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오는 ‘미래 도시’
  • 왕성상 전문기자 ()
  • 승인 2007.10.2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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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제자유구역 사업, 곳곳에서 소송 등으로 차질 30여 건 투자 유치에 실질 투자는 2건에 머물러

 
성장 동력을 낳을 ‘미래의 도시’인천경제자유구역 사업이 헛돌고 있다. 2003년 하반기 첫 삽을 뜬 지 4년이 지났지만 곳곳에서 차질을 빚어 사업 추진에 구멍이 나 있다. 외자 유치 부진, 공사 지연, 지역민들과의 갈등, 사업을 둘러싼 소송 등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자유 구역 내 기반 시설 지원 사업비 집행률이 낮은 것도 사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1단계 공사 만료 기간인 2008년은 물론 2단계 사업 기한인 2020년까지 계획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 같다. 트라이앵글인 송도·청라·영종 지구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지적되는 대목은 형편없이 적은 외국 자본 투자 건수이다. 2003년 8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출범 후부터 올 7월 말까지 본 계약 21건(1백71억4천6백만 달러), MOU(양해각서) 체결 9건(1백27억5천3백만 달러) 등 30건(2백98억9천9백만 달러)의 투자 유치가 이루어졌으나 실질 투자는 2건에 머무르고 있다. 인천 송도에 입주한 신약 개발사 셀트리온과 산업용 로봇 생산 업체인 스위스 규델이 실질적으로 투자한 곳이다. 나머지는 서류상으로만 되어 있을 뿐 차일피일 미루어지거나 보류된 상태이다. 본 계약 21건도 투자액이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다. 더욱이 구속력 없는 투자 협약 성격의 MOU는 언제 취소될지 모른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나친 정부 규제 탓이다.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간섭에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만든 각종 규정까지 더해져 외국사들의 투자를 멈칫거리게 한다. 미국 모건 스탠리의 경우 송도 국제도시에 3억5천만 달러 투자 계획을 밝혔으나 1차로 약속한 1억5천만 달러를 푸는 것도 주저하고 있다. 65층짜리 동북아트레이드타워 일부를 아파트로 지어 수지를 맞추려 했지만 제동이 걸려 답보 상태이다. 이는 지난 9월부터 시행 중인 분양가 상한제 때문이다. 고급 아파트로 분양 수익을 꾀하려던 청사진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각종 규제로 몸살 앓은 외국 투자자들 “개발 지연은 정부와 인천시 탓”

포트먼 그룹도 사정은 비슷하다. 송도 국제도시 6, 8공구에 1백51층짜리 인천타워를 세울 계획이었던 이 그룹은 현행 주택건설 기준에 걸려 설계조차 끝내지 못하고 있다. ‘주택과 호텔 등 숙박 시설을 함께 지을 수 없다’는 규정이 걸림돌이다. 선진 외국의 초고층 빌딩들은 주거 생활이 가능한 복합 기능 건물로 지어지는 것이 세계적 추세임에도 우리는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외국회사들이 송도 국제도시에 진출하려면 36개의 법 적용과 65개 도장을 받아야 하는 것도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다. 여기에 걸리는 시간이 최소한 1~2개월 이상이어서 외국 투자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존 하인즈 NSIC(송도 국제도시 개발 유한회사) 대표는 최근 인천시의회 산업위원회가 마련한 간담회에 나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 그는 “송도 개발 지연은 인천시와 정부 탓이다. 인·허가 승인이 늘어지고 좋지 않은 루머로 진행 속도가 늦어지는 것 같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돈보다는 이런 덫들이 수두룩해 투자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NSIC는 송도 국제 업무단지 개발을 위해 미국의 부동산 개발 회사인 게일과 포스코건설이 만든 법인 기업체이다.
송도 국제도시 11공구(3백19만 평) 매립 사업도 표류하고 있다. 이는 인천시와 해양수산부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다. 지난해 인천시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을 통해 매립 기본안을 해수부에 올렸으나 채택되지 않았다. 인천의 유일한 자연 갯벌 보존을 주장하는 환경단체의 반발과 매립 타당성이 없다는 전문기관의 용역 결과를 들이민 것이다.
인천시는 올해 송도 11공구 매립 계획 승인과 환경 영향 평가 등의 절차를 거쳐 2009년부터 공사에 들어가 2015년 준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해수부의 매립 불가 통보에다 1년 이상 걸리는 환경부의 ‘사전 환경성 검토’로 사업 추진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에 따른 공사 지연, 국가 신용도 하락은 물론 외자 유치에 타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국제 금융·위락단지가 들어설 청라지구 사업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대표적 사례가 핵심 프로젝트인 국제 업무 타운 조성 공사. 사업 발주처인 한국토지공사와 컨소시엄 사업체 간의 의견 대립으로 반년 이상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토공은 지난해 8월 6조3천억원 규모의 국제 업무타운 사업 후보자로 대우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그 뒤 사업 협약 과정에서 외자 유치 조건에 관해 견해 차이를 보이다 올 6월 토공이 컨소시엄 쪽에 사업 후보자 취소 통보를 해 껄끄러워졌다. 협약 이행보증금(6백30억원)도 몰수하기로 하고 사업권을 2순위였던 포스코 컨소시엄에 넘겨버렸다. 사업권을 잃고 보증금까지 날리게 된 대우 컨소시엄 쪽은 억울하다며 소송을 내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인천경제자유구역 내에 지어지는 아파트의 특별 분양제도 허점을 드러내 뒷말이 많다. 일부 내국인들이 자유 구역 내 아파트 분양 때 외국인 투자 회사 임직원에게 10%까지 추첨 없이 공급하는 제도를 악용해 불법으로 분양받는 일이 적발되면서 말썽을 빚고 있다. 외국인 이름을 빌리거나 분양권을 사고팔다가 적발되어 비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특별 공급 아파트는 1만8천6백15가구. 23개 외국인 투자 기업에 근무 중인 2만여 명이 신청할 수 있다.
송도·청라 지구 못지않게 영종 지구 또한 사업 진척이 더디다. 인천국제공항 지원 및 물류 거점으로 바뀔 이곳은 각종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땅 보상 논란과 함께 민간 개발을 요구하는 주민들이 인천시 등 관계 당국과 소송을 벌이며 수년 째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 지역민들은 인천시와 토공이 영종하늘도시를 개발하면서 오갈 데 없는 주민들에게 임시 이주단지도 만들어주지 않는다며 성토하고 있다.
김홍수 영종 토지수용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소송에 참여한 영종도 주민 3백68명은 오는 11월15일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리는 4차 재판 때 이주 대책과 합법적인 개발 이익 보상안을 내놓지 않으면 사업 승인 취소 등을 강하게 주장하겠다”라고 말했다.

“특별 지원 등 정부 당국의 과감한 정책 전환 따라야”

인천시 중구 용유·무의도 주민들은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독일 캠핀스키그룹 등에 용유도와 무의도 21.65㎢ 개발 사업권을 통째로 주기로 협약을 맺은 것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 10월5일에는 해당 지역 주민 1천여 명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으로 몰려가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사태가 악화되면서 인천시 중구 의회는 지난 9월19일 임시회의를 열고 ‘용유·무의 관광단지 개발 사업 기본 협약 체결 철회 요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토공은 ‘아무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12월15일부터 진행 중인 영종 지구 보상은 땅의 경우 90%, 지상물은 46% 이상 끝나 사업이 무난하게 추진될 것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주민들이 요구하는 이주단지 조성 또는 전세 자금 융자(6천만원)에 대해서도 신중히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환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행정 규제를 경제 특구답게 없애야 한다. 경제자유구역 특별법을 만들고 대통령 직속 경제자유구역 전담 비서관도 두어 각종 문제들을 정책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시민들과의 인식 차이를 좁히는 일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개발의 발목을 붙잡는 규제만 있지 특별 지원을 외면하는 정부 당국의 과감한 정책 전환이 따르지 않고서는 경제자유구역 사업이 계속 헛돌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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