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지는 한반도 대재앙 싹 틔우는가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07.10.2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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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10인이 전망하는 지구온난화 / “연평균 기온 1℃ 상승은 치명적 위협”

 
"앞으로 10년 후면 한반도에서 사계절이 사라진다. 1년 12개월 중 여름이 4개월 이상으로 늘어나는 반면 겨울은 2개월 정도로 줄어든다. 이런 변화는 한반도 기온이 연평균 1℃ 정도 상승하면서 나타난다.”
<시사저널>이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전문가 10명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내린 결론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100년 후 지구 생물의 95%가 멸종할 것이라는 유엔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의 전망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2050년만 되어도 지구 생물의 20~30%가 멸종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지구온난화는 빠른 속도로 인류를 비롯한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의 기후 변화는 과거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환경부 고윤화 대기보전국장은 “196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선진국에 비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기상청 정연앙 기후정보화국장도 “지구의 남반구보다는 북반구에서, 저위도보다는 고위도 지역에서 더 높은 기온 상승이 전망되는데 한반도 기온은 전세계 평균 기온보다 더 빨리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보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과거 35년 동안 한반도 기온은 연평균 1℃ 상승했다. 1970년대 약 12.6℃이던 연평균 기온은 2000년에 13.6℃로 높아졌다. 연평균 기온이 1℃ 상승하면 지구 생물의 10%가 멸종하고, 매년 30만명이 기후 관련 질병에 걸려 사망할  정도의 치명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2050년이면 20~30%의 지구 생물이 멸종할 수 있다는 IPCC의 전망은  2℃ 상승을 전제해 나온 것이다.

“35년 걸린 1℃ 상승, 앞으로 10년도 안 걸려”

문제는 과거 35년 걸렸던 1℃ 상승이 앞으로는 10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구온난화의 속도가 빨라져 과거 30년간 있었던 변화가 앞으로는 10년 내에 일어난다는 주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오재호 교수는 “10년 후인 2017년은 길지 않은 시간일 수 있다. 그러나 기후 변화 측면에서 보면 향후 10년은 과거의 30년에 해당되는 기간이다. 그만큼 기후 변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기상청의 자료도 이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지난 94년 동안 한반도 기온 변화를 살펴보면 1912년부터 1970년까지 약 59년 동안 연평균 기온은 0.5℃ 상승했다. 그러나 1971년부터 2005년까지 약 35년 동안은 1℃ 상승했다.

 
한반도 기온 1℃ 상승은 사계절의 변화로 이어진다. 기상청에 따르면 1920년대 약 3개월 반 정도이던 겨울이 2000년 들어 2개월 반으로 한 달 정도 줄었다. 대신 3개월이던 여름은 4개월로 늘어나고 있다.
2017년 이후 기온이 1℃ 상승하면 한반도의 겨울은 2개월 이하로 줄어들고, 여름은 4개월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 권원태 기후연구실장은 “과거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 중순까지 약 4개월간 이어지던 겨울은 이미 3개월 이하로 줄었다. 봄과 여름이 그만큼 빨리 시작되기 때문이다. 물론 짧아지는 겨울 기간에 비례해서 여름이 길어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향후 겨울은 더욱 줄어들고 따뜻해질 것은 분명하다. 또 봄이 빨리 시작하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사계절이 변할 정도의 기후 변화는 결코 단순하게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연평균 기온 1℃ 상승은 한반도 환경은 물론 우리의 일상 생활을 송두리째 바꿔놓게 된다. 기후 변화가 한반도의 대기·육지·해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자세히 살펴보자.

대기-기온 1℃, 인간 생명에 치명적인 위협

기온이 상승하는 것은 태양열이 대기 밖으로 방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범은 온실가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인데, 한반도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7년째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3백88ppm으로 2005년에 비해 약 1.9ppm 증가했다. 2005년 전세계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3백79ppm인 점을 감안하면 한반도의 온난화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국립기상연구소의 권실장은 “앞으로 우리가 온실가스를 지금처럼 계속 배출할 경우 2100년에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9백ppm 이상에 달하고 기온이 4℃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또 기온이 상승하면서 공기 중 수증기량이 증가할 것이다. 이 때문에 호우의 발생 빈도도 높아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이 1℃ 상승하면 무엇보다 우리 삶은 치명적인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10년(1994~2005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2천여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가 기온 상승과 비례한 결과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한선임연구원은 “폭염 등으로 인한 각종 열병과 질병으로 한 해에 2백명씩 사망하는 셈이다. 이는 홍수 등 자연 재해로 인한 사망·실종자 수의 2배에 달하는 것이다. 프랑스 등 유럽 지역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폭염이 계속되면 심장질환·당뇨병·고혈압·호흡기 질환이 증가한다. 특히 열섬 현상이 심한 도시 지역 시민들에게는 더욱 큰 피해를 주게 된다”라고 경고했다.
1970년대 후반에 자취를 감추었던 말라리아도 1990년대 중반부터 다시 확산되기 시작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1994년 5명이던 말라리아 환자는 2006년 2천여 명으로 무려 4백배 이상 급증했다. 또 2007년에는 말라리아 환자가 2006년보다 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기온이 1℃ 상승함에 따라 발생하는 재산상 피해도 막대하다. 최근 10년(1995~2004년)간 기상 재해로 인한 피해액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해 약 4조7천8백억원의 재산상 손실이 있었고, 2004년에는 충청 지역 폭설로 인해 약 6천7백억원의 재산 피해를 보았다. 이런 식으로 최근 10년 동안 기상 재해로 모두 18조원의 재산상 피해가 발생했다. 환경부 고국장은 “태풍·홍수·가뭄 등 기상 재해로 인한 피해가 1960년대 연간 1천억원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2조7천억원으로 20배나 증가했다. 대량 생산·소비의 경제 구조 속에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며 외적인 성장만을 우선한 결과 우리는 지금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후 변화는 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여름철이 길어지면서 냉방 수요가 증가한다. 이는 곧 에너지 사용 증가와 고유가로 이어진다. 에너지 소비량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산업 전반에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환경부 고국장은 “쉽게 설명하면 집중 호우와 산불로 관광시설과 문화재가 훼손될 수 있다. 눈이 내리지 않아 스키장 개장일수가 감소하면서 관광 수입도 해외로 빼앗긴다. 농산물 생산 역시 큰 타격을 입는다. 기후 변화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는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육지-생태계 변화가 식생활 위협으로 이어져

대구 사과, 나주 배, 보성 녹차, 제주 감귤, 횡성 한우, 울릉도 오징어 등은 지리 교과서를 보며 공식처럼 줄줄 외웠던 각 지역의 특산물이다. 그리고 수식어로 붙은 지역명은 그 자체가 고품질을 보장하는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그 공식이 깨졌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연평균 기온 7~14℃를 유지하고, 일교차가 커야 재배할 수 있던 사과는 이제는 강원도에서 더 많이 수확되고 있다. 단감도 과거에는 남부 지방에서 주로 재배했으나 지금은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만 수확되는 줄 알았던 한라봉과 감귤도 어느덧 경남과 전남 지역에 뿌리를 내렸다. 파인애플, 키위, 구아바, 망고 등 열대 과일이 이제는 외국산보다 국내산 판매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 과수과 서형호 박사는 “사과 주산지나 감귤 주산지가 형성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작물에 필요한 기온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사과는 주로 한랭지에서 재배되지만 배, 복숭아, 포도, 감귤은 그보다 더 온난한 지역에서 재배된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각 과수의 주산지가 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반도의 남쪽에서 과수 재배가 아예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주산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의 서박사는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는 ‘후지’ 사과의 경우, 평균 기온이 2℃ 정도 상승하면 한반도의 상당 지역이 품질 좋은 사과를 생산하기에 부적합해진다”라고 말했다.
농산물 공급에 이상이 생기면 축산업이 덩달아 직격탄을 맞게 된다. 도미노 현상처럼 인간의 육류 소비가 수월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있다.
작물 수확에 이상이 생기면 가축 사료가 부족해지므로 축산 업계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작물에서 연료를 얻는 바이오연료 개발이 최근 가속화되면서 작물 수급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 시민단체 에너지나눔과평화의 김태호 사무처장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식물에서 연료를 얻는 바이오연료 개발이 전세계적으로 붐을 이루고 있다. 바이오연료 개발에는 옥수수와 사탕수수가 필요하다. 이 작물은 이전부터 가축 사료로 쓰여왔다. 그러나 기후 변화에 매우 취약한 옥수수와 사탕수수가 기온 상승으로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당장 축산 업계에 비상이 걸린다. 이는 가축 가격에 영향을 주고 우리 식생활에서 육류 소비의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1990년대만 해도 서울 여의도 벚꽃축제는 4월 중순에나 열렸다. 그러나 2000년 이후에는 3월 말이면 벚꽃이 만개하는 사례가 잦아졌다. 봄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1996년부터 10년간 강원도 계방산, 경기도 광릉, 남해 금산지역의 산림을 조사·분석 한 결과 나무들의 개엽(開葉) 시기가 연평균 1℃ 상승시 7일 빨라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IPCC는 평균 기온이 1℃ 상승하면 기후대는 위도상 북쪽으로 1백50km, 해수면에서는 1백50m 정도 정상 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높은 산이나 특정 서식지에서 자라는 많은 식물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경희대 지리학과 공우석 교수는 “기온이 1~2℃ 상승해도 남서해안, 남해안, 남도 해안 지대는 겨울이 없는 아열대성 기후대로 바뀔 것이다. 중부 지방은 현재의 남해안과 비슷한 기후를 보이면서 아열대성 생태계가 나타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아열대성 기후가 북상해 삼림이 연간 0.25㎞ 이동하면 2100년에는 한반도 면적의 16%나 되는 3만6천㎢의 숲이 사라진다. 이로 인해 연간 약 4조5천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라도 담양 등 남부 지역에서만 자라던 대표적 아열대 식물인 대나무가 이제는 서울까지 상륙했다. 온대 북부 지역에서 자라던 잣나무·소나무·참나무는 재선충병, 시들음병 등 아열대성 기후대에서 나타나는 병충해의 피해를 입고 있다.
동물 생태계도 변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집흰개미의 북한계선이 북위 32도에서 35도까지 올라갔다. 솔나방은 30년 전에는 1~2차례 산란했지만 1999년 이후에는 세 차례나 산란하고 있다.
경희대 지리학과 공교수는 “아열대성 동물이 출현하고 모기 등 해충이 성충으로 겨울을 난다. 바다에서 난류성 물고기가 잡히면서 한류성 어종이 줄며 철새들이 텃새로 바뀌는 등 생태계의 변화가 걱정스러운 수준까지 왔다”라고 말했다.

해양-명태는 안 잡히고, 독해파리는 양식장에 피해 주고

바다는 어떤가. 우선 수온 상승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겨울철 동해 평균 수온은 1960년대 6.5℃였지만 1990년대 8℃로 상승했다. 무엇보다 수온 상승 폭이 크다는 점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 39년(1968~2006년)동안 동해 수온은 0.8℃ 상승했다. 남해는 1.04℃, 서해는 0.97℃ 상승했다. 일본 기상청이 최근 100년간의 전세계 해양자료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구 해양 수온은 평균 0.5℃ 상승했다. 한반도 해양 수온 상승률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해양의 수온 상승 원인으로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시베리아 고기압의 약화를 꼽는다.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연구팀 한인성 박사는 “실제로 시베리아 고기압의 세력은 매년 점차 약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과거에 비해 최근 중심 부근의 기압이 감소하고 있다. 시베리아 고기압의 약화는 겨울철 기온 상승과 바람의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기온의 상승과 풍속의 약화는 겨울철 수온을 점점 상승시키는 효과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수온 상승은 일부 어종을 멸종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동물성 플랑크톤의 서식 범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한류성 어종이 점차 사라지고 난류성 어종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1970년대와 1980년대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이었던 명태의 경우 1980년대 중반 이후 어획량이 급감해 현재는 거의 잡히지 않는다. 난류성 어종으로 분류되는 꽁치와 고등어의 어획량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한박사는 “보라문어·청새치·노랑가오리 등으로 대변되는 아열대성 어종의 잦은 출현은 한반도 해역의 수온 상승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역시 지구온난화의 영향과 무관하지는 않다는 말이다. 향후 해양의 수온이 더 상승하면 난류성 어종의 어획량 증가와 한류성 어종의 감소 현상이 지금보다 심해질 것이다. 이로 인한 어류별 어획량과 주어장의 분포가 크게 바뀌면서 열대성 어류와 해초류가 더 증가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수온 상승은 어종 변화뿐만 아니라 적조 현상과 백화 현상을 증가시켜 바다를 황폐화시킬 수도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한박사는 “지구온난화는 한반도 해양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국지적인 해수면 상승에 따른 해안선의 후퇴, 한반도 주변 주요 어종의 어장 위치 변화, 주요 어종의 서식 수심 변화, 정착성 어패류의 생태 주기 변화, 다양한 아열대성 어종의 출현 증가, 폭풍을 동반한 해일 가능성 증가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해수면 상승도 간과할 수 없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한선임연구원은 “부산 앞바다는 지난 34년(1973~2006년)간 7.8cm 상승했다. 제주 연안은 같은 기간에 21.9cm 상승해 연간 0.5cm나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구온난화의 재앙 앞에 놓여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의 정예모 수석연구원은 “정부는 기후 변화 정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황사 특보제나 폭염 특보제가 좋은 사례이다. 학계도 아열대 기후 논쟁 등을 거쳐 한반도 기후 변화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정립해야 한다. 언론도 국민에게 기후변화에 관한 정보를 세세히 전달하고, 정부에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도록 유도하는 데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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