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만난 풍경 캐나다에서 본 풍속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7.01.0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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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산문집 펴낸 성우제씨
 
한국에서 시사주간지 기자로 13년 동안 일했던 성우제씨(44)가 펴낸 산문집은 <느리게 가는 버스>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그 제목에 ‘멀쩡한 직장 그만두고 왜 이민을 가느냐’는 반응을 뒤로하고 캐나다 행을 택한 사연이 숨어 있다. 기자 시절, 캐나다 출장길에 버스 운전기사가 시각 장애가 있는 승객의 하차를 돕고, 바쁜 출근 시간임에도 누구 하나 시간 지체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이 없는 풍경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그는 청력 장애가 있는 아들에게 오로지 좀더 나은 성장 환경을 마련해주고픈 아비로서의 마음 때문에 이민을 결행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곳에서의 삶이 녹록한 것은 아니었다. 13년 동안 ‘펜대’를 굴리고 살던 그는 현재 자영업자로 변신해 육체 노동으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책에서 그는 5년 동안의 시고 떫은 이민 생활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의 메시지는 “한국 사회에서 누리던 알량한 기득권을 모두 버리고, 가고픈 ‘그곳’ 생활의 고민과 고단함에 대해 각오하고 오라”는 말로 요약된다.

문화 기자, 특히 미술 전문기자로 이름을 날렸던 그답게 성씨의 책에는 천재이자 기인 백남준에 관한 일화, 그 못지않은 기벽으로 유명한 소설가 김훈에 관한 추억 등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산문집이지만,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한국 사회와 캐나다 현실에 대한 충실한 풍속 보고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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