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속에 핀 어린 ‘소리 꽃’
  • 정락인 기자 ()
  • 승인 2007.10.0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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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장원 김나니양
 
“밥님 너 참 본 지 오래다. 니 소행을 생각하면 내가 대면하기 싫지만…”
지난 9월20일 제25회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가 전북 전주에서 열렸다. 이날 판소리 부문 장원은 김나니양(18·전주 유일여고 3년)이 차지했다. 김양은 ‘흥부가 박 타는 대목’을 익살스럽고 구성진 소리로 불러 청중들의 찬사를 받았다. 수상 소감도 이색적이었다. “나 같은 사람이 장원하니, 이런 경사가 어디 있으랴”를 판소리로 불러 청중들을 또 한번 웃겼다.
김양의 장원은 ‘눈물 속에 핀 꽃’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이 대회에 도전장을 냈으나, 예선 탈락이라는 쓴 잔을 맛보았다. 오래 달구어진 쇠는 더 단단해지는 법. 김양은 하루도 빠짐없이 꼬박 3시간씩 맹연습을 했다. 목이 터질 듯한 고통을 참아내며 소리를 질렀다. 이웃들도 김양의 소리에 웃고 웃었다고 한다. “이웃들이 시끄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건강을 걱정해주고 소리에 귀 기울여주었다. 이웃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학교에서도 여러모로 배려해주어서 오늘의 영광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양은 어릴 시절부터 예능에 소질이 많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전주 KBS 어린이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했다. 판소리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접했다. 연기 학원에서 민요를 배우면서 판소리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그러다 김세미 명창을 만나면서 본격적인 ‘소리꾼’의 길을 걷게 되었다. 김명창은 “진정한 소리꾼은 연습을 통해서 만들어 진다”라며 꾸준한 연습을 강조했다고 한다.
김양의 꿈은 스승을 능가하는 명창이 되는 것. 내년 2월에는 전주 전통문화센터에서 ‘흥부가 완창 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양은 “중앙대 국악과에 가려고 한다. 연기에도 관심이 많아서 대학 졸업 후에는 극단에서 ‘창극’을 하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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