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장에서 꿈꾼 2일 간의 악몽
  • 이재현 기자 (yjh9208@sisapress.com)
  • 승인 2007.11.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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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살인에 코믹 버무린 공포영화…말이 씨가 되어 죽는다

 
도대체 이런 영화는 왜 만들며 누가 보라고 하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영화가 있다. 보고 나서도 전혀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꿈에 보일까 무서운 장면들로 점철되는 영화는 평범한 관객들에게는 그저 악몽일 뿐이다. 그쪽 마니아들을 위한 영화이니 아예 안 보면 그만이라고 말하면 모르지만 공포를 즐기는 마니아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세브란스>는 공포 영화이다. 가을을 넘어 겨울로 가는 이 마당에 공포 영화라니, 납량물도 이제는 계절을 타지 않는 모양이다. 2007년 최고의 스플래터 무비라고 자화자찬하는 이 영화는 제10회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고 한다. 스플래터 무비란 영화를 보는 사람이 공포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호러(Horror) 영화의 일종으로 일반 공포 영화와는 달리 코믹을 함께 버무렸다는 점이 다르다.
세계적인 무기 회사 팔리세이드 디펜스 직원 일곱 명이 휴가 겸 MT를 떠난다. 장소는 사장이 구입했다는 헝가리의 초호화 별장이다. 하지만 일행이 탄 버스는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직원들을 길에 버리고 달아난다. 할 수 없이 걸어서 가기로 한 이들은 음산한 산길을 각자 제멋대로 떠들며 올라가는데 스티브(대니 다이어 분)가 사람을 보았다고 말하면서부터 공포를 예고한다. 산장은 초호화가 아니라 다 쓰러져가는 낡은 건물. 그들은 이곳에서 팔리세이드 직원 명부를 발견하고 무기를 파는 회사이니 보복을 당할 거라는 등 상상의 날개를 편다.

공포 피해 달아나는 7명의 무기회사 직원들

잠자리에 들던 질(클로디 블레이크리 분)이 다시 괴한을 발견하고 비명을 지른다. 다음 날 아침 산장을 떠나기로 하고 버스를 찾아 나선 해리스(토비 스티븐스 분)와 질은 참혹하게 죽은 운전기사를 발견하고 서둘러 산장으로 되돌아오는데 그 사이에 고든(앤디 나이맨 분)이 곰덫에 다리가 잘리는 수난을 당한다. 누가 이런 짓을 하는 것일까. 공황 상태에 빠진 이들은 모두 버스에 올라 산장을 탈출한다.
<세브란스>는 잔혹이라는 말에 충실하려는 듯 괴한이 고든의 내장을 발라내고, 나무에 묶은 질에게 휘발유를 뿌린 뒤 화염방사기를 발사한다. 사람의 머리는 잘려도 2~3분은 의식이 있다는 말을 한 해리스는 목이 잘려 죽는다. 간간이 등장하는 어처구니없는 장면이 실소를 자아내게 하지만 유치하고 공포가 코믹을 압도한다. 무기 회사 직원들을 무참하게 죽이는 것으로 반전의 메시지를 주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관객들의 몫이다.
말이 씨가 된다는 설정으로 살인을 보여주고 있으나 그리 설득력 있어 보이지 않는다. 반복되는 공포는 짜증스럽고 어서 영화가 끝나주기만을 기다리게 하는 영화. 11월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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