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부대, 정치권 대이동
  • 정락인 기자 ()
  • 승인 2007.07.2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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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캠프 13명, 박근혜 캠프 46명 합류…일부는 지나친 발언으로 물의도
 

정가에 연예인들의 줄서기가 한창이다.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캠프에는 낯익은 연예인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지지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연예계에도 정치의 계절이 찾아온 것이다. 정치판 연예인들을 일컫는 ‘폴리테이너’(Politainer)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폴리테이너는 ‘정치인’(Politician)과 ‘연예인’(Entertainer)의 합성어이다. 그만큼 연예인의 정치 성향이 두드러진다. 폴리테이너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특정 정당과 후보 지원을 발판으로 정계 진출 △자신의 정치적 소신에 따른 성향 △정치적 소신은 없으나 주변의 분위기에 편승하는 사람들이다. 각종 선거철에는 폴리테이너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해진다.
현재 두 후보 지지 의사를 표명한 연예인은 60여 명. 이 전 시장 쪽에 13명, 박 전 대표 쪽에 46명이다. 양 캠프는 연예인이 주축이 된 대규모 ‘연예인 지원단’을 발족했다. 이 전 시장측은 6월27일 ‘문화예술지원단’을 만들었다. 탤런트 이덕화씨가 상임고문, 뽀빠이 이상룡씨가 고문을 맡았고, 탤런트 이종원씨와 임대호씨는 부단장, 탤런트 김명수·배도환·이정용·정진수씨 등이 특보로 임명되었다. 탤런트 유인촌씨는 일찌감치 이명박 후보 쪽 사람으로 분류되었다. 
박 전 대표측은 7월11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박근혜를 지지하는 모임’(박지모)의 지지 선언식을 가졌다. 이날 박지모를 주축으로 ‘한국미래 리더스포럼 연예인 봉사단’이 발족됐다. 박지모에는 중견 탤런트 전원주·선우용녀, 가수 설운도·현진영·김혜영(귀순 가수)씨, 개그맨 이용식·유쾌한·황기순씨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연예인 봉사단의 단장은 유쾌한씨가 맡았다. 박지모에서는 설운도씨가 좌장 역할을 하고 있다. 탤런트 전원주씨는 “같은 여자 입장에서 힘이 되어 드리고 싶어서 왔다. 이제는 여성 대통령이 나와 우리 경제를 살려야 한다”라며 박 전 대표의 지지 이유를 밝혔다.
연예인들의 말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탤런트 이덕화씨는 이 전 시장에게 “각하, 힘 내십시오”라며 권위주의 정권에서 부르던 호칭을 사용해 눈총을 받았다. 박 전 대표 캠프의 유쾌한·설운도씨는 박후보를 제2의 선덕여왕에 비교했다. 일부 연예인은 자신도 모르게 명단에 올랐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박지모 명단에 올랐던 탤런트 이경진씨는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명단에 올라갔다”라며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다. 가수 조영남씨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손 전 지사의 민심대장정 때 동행하기도 했다. 아직 공개적인 지지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폴리테이너, 대선 가까워질수록 더 늘듯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폴리테이너의 숫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며, 유력 후보에 대해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연예계 내부에서는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가 엇갈리면서 파벌이 생겨났다. 
정치권은 연예인의 대중성을 홍보에 이용하려고 한다. 연예인은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처럼 양측의 궁합이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스타급 연예인은 선거 때마다 러브콜을 받는다. 특히 인기 탤런트 최수종씨는 영입 1순위로 꼽힌다.

 
정치권이 연예인의 영입에 공을 들이는 것은 대중적 인지도 때문이다. 인기 연예인이 선택한 후보는 유권자들의 표심도 움직인다는 속설이 있다. 연예인의 선택에 따라 대중의 지지도에도 변화가 있다는 뜻이다. 실제 선거에서 폴리테이너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후보가 연예인과 동행하면 유권자들이 몰려들었다.
지난 2005년 10·26 국회의원 재선거 당시에 있었던 일이다. 경기 광주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사덕 후보는 유세장에 탤런트 김을동씨와 송일국씨 모자를 동행했다. 홍후보를 지원하는 김씨가 아들 송씨와 함께 선거 운동에 나선 것이다. 송씨는 당시 인기 드라마 <해신>으로 최고의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송씨가 가는 곳마다 유권자들이 몰렸다. 스타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높은 관심을 불러온다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준 장면이었다. 
지난 2002년 대선을 기점으로 연예인의 정치 성향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소신에 따라 특정 정당 당원으로 활동하거나 정치적 이슈에 대해 발언을 해왔다. 영화배우 명계남·문성근, 가수 신해철·윤도현 씨는 당시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다. 탤런트 이덕화·박철, 개그맨 심현섭씨 등은 이회창 후보 편에 섰다. 가수 김흥국은 정몽준 후보를 지근 거리에서 보좌하며 선거 유세를 도왔다. 영화배우 문소리씨는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활동했다. 폴리테이너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문성근씨와 명계남씨이다. 두 사람은 동료 배우 등과 함께 ‘노무현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모임’(노문모)도 결성했다. 특히 명씨는 전국을 누비며 지지 연설에 참여했고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의 회장까지 지냈다.
연예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사람들의 행보는 어떨까. 그동안 수많은 연예인들이 정계로 진출했지만 성공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1978년에 연예인 출신 1호 정치인으로 국회에 진출한 탤런트 홍성우씨는 3선을 기록하며 비교적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배우 출신의 이대엽씨도 3선 가도를 달렸다. 탤런트
 
강부자·이낙훈·이순재·정한용·최불암, 영화배우 강신성일·신영균·최무룡, 가수 최희준, 코미디언 이주일씨 등이 국회에 진출했다. 대부분은 제대로 된 의정 활동을 하지 못하고 다시 연예계로 돌아왔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이주일씨는 정계 은퇴를 선언하면서 “4년 동안 코미디 잘 배우고 갑니다”라는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연예인의 의정 활동이 순탄치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덕화씨나 김을동씨는 정당의 공천을 받고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국회 진출에 실패한 경우이다. 강신성일씨는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옥외광고물 업자 선정과 관련해 1억8천7백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강씨는 대중적 인기를 발판으로 정계에 진출했다가 오히려 이미지가 실추된 사례로 남았다.
연예인의 정치 활동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정치적 소신이나 명분 없이 선거철만 되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연예계 내부에서도 반감이 크다고 한다. 정치적 이벤트에 일회용 얼굴마담으로 이용당하지 말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연극배우 윤석화씨는 “연예인이 정치인으로 변신할 때는 정치를 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이 검증되어야 한다. 인기에 영합해서 정치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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