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조실’ 갖춘 또 하나의 ‘중수부’
  • 왕성상 (wss4044@sisapress.com)
  • 승인 2007.11.1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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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칼’ 전위 부대 국세청 조사국

‘권력의 칼’인 특별세무조사 업무의 총대를 메는 부서는 국세청 조사국이다. 국세청의 ‘꽃’으로 불리며 세무공무원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이다. 엘리트 직원들이 배치되고 이들을 지휘하는 조사국장도 최고 세무 관료 중에서 발탁되는 것이 관례이다.
탈세한 기업이나 사람을 조사하는 곳으로 조직에서의 영향력이 대단하다. 특히 본청 조사국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비유된다. 그래서 조사국장을 ‘국세청 중수부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국세청장, 서울지방청장과 함께 국세청 3대 요직으로 꼽힌다.
지방국세청 조사국 위상도 예외가 아니다. 수석국장 격인 조사1국장은 조사 업무를 총괄하며 ‘정보의 허브’ 역할을 한다. 부서의 힘이 센 만큼 일의 강도도 높아 직원들 중에는 ‘올빼미형’이 많다. 서울 수송동 국세청 청사 내 조사국이 있는 2∼5층과 9층에는 한밤에도 불이 켜져 있을 때가 잦다. 취조실 구조는 검찰청처럼 되어 있고 보안이 철저하다. 부서별·팀원별 조사 내용은 직속 상관 외에 아무도 모른다. 일반인들의 접근은 물론 안 된다.
업무의 중요도만큼 국세청 조사국장은 1급(관리관)으로 승진하는 지름길이었다. 이주석·봉태열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 추경석·임채주·손영래·전군표 전 국세청장 등이 모두 조사국장 출신이다. 이들 중 몇 명은 장관으로까지 영전되었다.
이는 청와대 의지에 따라 세무조사 대상을 고르는 등 국세청이 정권 안보의 ‘도구’역할을 했던 지난날 불행한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권력 최고위층과 인연이 없으면 국세청장이 될 수 없었던 때도 있었다. 이처럼 자리 경쟁이 치열한 국세청은 인사 청탁 등 말썽의 소지도 적지 않다. 이번 전 전 청장 구속도 그런 맥락의 연장선상에서 터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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