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월’은 짧고 ‘전쟁’은 길다
  • 반도헌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07.10.0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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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영국 사례로 보는 권력과 언론의 ‘사랑과 증오’
 
 
권력과 언론이 밀월 관계를 맺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설령 밀월 관계를 형성했더라도 오래가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점은 선진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집권기에 가장 성장한 미디어를 말하라면 폭스뉴스를 꼽을 수 있다. 지상파나 CNN 뉴스에 비해 가볍고 선정적인 뉴스를 쏟아내고 신뢰도도 낮았던 폭스뉴스는 부시 정권에서 급성장을 했다. 이는 친공화당 성향을 분명히 드러내는 폭스뉴스와 부시 행정부 사이의 밀월 관계를 짐작하게 한다. 부시 대통령은 국가적 과제인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언론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 성향의 유력 언론에 대한 불만을 폭스뉴스와의 밀월로 해소하고 있는 모습이다.
 
얼마 전 총리직에서 물러난 일본의 아베 전 총리는 언론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 는 것보다 자신의 정치적 지지 기반인 극우 정치인들에게 잘 보이는 쪽을 선택했다. 아베 총리의 사임 배경에는 참의원 선거 참패, 밀실 인사, 측근들의 정경 유착 비리 등의 국내 요인과 주변국들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강경 일변도의 정책을 고집했던 국외 요인이 있었다. 하지만 우려하는 언론을 무시하고 지지 기반인 극 우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는 바람에 결국 지지 기반을 잃고 말았다.
영국의 블레어 전 총리는 언론 플레이에 능해 홍보의 귀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언론과의 밀월은 종말을 고했다. 그는 퇴임을 앞두고 ‘언론은 야수와 같다’라며 언론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언론이 떼거리 저널리즘, 옐로우 저널리즘에 빠져 있다고 성토했다. 또한 ‘인디펜던트’지를 언급하며 기사와 논평이 분리되지 않는 현대 저널리즘의 상징으로, 신문이 아니라 의견지라고 주장했다. 영국 신문들은 블레어의 연설에 즉각 반박했다. 이 라크 전쟁에 대한 결정적인 판단 실수는 블레어 정부가 범한 것으로 오히려 이전까지 언론의 우호적인 태도로 인한 혜택을 받은 지도자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쓰린 속은 달랬을지언정 임기를 멋지게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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