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측근, 이후보측 접촉설에 “긍정도 부정도 못해”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07.10.29 12: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경준씨 귀국 둘러싼 여·야 ‘뒷거래설’ 진상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10월22일 C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경준씨의 귀국 배경에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측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은 다 안다”라고 한 발언이 정가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정후보측은 즉각 정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리고 “마치 무슨 근거 자료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있으면 한 번 밝혀보라”라고 요구했다. 정의원측은 “필요한 시기가 되면 추가 근거 자료를 밝힐 수도 있다. 그 시기를 보고 있다”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그동안 김씨 귀국 여부를 둘러싸고 정치권에 루머처럼 떠돌고 있는 숱한 소문을 처음 정식으로 거론했다는 점에서 향후 다양한 소문들의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도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을 낳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정후보 등 여·야 두 유력 대권 후보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 초부터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여권의 김씨 접촉설이 끊임없이 떠돌았다. 실제 그 중간 메신저 역할을 하는 당사자로 무기중개상으로 현재 미국에 도피 중인 김영완씨의 이름이 국회에서 직접 거론되기도 했다.
2월20일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 회의에서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김영완씨가 최근 비밀리에 입국해 정권의 핵심 인사들을 만나고 다니며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 주자를 흠집 내기 위한 네거티브 공작을 꾸미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냐”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김만복 국정원장은 “김씨가 두 달 전쯤 입국했다는 내용이 탐지되어 조사를 지시했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문의 실체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정을 한 셈이다.
김영완씨에 대한 의혹은 이후 좀더 구체적으로 확산되었다. 김씨가 에리카김 변호사와 친분이 있다는 소문과 함께 일본에서 김변호사와 함께 여권 인사와 접촉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특히 이 소문의 출처가 재미교포 사회의 한 유력 인사로 알려진 이 아무개씨라는 구체적 실명까지 등장하면서 신빙성을 더해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사실 여부를 묻는 한 기자에게 “확인해줄 수 없다”라는 입장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한사코 국내 송환을 거부하며 항소까지 제기했던 김경준씨가 지난 6월 갑자기 마음이 돌변해 한겨레 취재진과 현지에서 인터뷰를 갖고 “항소를 취하하고 한국의 송환에 응하겠다”라고 한 데 대해 여권과 ‘빅딜’했다는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연계해봐도 올해 들어 김씨가 보인 일련의 태도 변화 과정이 여러 소문들과  절묘하게 맞아 들어간다. 김씨가 대선이 임박한 시점인 10월에 들어서 항소를 취하하고 나선 것도 우연이라고만 볼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통합신당의 최고 저격수로 부각되는 한 의원을 예로 들며 “미국에서 국제 변호사로 활동 중인 가족의 도움으로 상당한 자료를 현지에서 제공받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통합신당의 한 관계자는 “김씨와의 모종의 거래설을 밝히자고 나선다면 오히려 이후보측이 더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9월께 이후보측 인사들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김경준씨 측근을 접촉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김씨에게 대선 전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소를 취하할 용의도 있다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라고 귀띔했다.
그의 말이 사실일까. 이후보측과 미국에서 접촉했다는 김경준씨 측근에게 확인을 구했다. 그는 “현재 내 입장에서는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다”라고만 언급했다.
<시사저널>이 지난 호에 보도했던 김경준씨측의 법정 진술서 내용 중에는 이와 비슷한 분위기가 엿보이기도 한다. 그에 따르면 이후보측 변호인이 김씨측에게 “우리는 당신이 한국에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며 만약 대선 이전에 한국에 안 들어간다면 소를 취하해줄 용의도 있음을 뜻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또한 김씨측 변호사는 “2001년 3월에 BBK에 대한 금감원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모든 책임을 김씨가 지는 조건으로 이후보와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라는 주장을 제기한 바도 있다.
저마다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는 주장인 만큼 정확한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아무튼 김씨 송환을 둘러싸고 한쪽은 들어오게 하려고 애쓰고, 다른 한쪽은 저지하려 애쓴 여러 정황과 흔적은 역력해 보인다. 김씨를 둘러싼 여야 양측의 막후 거래설 또한 김씨 귀국 이후에 상당 부분 베일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