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싶어도 못 먹는다
  • 이재현 기자 (yjh9208@sisapress.com)
  • 승인 2007.10.2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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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석화처럼 지나가는 요리…코믹과 음모도 어색해

 
동아일보에 연재되면서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만화 <식객>이 종이에서 스크린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미 일본 만화 <초밥왕>으로 음식 만화에 익숙해 있던 마니아들은 허영만의 <식객>에 열광했다. 주인공 성찬이 풀어내는 음식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관심을 끌 만했다. 독자들은 그의 만화를 통해 설렁탕에 뭐가 들어가고 그것을 어떻게 끓여내는지를 배웠다. 음식과 함께 드러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더러 감동을 줬다. 하지만 허영만은 이야기보다 음식에 집중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관객들이 영화 <식객>에 거는 기대는 만화 <식객>과 어떻게 다를 것인가이다. 원작만도 못한 영화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음식을 주제로 한 영화 중 우리를 가장 흥분시킨 것은 <음식남녀>일 것이다. 세 자매를 둔 주인공 영감님의 요리는 보는 이를 굶주리게 했고 마치 냄새라도 나는 양 영화에 몰입하게 했다. <음식남녀>는 음식과 함께 사랑이 주제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화 <식객>은 음식은 잘 보이지 않고 음모만 보여주고 있다. 운암정을 둘러싸고 새로운 주인이 누가 될 것인가로 시작하는 영화는 성찬(김강우 분)의 패배로 결말을 예고한다. 고향으로 내려간 성찬은 다시는 요리를 하지 않겠노라면서 종이 만화처럼 트럭을 몰고 다니며 식자재 상인으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나라 마지막 대령숙수의 칼이 나타나면서 칼의 주인공을 찾는 요리 경연대회가 열리고 여기에서 운암정을 차지한 오봉주(임원희 분)와 성찬이 대결을 펼친다.
만화 <식객> 독자들은 얼마나 만족할까
조(鳥), 어(漁), 우(牛), 적(炙), 숯으로 이어지는 대회에서 봉주는 성찬에게 온갖 술수를 부리고 이를 성찬이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영화는 피날레를 향해 나아간다. 그러나 영화는 관객에게 음식을 먹을 기회를 거의 주지 않고 있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요란한 도마질 끝에 나타난 음식은 전광석화처럼 지나가서 눈으로라도 먹고 싶은 관객들을 아쉽게 하고 있다. 드라마 <대장금>이 인기를 끈 이유는 요리를 찬찬히 보여준 성의도 한몫 했을 것이다. 만화 <식객>을 본 사람이 영화 <식객>을 찾는 이유도 화려한 진짜 음식을 보고 싶어서일지 모른다. 그러나 영화는 그런 바람을 쉽게 지나친다.
지루함을 덜기 위한 코믹한 설정도 영화를 진지하게 끌어나가는 데 방해를 하고 있다. 소고기국을 먹고 감동받은 일본인의 등장도 어색하고 그가 설명하는 육개장의 의미도 생뚱맞다. 마지막 대령숙수가 끓여준 육개장을 순종 황제가 먹고 나라의 비극에 눈물을 흘렸다니 왕실의 후손들이 들으면 기분은 좋지 않겠다. 만화 <식객>을 본 사람들에게 영화 <식객>은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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