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별명은 ‘가시 많은 생선’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7.11.0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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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규모·관리 방식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먹기에는 맛있지만 결국 죽는다”

 

재벌 기업들은 대통령 선거가 시작되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한 때는 가능한 인맥을 동원해 유력 후보들에게 줄을 대는 것이 기업 임원들의 중차대한 임무였다. 최근에도 ㅎ그룹과 ㄹ그룹에서 사내 임원급 이상을 대상으로 대선 주자 캠프의 핵심 인물들과의 학연, 지연, 혈연 여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도 마찬가지이다. 어떻게든 대선 주자들과 인맥을 구축하는 것이 지대한 관심사이다. 정치권으로 연결되는 인맥만 갖춰지면  비자금이 오고가며 훗날을 보장받는 묵계가 이루어지는 것은 오래된 관행이다.   
비자금은 특성상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몇몇 핵심 인물만 빼고는 내부 임직원들조차 그 규모와 방식을 짐작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기업이 비자금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실체가 뚜렷하게 드러난 적이 없다.

검찰 수사로도 실체 못 밝혀

기업들의 비자금 관리 방식은 회사 내의 비밀 금고에 현금과 채권, 양도성 예금증서, 상품권 등을 보관하거나, 임원 명의의 차명계좌나 차명주식계좌로 분산해 관리하는 방식 등이 있다. 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현 대우M&A 대표)은 “우리나라의 기업 풍토에서는 비자금을 만들 수밖에 없다. 비자금은 다방면에 쓰여지는데 주로 M&A(인수·합병), 정치 로비자금, 각종 인·허가시, 거래 리베이트, 노조 관리용, 접대비, 총수 개인 용도 등의 명목으로 만들어진다”라고 말했다.
기업이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것은 단순한 인맥 구축 차원이 아니다. 기업의 덩치를 키우거나, 세금 감면, 불법 사항 해소, 감독 기관 조사 무마 등을 위해 보험금을 주기 위해서이다. 정치 자금도 일종의 보험금이나 다름없다.
김 전 본부장은 “각종 인·허가를 받거나 거래처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접대를 해보았지만, 그래도 돈이 건너가야 효과가 더 크다.”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비자금 사건이 터진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자사 계열사의 부실 채권을 탕감하기 위해 금융 기관과 금융 당국 10여 곳에 35억원을 뿌린 것으로 드러났다. 대상그룹 임창욱 회장은 불법 비자금 조성 혐의로 2005년 구속되어 1년7개월여 동안 수감 생활을 했다.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비자금을 일컬어 ‘가시 많은 생선’이라고 표현한다. 즉 먹기에는 맛있지만 목에 걸려 결국 죽는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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