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연예인의 사생활이 1천만 네티즌에게 드러나는 데는 과연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박지윤·최동석 아나운서의 사건을 보면, 단 10시간도 안 걸린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다. 중세 시대의 실크로드가 ‘문명의 십자로’로 각광받았다면, 인터넷 시대의 초고속 광통신망은 ‘사이버 테러’의 온상으로 지탄받고 있어 아이러니하다.
연예인의 사생활은 과연 인터넷 상에서 어떤 경로를 타고, 이처럼 광속도로 유출되는 것일까? 박지윤·최동석 아나운서의 개인 사진 유출 사건을 살펴보면 경로는 극명히 드러난다.
박지윤 사진, 12시간 만에 1천만명에게 퍼져
급기야 오전 10시. 박지윤 아나운서가 각종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로 등장했다. 재미난 것은 박지윤 아나운서뿐 아니라 막장갤러리도 함께 인기 검색어로 포털 사이트에 급부상하며 4월29일 내내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것. 결국 이날 오후 2시 넘어서는 1천만 네티즌이 박지윤 아나운서 개인 사진 유출 소식을 언론을 통해서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사고’가 났다 하면 항상 범인으로 지목받는 디시인사이드와 막장갤러리는 어떤 곳일까? 디시인사이드는 디지털 카메라 인사이드(digital camera inside)를 줄인 말이지만 DC는 디지털 콘텐츠(digital contents), 디지털 커뮤니티(digital community), 디지털 커머스(digital comerce) 등의 의미도 갖고 있다. 1999년 10월 디지털 카메라 전문 사이트로 시작된 뒤 2002년 이후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인터넷의 트렌드와 이슈가 창조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회원제가 아닌 철저한 익명주의에다 게임·스포츠·연예 등 동호인 모임인 갤러리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어 그들만의 정보 공유가 빠르게 이루어진다. 이 중 막장갤러리는 각 갤러리에서 ‘사고’를 자주 치는 문제 네티즌들이 따로 모여 노는 곳이다.
디시인사이드에 근무했던 한 직원은 “드라마 갤러리가 생기면서 여성 이용자가 급속도로 늘어났고, 많은 상주 네티즌들이 연예인의 미니홈피나 각종 드라마 게시판, 연예인 팬 카페 게시판 등에서 생긴 소식을 이곳에 제일 먼저 퍼나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이트가 회원제도 아닌 데다 아이피도 프록시 서버를 쓰는 탓에 추적이 불가능해 문제의 소지가 있을 법한 게시물을 마구 올리는 네티즌이 있다. 유동 아이피를 쓰기 때문에, 아이피를 삭제하거나 차단시켜도 문제의 네티즌을 사이트에서 원천 차단시킬 수 없어 연예인의 사생활 사진 등이 올라오는 사고를 막을 길이 없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네티즌으로부터 스타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는 인터넷 실명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정부는 오는 7월27일부터 제한적 본인 확인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물론 완전한 실명제는 아니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해당자를 추적할 수 있다. 디시인사이드에서도 실명제·회원제를 두고 찬반 양론이 현재 팽팽한 상태다.
연예인들,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
서울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의 이수란 경위는 “예전에는 기업이나 단체의 홈페이지나 시스템 해킹에 대한 사이버 테러 사건 접수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의 사생활, 개인 정보 유출 같은 사건이 많이 접수된다. 올해부터 경찰청마다 사이버 수사대 전담팀을 상설하고 있으며, 인력이나 장비, 교육을 통해 수사 역량을 강화해 접수된 범죄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김태희는 인터넷에서 퍼졌던 괴소문에 대해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해 범인을 잡아냈으며, 박지윤 아나운서도 개인 사진을 처음 유출해 인터넷에 올린 네티즌에 대한 수사를 의뢰해 법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사생활만큼이나 연예인의 사생활도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도덕 의식이 모두에게 자리 잡아야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