 성적 부진으로 마음 고생을 했다. LPGA 우승자 명단에 계속해서 새로운 한국 여자 선수가 이름을 올리는 동안 박세리의 이름은 상위권 순위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2년여의 오랜 슬럼프에서 벗어난 것은 이미 두 번의 우승으로 인연이 깊은 맥도널드챔피언십을 통해서였다. 그녀는 메이저 대회인 이 대회에서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자신의 부활을 알렸다. 지난 7월에는 제이미파오웬스코닝클래식에서 우승하며 그녀의 전성기가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지난 11월13일에는 미국 플로리다 주 오거스틴의 세계골프빌리지에서 박세리의 명예의 전당 공식 헌액식이 열렸다. 그녀는 명예의 전당 회원인 낸시 로페스의 소개로 단상에 올라 여자 선수로는 최연소로 25번째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되었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고 다음 목표인 올해의 선수상과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향해 새로운 골프 인생을 써내려가고 있는 박세리 선수와 인터뷰를 했다.

LPGA 홈페이지 인터뷰에서 명예의 전당 입성을 “15~16세 때부터 기다려온 날”이라고 말했다. 1997년 LPGA 테스트를 받을 때는 목표를 어디까지 뒀었나?
그때도 꿈은 같았다. 단지 LPGA에 입성하기 위한 관문인  퀄리파잉 스쿨을 1위로 통과한 후에는 다가올 시즌에서의 첫 우승에 대한 기대와 함께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국내에 들어와서 편하게 쉬겠다고 했고, 절도 다니고 여기저기 다니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그때 마음을 어떤 방법으로 다스렸나?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특별히 무슨 방법을 동원한 것은 없다. 골프에 대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정말 편안하게 쉬면서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앞만 보고 내달려온 선수 생활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골프를 통해서 받은 스트레스를 골프를 통해 풀 줄 아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박선수는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였다. 그들에게 LPGA가 결코 높은 벽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선두 주자로서 슬럼프도 제일 먼저 겪었는데, 후배들이 슬럼프를 겪는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은가?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슬럼프는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온다.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아무리 피나는 노력을 한다고 해도 슬럼프를 이겨낸다는 보장은 없다. 어느 시점을 넘어서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버리고 진정 골프를 즐기는 때가 되면 저절로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골프를 즐기는 마음이 어느 것보다 중요한 것 같다. 
최근에는 올랜도의 집과 한국의 집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 해에 보통 몇 만 또는 몇 십만㎞를 이동하는지 계산해보았나?
투어 생활 초기에는 과연 내가 얼마나 많은 거리를 움직이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계산을 해 본 적은 없다.
한국에는 보통 1년에 며칠이나 머무르는가?
1년에 대략 한 달 정도 있는 것 같다.
박선수가 한참 슬럼프에 빠졌을 때 국내에서는 결혼을 통해 안정을 찾으면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얘기도 많이 나왔다. 박선수도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얘기를 했다. 남자 친구나 결혼에 대한 소식은 아직 없나?
주위에서 결혼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들을 많이 해주신다. 결혼을 하려면 먼저 남자친구가 있어야 할 텐데. 어디 괜찮은 남자 없나? 내 마음은 언제나 열려 있다.
이전 인터뷰를 보면 올해의 선수상 수상이나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을 이루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이제 박선수의 목표가 있다면?
맞다. 다들 아시겠지만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무엇보다 올해의 선수상을 꼭 타고 싶다. 10년간 24번의 우승을 경험했고, 2001년과 2002년에는 2년간 10승을 거두기도 했지만 아니카 소렌스탐, 카리 웹, 줄리 잉스터 등과 전성기를 함께 하며 올해의 선수상을 한 번도 타지 못했다. 물론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우승하여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여자골프 선수로서 서른이란 나이는 아직 전성기를 구가할 시기이다. 몇 살까지 현역으로 뛰고 싶은가?
아직 못다 채운 꿈을 이룰 때까지는 계속 할 생각이다.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과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는 것이 일단 현재의 목표이다. 그보다 먼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어서 너무 기쁘기도 하다. 하지만 남은 목표들을 다 이룰 때까지는 현역으로 계속 뛰고 싶은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박선수를 응원하는 국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슬럼프에 시달릴 때 팬들의 격려가 정말 큰 힘이 되었다. 그때는 골프가 너무 힘들었다. 계속 좋지 않은 성적을 내는데도 많은 국민들이 ‘박세리’를 잊지 않고 걱정하고 또 응원해주었다. 귀국해서 한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세리 언니, 힘내세요’라는 말을 듣고 울컥한 적도 있다. 진심으로 오늘의 영광을 고국의 팬들과 함께 하고 싶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얼마 전 명예의 전당 입성을 축하해주기 위해 아니카 소렌스탐, 브리타니 린시컴, 폴라 크리머와 함께 한 스킨스 게임 때 보여준 국민들의 사랑은 내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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