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장 김상철
  • 김세원(고려대 초빙교수) ()
  • 승인 2007.01.3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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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원 (고려대 초빙교수)

 
'자유북한인 1만명 돌파 기념대회’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새터민’과 이들의 국내 입국을 도와온 기독교회 관계자 3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월27일 오후 6시 서울 종로5가 한국교회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탈북자들을 입국시키는 데 앞장서온 이들에 대한 표창과 수상 연설, 새터민 출신들로 구성된 평화통일예술단의 공연과 영상 관람, 강철환 북한민주화운동 대표의 결의문 채택으로 이어졌다.
사선을 넘은 ‘귀순 용사’에서 시작해 더 나은 삶을 찾아나선 ‘탈북 입국자’(새터민)가 1만명을 넘어선 날짜는 지난 1월3일.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 등에서 조사나 교육을 받은 이들을 기준으로 한 숫자다. 이들 이외에 중국·태국·몽골 등 제3국에서 한국의 대사관이나 영사관의 보호를 받으며 입국 대기 중인 인원이 5백여 명, 중국 등에 머무르면서 한국이나 미국으로 갈 기회를 찾고 있는 재외 탈북자는 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회에 앞서 24일 오후 서울 역삼동 미래한국빌딩에서 만난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의 김상철 본부장(변호사)은 “탈북민 1만명 돌파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를 널리 알리고 싶어 행사를 준비했다”라고 밝혔다.

1만명 돌파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이제 탈북민은 남북 분단의 상징이나 ‘지척의 이방인’이라는 희소성을 넘어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야 할 이웃이자 형제라는 사실이다. 몇 백명, 몇 천명과 1만명이 넘는 것은 느낌부터 다르다. 둘째, 이들 탈북민이 북한에 있는 혈육과 친지에게 보내는 돈이 실제 북한의 주민 경제를 돌리고 나아가 김정일 체제를 뒤흔들 수 있다.
탈북민들은 한국에서 식당일이나 막노동을 해서 번 돈을 한 번에 100만원, 많게는 3백만원을 북한에 드나드는 조선족이나 평양과 신의주에 사는 화교를 통해 북한의 가족 및 친지에게 보내고 있다.
북한에서 한 가족 생활비가 10달러 정도 되는데 노동자의 평균 월급이 한 달에 1달러 정도 한다. 1달러 가지고 생활이 안 되니까 장마당에 물건도 내다 팔고 밭떼기 농사도 짓는 등 수단 방법을 안 가린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공식 환율과 암시장 환율 간의 차이가 몇십 배여서 100만원(약 1천 달러)을 보내면, 중간 수수료를 30% 정도 뗀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거액이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친척·친지 중에 남한 정착 탈북민이 있으면 “개천에서 용 났다”라고 말한다.


북한에서는 배급하는 식량과 물품이 모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하사품인데 실제 생활에서 배급 물품보다는 남한에서 오는 돈이 생계를 좌우하니까 지도자의 영향력이 줄어든다는 것인가?


그렇다. 1만명이 넘는 탈북민들이 보내는 엄청난 거금이 북한 주민의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쳐 주민들이 더 이상 당과 정부에 생계를 의존하지 않게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1997년 최악의 기근이 닥쳤을 때 북한 주민들은 당을 믿고 있다가는 굶어 죽는다는 사실을 터득하게 됐다. 그리고 평양을 제외하고는 배급이 거의 중단된 상태다. 결과적으로 당과 직할 기관을 제외하고는 김위원장의 권위가 매우 약화되었다.


자유북한인이라는 호칭이 새로운데.


나는 탈북자 대신 탈북민이라는 용어를 쓴다. 탈북민은 크게 중국 등 제3국 체류 탈북민과 국내 입국 탈북민으로 나눌 수 있는데, 국내 입국 탈북민을 가리키는 공식 용어는 ‘새터민’이다.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 남으로 왔다는 의미에서 자유북한인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는 어떤 단체인가?


 
1999년 3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산하 탈북난민보호 유엔청원운동본부라는 명칭으로 설립되었다. 국제 사회가 탈북민을 경제 이민자(Economic Migrant)가 아니라 국제적 난민(Refugee)으로 인정하도록, 탈북 난민 보호 1천만명 서명 운동과 함께 탈북민 실태 조사, 탈북민 구출 활동을 시작했다. 그해 12월에는 탈북민 출신인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와 함께 제네바의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실을 방문해 2백57만명의 서명과 탈북민 2천1백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 조사 결과를 전달했다. 설립 2년 만에 1천만명을 돌파해 2001년 3월 유엔본부에 1천1백80만명분의 서명을 전달했고 유엔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이 통과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로는 중국에 체류 중인 탈북민들을 한국에 데려오는 일을 해왔다.
지금까지 우리 단체를 통해 입국한 탈북민들이 1천여 명 된다. 지난해부터는 북한구원운동본부 소속으로 바뀌어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북한 구원의 차원에서 탈북민 구출 활동을 하나?


그렇다. 탈북민을 통해 북한에 소식을 전하거나 물품과 돈을 지원하고 복음을 전도한다.  물에 젖지 않도록 비닐에 인쇄한 전단 수백만 장을 커다란 비닐 풍선에 넣어 북한으로 날려 보내고 북한 접경 중국 도시에 거점을 마련해 북한에서 출장 나오는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정보도 얻는다. 단파 라디오 2천여 대를 나눠주기도 했다.


탈북민이 한국에 오기까지도 힘들지만 도착 후 한국 사회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일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입국 후 지원은 하지 않는가?


탈북민들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한국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남북한의 제도가 워낙 달라 정착이 본질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탁아소에서부터 인간에 대한 불신과 증오를 교육받는다. 따라서 그들은 남의 선의를 절대로 믿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그들을 한국 사회에 적응시킨다고 집단 정착촌도 말하는데, 그렇게 바람직한 방법은 아닌 것 같다. 힘들어도 여러 곳에 흩어져서 각자 열심히 살다가 좌절했을 때 모여서 회포를 풀고 다시 충전하면 된다. 그런 모임을 우리가 지원해주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탈북민들에게 남한 사회에 적응하도록 노력하라고 하기보다는 북한에 있는 당신의 혈육과 친지를 도와 김정일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헌신하라고 말한다. 남한에서 2류 국민으로 살려고 하지 말고 북한을 해방시켜 자유 통일이 된 후 북한 지역의 지도자가 되라고 말한다.   


공교롭게도 대북 지원 단체는 진보 성향, 탈북자 지원 단체는 보수 성향으로 나뉘어진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북한 내의 구호 시설이나 의료 시설을 지원하려면 북한 당국과 교섭을 해야 하므로 눈치를 보게 된다. 지원 물품이 과연 이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일반 주민에게 전달되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 없다. 목숨을 걸고 제 나라를 버리게 만든 북한 정권을 도우면 안 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반면 탈북자를 지원하면 이들이 보내는 돈은 당 간부의 배를 불리지 않고 그대로 북한의 일반 주민들에게 전달된다. 북한이 무너지면 공산당 1당 독재를 끝장내고 자유민주국가를 건설하는 데 앞장설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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