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이 방치하면 ‘큰코’
  • 박관수 (인제의대 교수·상계백병원 치과) ()
  • 승인 2007.07.2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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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몸과 치아 경계 마모증 의심…초기 증상 때 치료받아야

 

찬물을 마셨을 때, 칫솔질을 할 때, 찬 바람이 입안으로 들어갔을 때 이가 시린 느낌을 받았던 일이 있을 것이다. 이가 시린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흔한 것은 치경부 마모증이란 질환이다. 치아는 표면부터 내부로 들어가면서 법랑질, 상아질, 치수와 같은 순서로 이루어져 있다. 법랑질은 치아 표면의 반짝거리는 단단한 부분이고, 상아질은 법랑질보다는 약간 무른 성질을 지니고 있는 부분이며, 치수는 치아의 가장 내부를 이루는 부드러운 부분으로 치조골과 연결되어 감각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법랑질은 단단한 음식물을 씹을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치아의 내부를 보호해주며, 상아질은 약간 무른 성질과 미세한 구멍들을 가지고 있어 법랑질과 치수의 사이에서 완충 작용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아질의 외부를 둘러싸고 있는 법랑질이 사라지면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바로 이가 시린 증상이다. 외부에서 가해진 차가운 자극이 상아질에 전달되면 상아질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치아 내부의 치수로 전파되어 시린 느낌을 받게 된다.
외부의 자극이 치아 내부로 전달되는 현상은 충치가 생겼거나 이가 부서진 경우, 잇몸에 염증이 생겨 내려앉은 경우에도 생기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치경부 마모증이란 질환이 생겼을 때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치경부 마모증은 치아의 경부(頸部), 즉 치아의 머리와 뿌리가 연결되는 목에 해당하는 부분(잇몸과 치아의 경계에 해당하는 부분)이 마모되어 홈이 파이는 질환을 일컫는 말이다. 치아가 마모될 때는 가장 외부에 있는 법랑질이 먼저 마모되는데 마모된 양이 적을 때는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양이 많아지면 상아질이 외부로 노출되면서 자극에 민감한 상태가 된다.
과거에는 칫솔질을 할 때 옆으로 이를 닦는 것이 치경부를 마모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단단한 음식 자주 씹어도 치경부 손상
옆으로 닦는 습관이 없어도 치경부 마모증은 생길 수 있는데 지금은 이 질환이 음식을 씹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 중의 하나로 보고 있다. 단단한 음식을 씹으면 치아에 휘는 힘이 작용하는데 치경부에 이 힘이 쏠리게 되고 이 힘은 법랑질의 결정을 조금씩 부스러뜨려 떨어져 나가게 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그 과정이 진행되면 치경부가 파이는 양상을 나타내게 된다. 단순히 음식을 씹는 것만으로도 이런 현상이 유발되니 치경부 마모증은 저절로도 생길 수 있는 질병인 셈이다. 물론 칫솔질을 옆으로 하거나 강하게 하는 습관은 저절로 생겨난 마모증을 더욱 심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치료보다는 예방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완전히 생기지 않게 하기는 어렵다. 다만 너무 단단한 음식을 자주 먹는 습관을 줄이고 칫솔질을 옆으로 하거나 너무 세게 하는 습관이 있다면 당장 고치도록 하자. 치료는 초기에 하는 것이 간단하고 고통도 줄일 수 있어 좋다. 초기 치경부에 파인 부분이 미세하게 보일 듯 말 듯할 정도일 때는 얇은 코팅막을 발라 주어 시린 증상만 막아줄 수 있다. 파인 부분이 조금 더 진행되어 살짝 파인 것이 보이는 경우에는  광중합형 레진이라는 재료를 이용해서 메워야 한다. 이 재료는 그냥은 치아와 잘 달라붙지 않기 때문에 치아 표면을 산성을 띤 젤로 부식시켜 거칠게 만든 다음 레진과 치아가 잘 달라붙도록 하는 점착성의 재료를 몇 차례 바른 후에 레진을 치아에 접합시키고 강한 빛을 쪼여 단단하게 굳어지도록 하는 과정을 거쳐서 치아와 접착시킨다.
초기에 시린 증상이 있을 때 간과하면 치료 과정이 복잡해진다. 치수를 침범해 심한 통증을 느끼는 상태가 되면 신경 치료를 하고 치아 전체를 덮어 씌워 주어야 하며 이가 부러지는 상태가 되면 이를 뽑아내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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