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에 도전하는 집념의 평화 전도사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6.12.2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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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박정은 팀장(35)은 그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북한 핵실험, 북한 인권, 평택과 한·미동맹, 이라크 파병·군축….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이슈의 홍수 속에서 박팀장은 이틀에 한 번꼴로 밤을 새웠다. 밤 12시 안에 귀가하는 일도 드물었다. 주말을 잊은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그렇게 열심히 일했건만 박팀장의 2006년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주한미군이 줄었지만 방위비 분담금은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평택에서는 미군의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군인과 경찰이 나서 농민들을 막무가내로 내쫓았다. 이라크 파병 연장에 이어 레바논 파병까지…. 이 모든 것이 ‘동맹’이라는 이유를 앞세웠다. 이 동맹 논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박팀장의 가장 큰 고민이자 숙제다. 박팀장은 “평화운동은 되는 일도 없고, 눈에 보이는 성과도 없었다. 국가가 하는 일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면서 정보조차 접근할 수 없었던 일이 가슴 아프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나면 올해의 노력이 평가받는다는 것을 박팀장은 알고 있다.

시민운동을 한 여느 사람들처럼 박팀장도 참여정부에서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평화군축센터를 여는 작업을 한 사람들이 청와대에 들어가면서 확실한 창구도 생겼다. 그러나 이라크 파병을 결정할 때부터 박팀장은 참여 정부에 대한 기대를 버렸다고 한다. 박팀장은 정부 판단에 시민사회 단체의 의견이 영향을 미친다는 언론에 더 큰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관료를 통제하지 못해 위에서 하는 말과 아래서 하는 말이 다르다. 관료는 어느 나라를 위해 일하는지 모르고, 아무도 관료에게 책임을 누구도 묻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팀장은 내년에는 ‘평화’라는 단어를 잊고 사는 시민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정부가 외면하는 상황에서 시민단체 한두 군데의 힘으로 올바른 동맹 관계를 정립하는 일이 역부족임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여연대와 시민 간에 평화에 대한 연대감을 공고히 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2000년 대학원에서 노동 정치를 전공한 박팀장은 선배의 권유로 참여연대에 몸담았다. 사는 데 보탬이 될 것 같아 잠시 들르는 곳으로만 생각했는데 어느덧 7년차 활동가가 되었다. 박팀장은 “미국과 북한이라는 ‘동맹’은 성역과도 같아서 거론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었다. 그래서 도전해보고 싶다는 오기가 발동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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