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이산화탄소, '보물단지'가 되다
  • 손준영(KBS 울산방송국 프로듀서) ()
  • 승인 2007.03.2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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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권 거래 시장 '후끈'...신기술 개발 촉매제 구실도

 
KBS 울산방송국은 최근 창사 특집 특별 다큐멘터리 <CO₂-세계는 왜 주목하는가>를 방송했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이제 이산화탄소는 ‘돈’이고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분명한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정책 개발과 기업들의 경쟁력 확보에 도움을 주기 위해 그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2006년 5월. 독일 쾰른 메세에서는 제3회 카본 엑스포가 열렸다. 주요 상품은 이산화탄소. 탄소 거래는 물론 사업 계약 등도 함께 이루어지는데 하루 평균 1백 건이 넘는 계약이 성사되었다. 2005년 1백34개국이던 참가국도 1백50개국으로 늘어났다.
세계는 이제 단순한 환경 오염의 주범에서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상품이 된 ‘이산화탄소’를 주목하고 있다. 배출권 거래는 대부분 기후거래소에서 이루어진다. 이산화탄소를 줄인 기업이나 국가가 기후거래소에 배출권을 내놓으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 국가 혹은 이를 상품화하는 금융권에서 사들인다. 이산화탄소 거래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기후거래소는 현재 11곳인데 대부분 유럽에 몰려 있다. 가장 활발한 거래소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다. 지난 2004년에 문을 연 유럽기후거래소는 네 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인데 이곳에서 전세계 이산화탄소 거래의 80%가 이루어지고 있다. 전세계 이산화탄소 거래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 2012년에는 시장 규모가 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의 가격 또한 시간마다 달라진다. 포티스 뱅크의 환경상품팀장인 세브 씨는 1t당 16.40유로에 구매한 탄소를 16.45유로에 판매했다. 1t당 5센트씩  100만t이면 5만 달러의 차익을 남기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탄소 시장을 세계에서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시장으로 전망하고 있다. 포티스 뱅크의 탄소배출권 담당자인 세브 월하인 씨는 탄소 시장이 100조원 규모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교토의정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08년이 되면 현재보다 5~6배 정도로 커질 것이다. 이같은 급성장의 배경에는 교토의정서가 있다. 지난 1997년, 제3회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교토의정서는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자 ‘강제 감축’을 제시했고 이에 전세계가 합의했다. 미국을 제외한 대다수 선진국들이 의무국이다. 이들 국가의 의무 감축량은 많게는 28%에서 적게는 6%로 이를 어길 경우 2008년부터는 이산화탄소 1t을 배출할 때마다 100유로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환경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교토의정서 의무 감축국이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CDM, 즉 청정개발체제이다. CDM은 개발도상국에는 환경 기술의 이전, 선진국에는 의무 감축량 달성이라는 윈-윈 전략을 지향하고 있다. 국제기후변화협약기구의 제노스 파스쯔토아 씨는 “교토의정서 합의 이후 세계는 10억t 정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였다”라고 밝혔다.
북해를 향해 날개를 펼친 거대한 해상풍력발전단지. 2002년에 완공된 호른스레우는 덴마크 최대의 해상풍력발전단지로 80개의 풍력발전기가 연간 15만 가구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생산해낸다.
덴마크에서는 어디를 가나 풍력발전기를 쉽게 볼 수 있다. 낙농 국가로 잘 알려진 덴마크에서는 개인 농가에서도 풍력발전기를 세우고, 쓰고 남은 전기를 정부에 판매하기도 한다. 이처럼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오늘날과 같은 풍력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풍력발전으로 CO₂ 줄이고 돈도 번 덴마크


현재 덴마크 소비 전력의 20%를 풍력이 충당하고 있다. 덴마크의 온실가스 감축 할당량은 21%. 이를 줄이기 위해 덴마크는 풍력을 시작으로 신재생 에너지의 연구와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덴마크의 노력은 기업의 이익으로 이어졌다. 베스타스는 전세계 풍력산업을 이끄는 덴마크의 대표적 기업으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풍력발전기의 99%가 수출되고 있다. 현재 베스타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32%에 이른다. 풍력발전기 제작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날개를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정밀하게 갈아내는 것인데 베스타스는 이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교토의정서 발효로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 19년 전 베스타스의 직원은 고작 50명 정도였지만 현재는 1만1천명이 넘는다. 풍력산업의 발전이 고용 창출의 효과까지 가져온 셈이다.
독일에서는 석탄 대신 갈탄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독일의 환경 기술은 이미 수출 단계에 들어서 있다. 독일 서부에 위치한 레버쿠젠은 인구 16만명의 공업 도시로 ‘바이엘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전세계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줄인 기업으로 꼽히는 바이엘은 유해 물질인 온실가스를 50%나 감축시켜 세계적인 친환경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바이엘이 개발한 환경 기술은 플라스틱을 만들고 코팅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완전히 분해하는 신기술과 전기 분해 장치를 통해 전력 사용량을 줄이며 화석연료를 적게 사용함으로써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이다.
온실가스를 감축시킬 수 있는 환경 기술은 CDM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확실한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바이엘 역시 그 황금시장을 노리고 있다. 독일의 환경 기술 개발은 자동차산업에도 큰 변화를 일으켜 환경 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수소 자동차를 개발해냈다. 그 선두 주자에 서 있는 기업이 BMW이다. 이들은 교토의정서 발효 이전부터 ‘클린 에너지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공해를 만들지 않는 자동차 개발에 주력해왔다. 그중 BMW가 선택한 것이 바로 수소 연료로 움직이는 자동차이다. 수소는 태워도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하는 최후의 연료라고 할 수 있다. 유럽자동차연합 보고서는 2008년부터 휘발유 1ℓ당 18km를 주행해야 유럽으로의 수출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BMW는 기술 개발에 3조7천억원을 투자했다. 전체 매출의 7%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BMW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수소 자동차는 2007년 4월부터 본격 출시될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기후변화협약에 대비한 3차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07년까지 22조원의 엄청난 자금이 투입될 계획이다. 하지만 당장 가능한 시스템이 없다는 것과 심의 제도가 빠져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강희정 건국대 교수는 “정부에서 3차에 걸친 종합대책을 마련했지만 단순한 온실가스 감축 시책을 종합한 것에 불과하다. 앞으로 얼마만큼 체계적으로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만약 이대로 이산화탄소 의무 감축국이 될 경우, 우리 경제의 앞날은 예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교토의정서로 시작된 탄소 전쟁은 철저하게 자국을 위주로 한 냉정한 경제 전쟁이기 때문이다.
UNEP 리소 센터의 욘 펜한 연구위원은 “만약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 등에 개의하지 않는다면 이산화탄소 감축 기술을 가질 수 없고 기업들은 신기술을 얻지 못할 것이다. 한국은 오염이 가장 심각한 나라가 되고 국제 사회에서 비난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교토의정서가 상품화시킨 이산화탄소는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시장과 높은 무역 장벽을 형성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새로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가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이 위기가 될지 기회가 될지 그 선택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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