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연연해하지 않고 갈 길 가겠다"
  • 김행 편집위원 ()
  • 승인 2007.01.3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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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캠프' 정두언 의원/ "철저히 정책 대결로 승부"

 
"우리는 유목민 캠프다. 뚜렷하게 누가 무얼 맡고 하는 식이 아니다. 기동력이 뛰어난 몽골 병사들처럼 싸운다. 조직 편의상 일련번호가 ‘AF 030번(AF는 안국포럼의 약자)’ 정도까지 갔지만, 캠프는 사람이 적을수록, 실무진 위주로 움직일수록 좋다.” 정두언 의원이 말하는 이명박 캠프의 원칙이다. 이명박 캠프는 마치 대기업 기획조정실처럼 기획·정보·언론·홍보 업무를 빈틈없이 수행하는 듯이 보였다. 다음은 정두언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손학규 전 지사 쪽에서 공격했듯이, 이재오 최고위원이 ‘절대 중립’을 지키지 않고 이 캠프를 돕고 있는데.

그는 대표 경선까지 나갔던 분이다. 자기 스스로 판단하는 정치인이 아닌가? 우리 쪽에 합류한 분들도 있지만, 절대로 줄을 세우지는 않는다. 한나라당 경선을 국회의원 머릿수로 계산하면 안 된다. 경선이 시작되면 대의원들을 직접 상대해 득표전을 펴겠지만, 그 전까지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국민과 후보가 직접 소통하도록 할 것이다.


지지율이 50%가 넘는 1위 후보인데, 수성 전략은?


결국 자기와의 싸움 아닌가? 인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원칙을 가지고, 소신 있게, 정도를 간다. 청계천 복원 때도 반대가 많았다. 3천여 명의 노점상이 들고 일어났고, 중앙정부와 환경단체들을 설득해야 했다. 그 과정이 무척 어려웠지만, 원칙대로 밀고 나갔다. 부안 방폐장이 결국 실패하는 것을 보라. 원칙대로 밀고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경부 운하에 대해서도 개발 도상 시대의 건설업자식 발상이라고 하는데 이는 차원 낮은 비난이다. 물류가 늘어나면 당연히 길을 만들어야 하는데, 있는 강을 준설해서 터널 하나 안 만들고 물류망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인기에 연연해하지 않겠다는 것이 지지율을 지키는 비결이다. 끝까지 정책 대결로 선거를 치르겠다.


현재 지지율에 여당 후보 표와 고건 표가 일시적으로 이동했으니, 실제로는 50% 깎아야 하는 것 아니냐?


역으로 보자. 왜 여당 표와 고건 표가 이명박에게만 가냐. 그의 지지율이 높은 이유는 ‘경제 대통령’이라는 브랜드와 ‘한나라당은 싫어도 이명박은 좋다’는 중도·개혁·제3 지대·호남 표가 합쳐진 것이다. 또 과거 이회창처럼 단독 후보가 아닌, 박근혜 20%, 손학규 5%라는 경쟁자가 있는 상황에서 50%를 넘은 것이다. 혹시 여당 후보 표가 좀 빠진다 해도 과거 여당 표에서 오는 표가 더 많다.


박찬종·이회창 모두 대선이 있었던 해의 1월 여론조사에서 1등을 했지만, 대선 결과 여론조사 1위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다.


무슨 소리인가? 김영삼 후보도 1위였다. 그게 무슨 법칙인가? 이회창은 한나라당에서 경쟁이 없는 1위였다. 그러나 이명박은 다르다.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와 경쟁력을 갖춘 1위 후보다. 이제 정치 지형이 바뀌었다. 과거 틀로 보면 안 된다. 지역·세대·이념 간 대립 구도가 바뀌었다. 단체장·광역의원 선거에서 호남에서도 무소속이 당선되고, 영남에서는 무소속과 열린우리당 당선자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념적 지형도 중도 실용 노선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즉, 다른 경력과 스타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기업가 정신과 경영 마인드를 갖춘 정치인, 즉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한 시대다. 이같은 정치 지형이 가속화되면 될수록 이명박의 지지율은 더 오를 것이다. 이명박의 지지율이 빠지려면  그와 똑같은 유형의 후보가 나와야 한다. 그건 어려울 것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 후보 검증 문제를 놓고 ‘이명박 필패 카드’를 말하기도 하는데.


결국 본선 경쟁력이 없다는 뜻인데, 이미 서울시장 선거를 치른 사람이다. 2002년 당시, 김민석 후보는 아무리 뒤져도 아무것도 안 나오자 ‘차라리 의혹이 있는 것처럼 내버려두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미 검찰 조사도 여러 차례 받았다. 오죽하면 뜬금없는 ‘황제 테니스’로 몰아붙였겠는가? 당내 검증은 이회창에게 두 번이나 쓴맛을 본 사람들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격’이다. 이명박은 설령 뭐가 있다 해도 이젠 안 먹힌다. 클린턴은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재선되었다. 경제를 살렸기 때문이다. 이명박에게는 ‘비전과 희망’이 있다. ‘일 좀 하려는데, 왜들 붙들고 늘어지느냐’ 하는 여론도 많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인터넷상에 이명박과 관련된 수십 가지 X파일이 돌고 있다.  현재의 지지율은 그런 의혹까지 포함한 ‘종합 성적표’다.


그렇다면 당내 후보 검증론은?


당내 후보 검증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후보 개인의 약점이 있는가를 당 내에서 따지겠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되었다. 어느 정당에서 자기 당 후보에게 자해 행위를 하나? 언론과 사회단체 등에서 하면 된다. 정도로 가면 모든 난관을 이긴다. 부자 몸조심하듯 기득권에 연연해하지 않고 ‘내 갈 길 가겠다’는 것이 우리의 선거 전략이다. 청계천으로 서울시장 선거를 치른 것처럼, 철저히 정책 대결로 가겠다.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해서는?


이미 대의원 여론조사에서도 우리가 이기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민심이 곧 당심 아니냐. 꼭 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끼리만 체육관에서 하는 것보다는 가급적 국민 참여 비율을 더 높여 민심을 수렴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현 경선 규정이 9개월에 걸쳐 50여 차례나 수정된 것이라고 하지만, 대선 승리가 목표이지, 경선 룰을 지키는 것이 목표일 수는 없다. 경선 룰이 금과옥조는 아니지 않은가. 본선에서 이기려면 한나라당 경선 제도로 되겠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물론 지금 규정으로도 이길 자신이 있지만, 경선 룰을 특정 후보의 유불리로 따지지 말아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도 이회창 대표 시절에 국민 참여를 주장하다 결국 탈당까지 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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