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앞길에 ‘암초’는 없다
  • 박경부 (한·일 해저터널연구원 이사장) ()
  • 승인 2007.05.0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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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지진판 없어 현재의 공법으로 ‘무난’…일본측, 3개 노선 검토

 
한·일 해저터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일 해저터널은 부산 또는 거제도와 일본 사가 현 가라쓰(佐賀縣 唐津) 사이의 바다 밑에 도로와 철길이 들어가는 터널을 놓는 초대형 프로젝트이다. 길이만 자그마치 2백여 km에 달한다.
한국에서는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일·한 터널연구회를 중심으로 활동이 활발하다. 일본측은 1982년부터 1991년까지 9년간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위한 지형 측량, 시추 조사 등 기술 조사를 실시했다.
현재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서 검토되고 있는 노선은 모두 3개이다. 첫째는 가라쓰에서 이키시마(壹岐島)와 쓰시마(對馬島)를 통해 부산으로 오는 노선이다. 둘째는 쓰시마 서쪽 바다를 통해 거제도로 오는 노선이다. 마지막으로는 쓰시마 서쪽 바다를 통해 부산으로 오는 노선이 있다.
해협의 폭과 수심은 이키 수도(水道) 길이 28km, 최대 수심 55m, 이키-쓰시마 간 길이 49km, 최대 수심 1백10m, 쓰시마~부산 간 길이 49km, 최대 수심 2백30m로 측정되었다.
공법은 교통 시스템 건설과 에너지·정보·통신의 수송에 맞도록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다. 첨단 공법인 실드 터널, 침매 터널, 수중 터널 및 산악 공법 등이다.
지질은 규슈(九州)의 히가시마쓰우라(東松浦) 반도가 가라쓰 탄전을 형성하고 있다. 제3기층의 퇴적층·현무암(용암)·화강암 등이 분포되어 있다. 화강암 중에는 모래상 풍화라고 부르는 모래 부분이 있는데 붕괴되기 쉬운 성질을 갖고 있다. 이키 본도에는 이키쇼군(壹岐層群)이라고 불리는 제3기층의 퇴적암과 이를 덮고 있는 현무암(용암)이 분포하고 있다. 이키는 수자원이 부족한 바위들이 형성되어 터널 굴착시 환경 차원의 시험이 필요하다.
터널의 중계지가 되는 쓰시마 동쪽 바다는 동수도(東水道), 서쪽 바다는 서수도(西水道)로 불린다. 동수도 해역에는 시치리가소우네(七里ヶ曾根)라고 불리는 암초가 있고 그 주변에 화산암이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제3기층이어서 연약한 지층인 곳들이 있다.
쓰시마 자체가 다이슈쇼군(對州層群)이라고 불리는 제3기의 퇴적암이다. 남부에서는 화강암류가 관입되어 그 주변부가 열 변질로 굳은 층이다. 지질로 보면 전 노선에서 제일 문제가 적은 지역이다.
쓰시마 서수도의 해저부에는 쓰시마와 같은 제3기층의 다이슈쇼군이 분포하고 있다. 한국측에서는 중생대 백악기의 경상층군(慶尙層群)이라고 불리는 지층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여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
터널의 해저 거리보다도 건설 지역의 지질 조건을 우선적으로 살펴야 한다. 기술 진척에 따라 터널의 굴착 거리가 길어도 터널의 시공 기간은 단축될 수 있다. 해저터널 노선 선정에 적합한 요건은 △해저 거리 △해저 지형과 심도(노선 및 주변 해저 지형의 요철, 또는 해저 산맥, 병행해서 넓은 분지의 구멍, 해부·해분 등 조사) △지질 조건 △육상 기지의 입지 조건(기자재 야적장, 버럭 처리시설, 정비 수리공장) 등이다.
이론적으로는 연약 지질을 피해 깊은 곳을 굴착하려면 산악 터널 공법, 얕은 연약 지질을 굴착하려면 실드 공법이 바람직하다. 얕은 지층의 굴착에 적합한 실드 공법도 수심이 1백50m 정도의 얕은 바다 밑에서 적용된다. 
지질에 관계 없이 침매 터널 공법도 고려된다. 이 공법은 미고결 연약층이 있는 곳에서 터널의 함체를 해저부에 얕게 침설하는 방식이다. 지질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는 공법이지만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항이 많다.
3개 노선의 공통점은 여러 공구로 나누어 굴착하고, 가능하면 인공섬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공사 기간은 약 15년에서 20년이 걸린다. 공사비를 상세하게 산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어떤 교통 체제 갖추느냐도 중요 요소


 
한·일 해저터널은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평화의 가교 역할뿐만 아니라 문화 교류도 촉진할 것이다. 아시아 전역은 물론 유럽과도 연결되어 유라시아 대륙 횡단의 대동맥이 될 것이다.
한·일 해저터널 건설이 계획대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고속, 대량 수송, 다목적, 안전, 확실, 간편, 임의성 등 기본적 조건을 갖춘 교통 체계가 갖추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고속철도 방식과 도로·철도 병용 방식의 2개 안이 검토되고 있다. 고속 수송 수단으로 부상 열차 도입도 고려 중이다. 하지만 아직 주행 시험 단계여서 성과를 본 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터널의 크기나 형상을 결정하는 단면 구성 요소는 다음과 같다. 터널 내를 주행하는 자동차, 고속철도, 초고속철도(부상 열차) 등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차선 용량에는 단선·복선(왕복 2차선)·다차선 등이 있는데 어떤 차선을 선택할 것인가, 전력용 케이블·상수도관·정보통신용 광(光)파이버 케이블 등과 같은 것을 설치할 것인가, 방재나 유지 관리 체계의 형성에 필요한 시설 및 그 전용 공간은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등이다. 이같은 조건들을 고려해 터널의 소요 단면적이나 형식이 결정된다.
한·일 해저터널과 같은 장거리 해저터널은 해저 중앙부나 해저 최심부에서 표고가 최저가 되는 V자형이 된다. 터널 내부의 용수를 유도하기 위해서 해저 양안부를 저표고로 하는 W자형의 배수 터널이 적합하다. 터널 건설 전체 체계는 기능적으로 배분·구성되어야 한다.
한·일 해저터널이 건설되기까지는 여러 가지 기술적 검토가 있어야 한다. 다각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장 적합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한·일 해저터널 건설은 어디까지나 기술 영역의 문제다. 특히 해저 지질은 자연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검증이 더 필요하다.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는 것이다.
세이칸(靑函) 터널은 연장 53.8km 구간에 시멘트 풀 주입 산악 터널 방식으로 건설되었다. 또 영국·프랑스 해저터널은 연장 50.45km 구간에 실드 터널 공법이 적용됐다.
한·일 해저터널은 일본 규슈 가라쓰에서 이키 섬까지 28km, 이키에서 쓰시마까지 75km, 쓰시마에서 거제도까지 66km 구간이 가능하다. 지질상의 문제점을 보완하면 한·일 해저터널 건설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한편 한·일 해저터널 후보 노선 부근에 지진 기판은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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