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장마’ 뚫고 곳에 따라 ‘강한 햇살’
  • 왕성상 전문기자 ()
  • 승인 2007.07.1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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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장벽을 뚫기 위한 대학생들의 입사 시험 전쟁이 곧 시작된다. 올해 12월 대통령 선거로 인해 그룹사 입사 시험이 9~10월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7월부터 비정규직 법안이 발효되면서 비정규직으로 일정 기간 일하면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는 일터도 늘어날 예정이다. 채용 전문 기업 코리아리크루트가 매출액 기준 5백대 기업 인사 담당자들을 상대로 올해 비정규직 채용 동향을 조사한 결과 답을 해준 1백48개 기업 중 68.3%가 비정규직을 채용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금융 투자업과 자본 시장에 관한 법률안’ 통과에 따른 채용 시장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금융사들의 몸집 불리기와 더불어 채용이 활기를 띨 것 같다.
채용 기업체 수는 지난해 수준에 머무르거나 약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취업·인사 포털 사이트 인크루트가 최근 업종별 매출 10대 기업, 1백30개 주요 대기업과 상시 종업원 수 3백명 미만의 중소기업 3백30개 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서 잘 나타난다. 하반기 채용 계획을 묻는 질문에서 대기업의 86.6%, 중소기업의 74.8%가 뽑는다고 답했다. 지난해 수준이거나 약간 느는 셈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채용에 적극적이다. 중소기업의 ‘채용 확대’(61.5%) 움직임이 대기업(19.5%)의 세 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19%가 줄었던 올 상반기 때와 대조적이다. 지난해 하반기 채용을 하지 않았던 중소기업이 37%였으나 올해는 4.8%로 줄었다. 계획을 세우지 못한 곳도 경기가 풀리면 뽑을 가능성이 커 채용 시장의 전망은 밝다.
선발 규모는 대체로 평년 수준이다. 채용 계획을 확정한 97개 대기업 중 절반을 넘는 곳(54.6%)이 지난해 하반기와 같은 수준으로 뽑는다고 밝혔다. 19.6%(19개 사)는 지난해 하반기보다 늘리며 10.3%(10개 사)는 채용을 줄인다고 답했다. 대기업 가운데 하반기 채용 안을 확정한 회사들이 뽑을 대졸자(졸업 예정자 포함)는 9천7백여 명.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대기업 매출액 순위 100대 기업 중 85개 사를 대상으로 한 ‘2007년 하반기 대기업 채용 전망’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다. 따라서 입사 경쟁률이 꽤 높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 졸업 예정자, 취업 재수생, 재입사 희망 직장인들까지 가세하기 때문이다.

 


은행·증권·보험 ‘쾌청’, 제조·유통 ‘흐림’
업종별 매출 10대 기업과 공기업을 포함한 주요 기업(1백13개)의 올 상반기 채용 경쟁률은 평균 46 대 1로 1만1천3백61명 채용에 52만3천6백49명이 몰려들었다. 최고 경쟁률은 9백89 대 1인 제주항공. 객실 승무원 5명 모집에 4천9백47명이 지원했다.
그렇다면 취업 준비생들이 궁금해하는 업종별 채용 기상도는 어떻게 될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진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잡코리아가 국내 매출액 상위 5백대 회사를 대상으로 한 ‘2007년 하반기 일자리 기상도’ 조사에 따르면 은행·증권·보험업이 지난해보다 채용 인원을 20% 늘릴 전망이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새 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식품 ·음료·외식업·섬유·의료업도 11~13%가량 늘릴 계획이다. 석유·화학(10.7%), 건설업(7.4%) 또한 지난해 하반기보다 더 뽑는다.
하지만 제조·유통·무역업 등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줄인다. 이와 함께 공기업들의 채용문도 좁아진다. 조사 대상 38개 공기업 중 20곳이 신규 채용 계획이 없다. 신입 사원을 뽑겠다고 밝힌 16곳도 지난해 하반기(1천3백32명)보다 23% 줄어든 1천25명에 그쳤다.
업종별 전체 채용 숫자는 전기·전자(3천6백66명)가 으뜸이다. 이어 금융(3천22명), 제조(2천89명), 건설(1천7백44명), 유통(1천1백1명), 기계·철강(9백89명), 에너지(9백81명), 운송(9백54명), 자동차(9백14명) 등의 순이다. 채용 시기는 계획이 있는 기업의 28.6%가 9월로 잡았고 10월(22.4%)에도 몰려 있다.

 

여성 채용 확대·문호 개방이 특징
하반기 채용 특징은 두 가지다. 여성 선발이 활발하면서 지원 자격의 문턱을 낮추는 ‘열린 문호’가 대세라는 점이다. 공기업은 물론 대기업, 중소기업들까지도 이런 흐름을 타고 있다. 서류 중심의 전통적인 채용 방식을 벗어나 인재 선발의 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른바 다방면에 능력 있는 ‘스펙’이 좋은 사람을 뽑아도 만족할 만한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기업들의 분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인크루트가 4백29개 상장사와 60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채용 조건 변화’에 대해 조사한 결과 10곳 중 4개 사가 지원 자격 제한을 두지 않거나 완화했다. 한국중부발전의 경우 학력·연령·전공 제한이 없고 토익 기준 7백점 이상이면 지원이 가능했다. 외환은행도 얼마 전 ‘제4기 열린 공채’에 나선 바 있다. 학력·나이 등의 제한을 없앴고 만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게 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독특한 방식의 심층 면접 △전공 지식 검증 △영어 회화 실력 중시 △한자 능력 측정 등을 강화했다.
이광석 인크루트 사장은 “이같은 채용 트렌드를 감안해 인턴십 체험, 아르바이트 경험 쌓기를 통해 ‘열린 채용’ 기업에 도전해보는 것이 좋다”라며 “취업이 어려운 지방대생은 지역 전문가를 뽑는 기업에 응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여대생은 여성 채용 비율이 높은 기업을 노리는 것이 취업의 지름길이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상장사 5백78곳의 여성 채용 규모는 전체 인원(4만2천25명)의 27%이며 여성 비율이 50%를 넘는 ‘여초(女超)’ 채용 기업도 17.8%(1백3개 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여성을 많이 뽑는 분야는 물류·운송·식품·음료, 유통·무역 업종과 외국계 기업들이다. 백화점·쇼핑몰·의류·주방 용품 관련 업체들이 여성 채용을 늘렸다. 

 

한눈에 보는 ‘일자리 지도’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BLS(노동통계국) 중·장기 인력 수요 예측과 같은 ‘인력 및 취업 전망 자료’가 나온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최근 올 하반기 중 78개 산업별, 1백19개 직업별 인력 수요 전망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종류는 두 가지다. 1년 뒤를 내다보는 단기 전망과 5년, 10년 뒤의 인력 수요를 점치는 장기 전망이 그것이다. 단기 전망은 해마다 발표하고 장기 전망은 2년마다 내놓는다. 올해의 경우 9월께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권재철 한국고용정보원장은 “고용 전망 정보는 인력 수급을 둘러싼 산업 현장과 학교 간의 시각 차이를 줄여 청년 실업 해소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인력 채용 시스템이 앞선 미국의 경우 인력 수요 전망은 미래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신호 역할을 함으로써 고용 구조를 탄력적으로 만드는 중요한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이와 별도로 8월 중 대졸자의 취업 실태를 한눈에 보여주는 ‘대졸자 직업 이동 경로’를 조사·발표할 예정이다. 이 자료는 전국 대학의 ‘성적표’ 역할을 할 전망이다. 각 대학 출신자들이 어느 업종에 어떤 대우를 받으며 취직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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