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책)section4 100년 해로한 부부도 섹스는 가능하다
  • 조성완(명동이윤수비뇨기과) ()
  • 승인 2007.02.1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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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이유로 금기시되었던 노년기의 성이, 노년층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조금씩 공론화되고 있다. 한국 영화 <죽어도 좋아>를 보며 많은 사람이 공감도 하고, 외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것들>에서 발기약까지 먹어가며 성을 쫓아다니는 노년의 잭 니컬슨 모습도 과거에는 관심 밖이던 우리네 할아버지들의 실상을 보여주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배우자를 잃고 혼자된 노년기의 재혼도 많이 늘어났다. 진료를 하다 보면 재혼을 앞두고 발기 기능이 약해진 것을 해결해보고자 병원을 찾는 60~70대 남성들도 자주 만나게 된다. 성적 능력도 없이 재혼하는 일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은 언제까지 성관계가 가능할까. 우스갯소리로 남자는 베개 들 힘만 있어도 여자를 찾고 여자는 남자하기 나름이라 무덤에 갈 때까지 할 수 있다고 말들을 하지만, 실제로 자신의 성기능을 자랑하는 할아버지를 건강하다고 부러워하기보다는 주책이라고 흉보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현대 의학의 발달로 나이를 먹어서도 남자나 여자나 ‘하고 싶을 때까지 할 수 있다’로 바뀌다 보니, 또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가능해지다 보니, 노인의 성생활은 이제 당사자들만의 은밀한 비밀이 되어버렸다.
노년층이 많은 일본에서 1997년 60세 이상 노인들에게 의식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나이가 들어 노후에 연애 및 결혼에 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자가 남성 50.2%, 여성 41.5%나 되어, 절반 이상이 노후의 새 출발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누구나 나이를 먹더라도 배우자와 함께 하는 삶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고, 이성 간의 조화에서 ‘성(性)’의 역할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노년의 성생활을 방해하는 원인들과 해결책들을 정리하여, 좀더 풍족한 노년의 성생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나이 먹어서 잘 오는 남성 질환

1.남성 성기능 장애
흔히 ‘고추가 섰다’고 표현하는 발기는 성적 충동을 느끼면 스펀지 모양의 ‘음경해면체’라는 혈관 기둥 안으로 혈액이 몰려 성기가 커지고, 빠져나가는 혈관을 눌러서 발기가 유지되게 되어 있다. 따라서 발기는 내분비계(호르몬)·신경계·혈관계·심리 현상의 복잡한 작용에 의해 일어나고, 이 중 한두  가지만 문제가 생겨도 기능 저하가 발생한다.
발기부전이란 남성의 발기가 약해져 남녀 모두가 만족스러울 정도의 성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전체 성생활 중 25% 이상 일어날 때를 말하며, 모든 연령층에서 일어날 수 있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성인 남성의 5~10%는 발기부전증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잠재적인 환자는 더 많을 것으로 집계된다.
발기부전의 원인은 크게 심리적 요인과 신체적 요인으로 분류되고, 신체적 원인은 신경계 이상, 혈관계 이상(동맥성·정맥성), 내분비계 이상(호르몬) 등이 대표적이다.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은 흔한 성인병이 바로 대표적 원인이기도 하며, 이러한 질환의 치료 약물도 가끔 발기부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일단 원인 질환을 잘 치료해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다음과 같은 치료로 보완할 수 있다.

발기부전 치료
1) 심리 요법
심인성 발기부전증으로 확인되면 원인이 되는 여러 가지 정신적 문제를 제거해주기 위해, 정신과 의사·심리학자·성상담자 등 전문인의 상담과 치료를 받아 문제를 해결한다. 
2) 비수술적 요법
① 경구용 약제 및 남성호르몬 주사:경구용 약제로는 가장 먼저 만들어진 비아그라부터 그 후에 나온 시알리스·레비트라·자이데나 등이 있다. 거의 비슷한 원리로 작용을 하지만, 약의 종류와 용량에 따라 작용 시간·효과·부작용 등에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술과 병용하는 것은 좋지 않고, 특히 심장질환 환자나 고령층에서는 의사와 세밀한 면담을 한 후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② 발기 유발제 자가주사 요법:고령층에서 널리 사용하며 보편화된 치료 방법으로, 음경해면체에 혈관 확장제를 가느다란 주사 바늘을 이용해 직접 주사해 인위적으로 발기시키는 방법으로, 먹는 약에 효과가 없어도 대부분 발기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다. 주사 후 5분 정도 경과하면 발기가 시작되어 5~10분 경과 후 음경이 최고로 발기되고, 용량만 잘 조절하면 1~2시간 정도 지속된다.
③ 진공 펌프:진공 상태의 실린더 내에 페니스를 가두어 발기 압력에 필수적인 혈류를 발기 조직 내로 빨아들여 발기시킨 후 고무 밴드로 음경을 조여 발기를 유지시키는 방법. 장시간(30분 이상) 발기 유지가 불가능하고, 조작이 복잡하며 성기에 상처를 낼 수 있어 제한적으로만 사용된다.
3) 수술적 요법
발기를 담당하는 혈관에 문제가 발견되어도 혈관을 직접 수술해 치료하는 것은 젊은 환자에서조차 그 효과가 그다지 좋지 않다. 다만 다른 비수술적 치료로도 발기 기능에 도움을 받지 못할 경우 자신의 기능을 대신해 ‘음경보형물’을 삽입하는 수술 치료를 고려한다. 음경보형물은 크게 굴곡형·세조각형·자가팽창형으로 나눌 수 있다.
▶굴곡형(구부렸다 폈다 하는 보형물):굴곡형은 평소에는 구부려서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숨겨두었다가 사용시에만 쭉 펴서 발기 상태를 만들 수 있다.
▶세조각형(외부에서 표시가 나지 않는 보형물):세조각형은 펌프·저장고·실린더 등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발기 및 이완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으므로 기능 면에서 우수해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이다. 평소에는 옛날처럼 작아진 성기가 음낭 안의 작은 펌프를 누르면 커져 얼마든지 관계하고, 펌프의 다른 부위를 눌러 가라앉히는 방법으로 정상 기능과 유사한 방법이다.
▶자가팽창형(자체 저장고를 갖고 있는 보형물)

2.갱년기 장애 
여성에서 폐경기를 전후로 급격한 신체 변화가 오듯이 남성에서도 40~50대가 지나면서 남성호르몬 감소로 여러 가지 노화 현상이 급격히 진행된다. 흔한 증상을 들자면,
쭥성욕·발기력 저하
쭥우울한 기분, 자신감 결여, 집중력 감소, 사소한 일에 짜증내는 빈도 증가
쭥체중의 증가, 체형 변화(특히 복부 비만)
쭥체모(머리카락·털)의 소실 혹은 감소
쭥근육의 약화, 근력 저하
쭥안면 홍조, 빈맥(맥박이 빠른 증상)
쭥골밀도 감소(골다공증) 등등
이러한 증상이 뚜렷하면 병원을 찾아 호르몬을 포함한 몇 가지 검사를 받고, 필요하다면 남성호르몬 보충 요법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다만, 호르몬 치료에서 주의할 점은 전립선암이 있을 경우 남성호르몬이 늘면서 진행이 빨라질 수 있으니 사전에 확인이 필요하고, 본인의 기능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호르몬 치료를 줄여야지, 맹목적으로 계속 사용하면 오히려 자신의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어 전문의의 지도가 필수적이다.

3.배뇨 장애
나이를 먹은 남성이 소변 보는 데 문제가 생기는 까닭은 대부분 전립선에 문제가 생겨서이다. 흔한 증상으로 화장실에 자주 가고(빈뇨), 다 누어도 시원하지 않고(잔뇨), 소변이 바로 시작되지 않고 뜸을 들여야 나오기도 하며(배뇨 지연), 소변 줄기가 약하고 힘이 없으며,  한번 소변을 보더라도 여러 차례 소변 줄기가 끊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증상은 대부분 전립선 비대증이 주원인이지만, 가끔 전립선암이나 염증도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약물 치료나 수술 치료로 나아진다.

4.음경만곡증
음경만곡증이란 발기될 때 음경이 바나나처럼 휘는 것을 말한다. 평상시에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다가도 발기가 되면 심하게 휘어져 정상적인 성관계가 어렵거나 본인이나 상대에게 통증을 일으키기도 하며, 점점 더 휘어져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약간 휘는 것은 문제되지 않아 지켜보지만, 점점 휘거나 성관계에 방해가 된다면 수술 치료로 교정하는 것이 좋다.


나이 먹어서 잘 오는 여성 질환


 
1.갱년기 장애
여성이 나이가 들면서 난소의 기능이 저하되어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감소되고 신체적·정신적 증세를 보이는 것을 갱년기 증상이라고 한다. 30대 중반 이후 서서히 호르몬 생산이 감소하기 시작하다가 40대를 지나면서 심해져 폐경이 된다. 갱년기 증상은 다음과 같다.

월경 주기의 변화
홍조감(폐경을 전후한 화끈거림), 식은땀, 가슴 두근거림, 기억력 감소, 불면증, 우울증
비뇨 생식기의 위축 증상:질 건조증, 질 소양감, 성교통, 성교 불쾌감, 요실금, 방광염
피부 조직 변화:탄력성 감소, 건조, 화장이 잘 안 받음, 주름살 증가, 기미, 주근깨
골다공증 유발, 심장병 증세
갱년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호르몬을 직접 조절해주는 호르몬 치료가 효과적이다. 그러나 호르몬 치료의 안정성이나 효과에 대해 찬반 양론이 있어 부인과 의사와 충분한 상담 후에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2.과민성 방광
소변을 너무 자주 보거나(빈뇨), 밤에 자주 깨거나(야간뇨), 소변을 참지 못하는 증상(절박뇨)가 반복되면 ‘과민성 방광’을 의심한다. 소변의 정상 횟수는 사람마다
차이가 크지만 보통 하루 8~12회 이상 소변을 볼 때는 하루에 몇 번이나 얼마만큼 소변을 보았는지 일기(배뇨 일지)도 적어보고, 비뇨기과를 찾아 검사로 방광염과 같은 다른 질환 여부를 확인해보며, 별다른 이유가 없이 계속 자주 보는 경우 정밀 검사를 고려한다.
너무 예민해진 방광을 조절해주는 많은 약들이 개발되어 장기간 약물 치료로 좋아질 수 있지만, 의사와 함께 적당한 약을 적절한 용량으로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3.요실금
나이 먹으면서 나타나는 것 중에 소변이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흐르는 ‘요실금’이 있다. 요실금이 있으면 위생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냄새가 나고 화장실에 자주 가야 하기 때문에 외출을 꺼리게 되고 대인 관계에도 지장을 주며, 성관계를 할 때도 오줌이 샐 수 있어 성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면서 방광이 처지고 요도가 꺾여 생기는 ‘복압성 요실금’은 가장 흔한 요실금으로 그 정도에 따라 약물 치료, 골반 운동이나 전기 자극과 같은 비수술적 치료와 처진 방광과 요도를 올려주는 수술 치료로 나을 수 있다. 요실금으로 고생하는 노년 여성이 많아지면서 수술적인 방법과 기구도 많이 개발되어 비교적 간단하고도 안전한 방식의 수술법이 늘고 있다.
소변을 지린다고 모두 같은 원인이 아니다. 간단한 방광염이나 방광 자체의 기능 이상도 종종 있어, 병원을 찾아 검사와 진단을 정확히 받고, 원인에 알맞은 정도의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4.여성 성기능 장애
여성 성기능 장애의 원인은 남성보다 더욱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남성과 유사한 신체적 원인은 물론이고. 훨씬 더 복잡한 정신적 요인뿐 아니라 대인 관계상 갈등과 주변 환경까지 복합되어 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남성과 마찬가지로 나이를 먹으면서 호르몬 대사의 변화로 생기는 성적 욕구의 저하나 분비물의 감소까지 성관계를 방해하는 요인이 되곤 한다.
증상으로는 성욕이 너무 없거나 성관계 자체에 혐오증을 갖기도 하고, 남편이 원해서 응하기는 하지만 흥분을 느끼거나 좋다는 쾌감을 못 느끼기도 하며, 오히려 아파서 통증을 느끼거나, 너무 두려운 나머지 질 입구가 꽉 닫혀 열리지 않는 질경련증이 생기기도 한다.
원인이 복잡한 만큼 해결책도 쉽지 않고, 부끄럽다고 의사들에게 솔직한 증상을 잘 털어놓지도 않아 여성의 성기능 장애는 현재까지도 완벽한 해결책이 많지 않지만, 원인에 따라 매우 좋은 효과를 보이는 약물도 개발되고 있고, 환자의 낫고자 하는 의지와 배우자의 협조만 있다면 점진적인 해결을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다.
특히, 나이로 인한 신체의 변화와 신체 기능의 변화를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파트너도 예전과 같지 않음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서로의 성을 다시 찾으려 노력한다면, 폐경기가 지났다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요즘은 남성 의학의 도움으로 기능이 한층 좋아진 할아버지들도 늘어나, 마음 먹기에 따라 10여 년 전보다 월등히 나은 성관계가 가능할 수도 있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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