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난타전' 이명박 중상 박근혜 부상
  • 김행 편집위원 ()
  • 승인 2007.06.1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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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경선 후보로 나선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의혹이 쏟아져 나오면서 대선 정국이 '검증 블랙홀'에 빠져들었다. 국민들은 이 공방전을 어떻게 볼까. <시사저널>이 유권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정치권이 ‘검증 블랙홀’에 빠졌다. 한나라당 경선에 나선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에 대한 의혹들이 쏟아져나오면서 두 후보가 자칫 만신창이가 될 처지에 놓였다. 여론도 덩달아 급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은 이후보 쪽이 더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진 것이다. 8월20일로 예정된 마치 본선 같은 한나라당 경선을 앞두고, 이·박 후보 간, 한나라당과 범여권 간에 벌어지는 처절한 생존 투쟁이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과연 누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을까?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 모두 검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시사저널>은 지난 6월12일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이명박 전 시장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근거가 있을 것’이라는 답변이 59.4%로 ‘근거가 없을 것’(23.7%)이라는 쪽보다 두 배나 많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후보 지지자들의 9.0%가,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57.3%가 ‘근거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박근혜 후보측은 어떠한가? 동일한 질문을 했다. ‘근거가 있을 것’으로 보는 쪽은 52.0%. 이후보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수치이다. ‘근거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31.1%다. 다만 박후보 지지자들은 이후보 쪽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은 39.4%만이 ‘근거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보다 더 많은 47.1%는 ‘근거가 없을 것’으로 단정했다. 이는 박후보의 지지자들이 훨씬 견고한 충성도와 신뢰도를 보여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45.9%가 ‘근거가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후보와 견주면 이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이다. 일단 박후보 쪽이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전 대표가 더 도덕적으로 보인다” 52.7%
그렇다면 의혹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할까? “만약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어느 쪽이 더 치명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이명박 전 시장’이 52.8%, ‘박근혜 전 대표’가 22.4%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국민들의 눈으로 보기에는, 이후보 쪽에서 불거진 의혹이 ‘사실이면 더 용납하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는 이후보 지지자, 박후보 지지자 가릴 것이 없다. 이후보 지지자들의 경우 46.8%가, 박후보 지지자들의 경우 66.7%가 ‘이명박 전 시장 쪽이 치명적일 것’으로 보았다. 한나라당 지지자들도 이후보(56.4%)가 박후보(20.4%)보다 더 치명적일 것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이후보 처지에서 보면 8월 경선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이는 실제 이후보에 대한 폭로 내용 대부분이 재산, 그것도 가·차명 부동산에 초점에 맞춰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동산에 특히 민감한 국민 정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게다가 국민들은 “이명박 전 시장·박근혜 전 대표 중 어느 쪽이 더 도덕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도 이후보 19.7%, 박후보 52.7%로 답했다. 특히 박후보 지자자들의 경우, 극히 일부(이 전 시장이 더 도덕적 3.1%)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87.0%)이 ‘박 전 대표가 더 도덕적’이라고 평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전 시장의 지지자들조차 ‘이 전 시장’(35.9%)보다 ‘박 전 대표’(38.4%)가 ‘더 도덕적일 것’이라고 판단한다는 사실. 이는 한나라당 지지자들도 예외가 아니다(이 전 시장이 더 도덕적 20.7%, 박 전 대표가 더 도덕적 61.3). 이것이 꼭 ‘박 전 대표가 유리하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순백의 이미지는 하찮은 오염에도 견디기 힘들어서다. 이회창 전 총재가 ‘대쪽’ 이미지를 강조하다 ‘김대업 폭로’에 무참하게 무너진 것이 좋은 예다. 이후보의 경우에는 ‘도덕적 기대치’가 그만큼 더 낮다는 의미도 된다.
 이후보와 관련한 검증 공방에 열린우리당도 가세했다. “송영길·박영선 의원이 이 전 시장의 투자운용사 BBK 주가 조작 관여 의혹과 관련해 국회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 도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필요하다’(51.5%)는 쪽이 ‘필요없다’(35.7%)는 쪽을 앞섰다. 박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필요하다’(56.8%)가 ‘필요없다’(30.5%)보다 다수이고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필요하다’(47.6%)와 ‘필요없다’(42.0%)가 엇비슷한 수준이다. 자칫 열린우리당의 공세에 한나라당이 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필요하다’(41.8%)는 쪽보다 ‘필요없다’(47.2%)는 쪽이 많았다. 그러나 이후보 지지자들의 10명 중 4명 정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는 것은 이후보측을 괴롭히는 수치일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이회창 전 총재 때문에 두 번이나 대선에서 패한 ‘이회창 학습 효과’의 뼈아픈 경험 때문으로 해석된다. 아무리 이후보를 지지한다 해도, 후보에게 결정적 하자가 있다면 그로 인해 또다시 실패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들에게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후보 당선’보다 ‘정권 교체’일 가능성이 크다.
국민들의 이같은 판단에 비추어볼 때, 한나라당 두 후보에게 쏟아지는 검증 공방은 약이 되거나 독이 될 수도 있다. 약이라면 차제에 ‘검증할 것은 확실하게 하고, 본선 경쟁력이 더 확실한 후보를 뽑자는 것’이고, 독이라면 바로 검증 후유증이다. “현재 이명박·박근혜 두 주자가 검증 공방을 벌이는 것이 한나라당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가? 아니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가”라고 물어 판단을 요구했다. 예상 외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쪽은 19.9%에 불과했다. 대다수(74.7%)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은 이후보 지지자(80.1%), 박후보 지지자(60.6%), 한나라당 지지자(72.2%), 열린우리당 지지자(77.6%)들에게서도 마찬가지였다. 국민 대다수가 두 후보 간에 벌어지는 분탕질에 역겨움을 느끼는 것이다. 결국 한나라당과 후보들의 현명한 처신은 후보 검증을 당의 공식 기구인 검증위원회에 맡기는 것일 터인데, 8월20일이라는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과연 누가 제동을 걸 수 있겠는가? 비록 후보도 없어 쩔쩔매는 상황이지만, 범여권이나 범여권 지지자들은 약 2개월간 ‘남의 집 불구경’을 즐기는 상황이다. 더구나 현재 열린우리당은 ‘이명박 죽이기’로 맞불 작전에 들어간 듯하다.
그렇다면 후보들 간 지지율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으로 ‘후보 적합도’를 알아보았다. 이명박 후보가 38.7%로 여전히 1위. 박근혜 후보(22.6%)와 16.1%포인트 차이가 난다. 그러나 2월에 실시한 <시사저널> 조사와 비교하면 격차가 상당히 줄었다. 그때는 더블스코어 차이였다. 이후보의 지지율은 10%포인트 정도 떨어졌고, 박후보는 그대로다. 박 전 대표측이 아쉬운 대목은 바로 이 부분일 것이다. 이후보 쪽에서 빠진 표가 자기 쪽으로 오지 않고 무응답으로 선회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검증 공방은 당장 이후보측에 악재로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후보 적합도×지지 고수율’은 이명박 22.0%, 박근혜 14.5%
다른 조사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아도 대체로 15% 전후의 격차다. 단, 일부 조사에서 10% 안쪽으로 좁혀진 것도 있는데, 이는 대부분 전화를 이용한 인터뷰 조사가 아닌 ARS(자동응답기) 조사로, 조사 방식의 차이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실제로 한나라당 경선에서는 전화를 이용한 인터뷰 조사를 실시하게 된다. 그 외 손학규(4.9%), 정동영(2.3%), 이해찬(1.7%), 강금실(1.2%), 유시민(1.2%), 노회찬(1.1%), 한명숙(0.9%), 홍준표(0.7%), 권영길(0.5%), 원희룡(0.5%), 천정배(0.3), 문국현(0.2%), 김혁규(0.1%), 이인제(0.1%), 이회창(0.1%) 등이 거론되었는데, 모두 지리멸렬한 상황이다. 무응답은 22.9%. 하도 범여권 후보들이 뜨지 않아 여권이 이후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후보의 지지율이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범여권 주자들의 지지율은 바위처럼 꼼짝도 않는다.
“만약 내일이 대통령 선거일이라면 다음 중 누구에게 투표하겠는가”라고 ‘후보 선호도’ 조사 방식으로 지지도를 조사했다. 현재 한나라당은 경선에 포함시킬 여론조사의 ‘룰’을 두고 이후보측은 ‘후보 적합도’를, 박후보측은 ‘후보 선호도’를 고집하고 있다. 후보 선호도의 경우 이명박 36.9%, 박근혜 25.7%로 지지율 격차가 11.2%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후보 적합도와 후보 선호도가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양측이 앞으로 ‘여론조사 룰’을 두고도 한바탕 전쟁을 벌일 가능성은 매우 크다. 그 외 손학규(4.9%), 정동영(1.8%), 노회찬(1.6%), 유시민(1.5%), 이해찬(1.2%), 강금실(0.9%), 한명숙(0.9%), 원희룡(0.6), 홍준표(0.5%), 천정배(0.3), 권영길(0.3%), 김혁규(0.2%), 문국현(0.1%), 이인제(0.1%), 이회창(0.1%) 등이다. 아직 ‘빅 2’를 대적할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만약 이명박·박근혜 두 주자와 관련한 의혹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각 후보 지지자들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 우선 이후보가 대통령으로 적합하다고 꼽은 응답자(후보 적합도)들에게만 별도로 물었다. 이후보의 후보 적합도 지지율은 38.7%다. 이들 중 56.9%는 ‘계속 지지하겠다’라며 한결같은 충성도를 보였지만, 33.4%는 ‘지지하지 않겠다’라며 철회 의사를 분명히 했다. 결국 후보 적합도와 지지 고수율을 곱하면 이후보의 지지율은 38.7%×56.9%=22.0%가 된다. 지지율이 현재의 3분의 2로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박후보와 지지율이 역전된다. 그러니 사생결단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박후보 지지자들에게도 물었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져도 ‘계속 지지’는 64.0%, ‘지지 철회’는 23.1%였다. 상대적으로 지지 기반이 공고한 박후보 쪽은 ‘지지 철회자’도 다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후보 적합도 지지율 22.6%×지지 고수율 64.0% =14.5%로 계산되었다. 박후보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에는 치명적이다.
범여권 단일 후보로는 손학규 전 지사(19.3%)가 단연 앞선다. 그 뒤로 정동영(10.8%), 이해찬(7.5%), 한명숙(5.3%), 강금실(4.4%), 유시민(4.0%), 천정배(1.5%), 김혁규(1.5%), 문국현(0.7%), 박원순(0.5%) 등이 이름을 올렸다. 결국 범여권 단일 주자 싸움은 손학규-정동영-이해찬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비록 현재 이들 범여권 주자들의 지지율은 보잘것없지만, 국민들은 후보 단일화 가능성만은 높게 보는 편이었다. “범여권이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와 같은 막판 후보 단일화를 이루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에 대해 절반가량(45.3%)이 ‘가능성 있다’, 나머지 절반가량(43.9%)은 ‘가능성 없다’고 답했다. 눈에 띄는 것은 열린우리당 지지자(56.8%), 통합민주당 지지자(61.2%), 민주노동당(55.0%), 국민중심당(68.1%) 등 반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는 점이다. 희망이 섞인 기대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범여권 주자들은 이들의 요구를 막판까지 외면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져 한나라당 후보와 범여권 후보가 1 대 1로 대결하게 되면, 지금의 상황과는 완전히 다른 판세가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이 수치는 현재 분탕질을 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이·박 두 주자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어떤 가상 대결 구도에서도 두 후보가 ‘압승’
현 시점에서 가상 대결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명박 대 손학규는 62.1% 대 25.3%. 이명박 대 정동영은 68.5% 대 18.2%. 원사이드 게임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후보는 어떠한가? 박근혜 대 손학규는 57.7% 대 29.1%, 박근혜 대 정동영은 66.8% 대 21.5%다. 그러나 현 시점의 수치만 믿고 이명박·박근혜 두 주자가 오만해진다면, 그 결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바로 범여권 지지자들의 ‘후보 단일화’ 열망 때문이다. 기적같이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진다면, 전쟁은 그때부터 다시 시작된다고 보아야 한다. 현재 정당 지지율은 한나라당 50.4%, 열린우리당 9.9%, 통합민주당 5.5%, 민주노동당 8.3%. 국민중심당 1.0%, 무응답 4.8%. 가히 현 정국은 한나라당의 독무대이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후보 앞에 놓인 ‘검증 블랙홀’은 두 사람은 물론, 한나라당까지 순식간에 빨아들일 수도 있다. 유권자들도 한나라당의 검증 공방전에 대해 결국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를 발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시퍼런 검증 칼날이 2007년 대선 초반을 난도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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