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폭’으로 활짝 열린 ‘신개념 설원’을 품는다
  • 이우석 (스포츠서울 기자) ()
  • 승인 2006.12.01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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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 시즌 맞아 대형 슬로프 잇달아 개설 새로 문 연 하이원, 국내 최초 ‘스키 열차’도 선보여
 
스키장이 넓어졌다.'
스키장이 진화하고 있다. 1920년대 국내 최초로 세워진 원산 체육협회 홍흥리 스키장이, 1975년 눈 많기로 유명한 강원도 평창군 용평리에 리프트를 갖춘 현대식 스키장(현 용평리조트)이 처음 들어섰다. 국내 스키 리조트는 30여 년 역사 속에서 본격적인 대중화와 함께 세워졌고, 1990년대부터 전성기를 지금껏 이어가고 있다.

현재 국내 스키 리조트는 15개, 스키 인구는 5백여 만명에 이른다. 일본이 1996년을 기점으로 매년 스키 인구가 급감한 반면, 국내 스키 인구는 매년 10%씩 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수치가 말해주듯 스키는 이처럼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계절 레포츠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게다가 올 시즌 스키 즐기기는 좀더 쉬워졌다.

스키어들의 ‘실크로드’ 격인 영동고속도로의 차선 확장구간(4~8차로)이 예년에 비해 상당 구간 늘었고, 스키장 두 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또 리조트마다 슬로프·고속 리프트·찜질방·물놀이 시설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손짓을 하고 스키어들을 향해 있다.

이번 2006∼2007 시즌에 대비해 여러 대형 스키 리조트들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눈에 두드러진 변화는 바로 광폭 슬로프다. 지난 시즌 용평리조트가 선보인 폭 1백80m의 메가그린 슬로프에 이어 현대성우리조트는 올 시즌 기존 델타3와 델타4 슬로프 사이를 아예 터서 새로운 델타 플러스 슬로프를 만들었다. 하이원스키장은 출발점부터 아예 넉넉한 광폭 스키장으로 선보인다. 이같은 슬로프의 확장은 미리 예견되었던 변화이기도 하다. 스키장의 핵심이랄 수 있는 리프트와 곤돌라 등 운송 수단들이 한 번에 많은 수의 스키어들을 정상에 올려보낼 수 있을 만큼 빨라졌고 또 커졌기 때문이다.

 
한 번에 여섯 명이, 또 빨리 도달함에 따라 정체 현상을 막기 위해 아예 정상에서부터 넓어야만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졌다. 이것이 바로 리조트들로 하여금 광폭 슬로프의 필요성을 중시하게 한 직접 원인이 되었다. 어쨌든 덕분에 올 시즌 스키어들은 카빙스키와 스노보드에 올라 ‘광활한’ 슬로프에서 좀더 박진감 넘치는 활주가 가능해졌다.

새 아파트에 입주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모든 것이 새것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좋은 것이다. 스키장도 그렇다. 새 스키장에서는 하다못해 렌탈하는 부츠와 스키 플레이트도 모두 최신형이다. 그리고 콘도미니엄도, 잠깐 앉아서 쉬는 레스토랑도, 눈을 터는 컴프레셔마저 모두 새것이다.
종합레저 기업으로 변신 중인 강원랜드가 4천여 억원을 들여 만든 ‘야심작’ 정선 하이원스키장은 개장 전부터 스키 마니아들 사이에서 많은 화제를 뿌렸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슬로프 총연장 길이가 21㎞로 용평리조트(32㎞)와 무주리조트(22㎞)에 필적하는 매머드급 스키 리조트라는 점이다. 두 번째 이유는 스키 열차의 출현이다.

정상에 3백60° 회전하는 전망 레스토랑 갖춰

하이원 정상은 두 개이지만 사실 세 개나 마찬가지다. 마운틴 톱과 밸리 톱, 이 두 정상 사이에 위치한 톱오브더톱에는 n서울타워처럼 3백60° 회전하는 전망 레스토랑이 들어섰는데 이곳에서 출발하는 슬로프도 네 개나 된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설계한 듯 UFO를 닮은 회전식 전망 레스토랑에서 백두대간의 산봉우리가 삐죽삐죽 솟은 구름 바다를 바라보면, 가슴이 탁 트이는 것이 다시 곤돌라로 내려온다 해도 아쉽지 않을 정도이다. 풍경만 보고 있어도 리프트권이 아깝지 않다.

표고차 6백60m의 살벌한(?) 슬로프가 백운산(1376m) 정상에서 뻗어 내려온다. 스키장에서 홀대받기 십상인 초보자들을 위한 스키학교가 베이스 쪽이 아닌 백운산 정상에 위치해 초보 스키어들이 대접받는 듯한 분위기도 인상적이다. 또 18면의 모든 슬로프를 평균 40m 이상(이중 4면은 폭 80m의 초광폭 슬로프)으로 설계한 이른바 ‘광폭 스키장’이다. 모든 스키어들이 간절히 원하는 ‘광활한’ 슬로프 면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까닭이다.

 
숙박 시설은 4백3여 실의 콘도미니엄과 하이원호텔(1백97실)이 있다. 틀림없는 기업형 스키 리조트임에도 불구하고 원목을 사용한 유럽식 고급 콘도미니엄 풍경은 하이원을 ‘마을식 스키장’처럼 정감 있게 만들어준다. 21평(복층 31평), 32평(복층 48평), 37평, 48평, 61평 등 다양한 평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객실 모두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원래 회원 가격이 없어 1박당 12만(9평)∼80만원 선(61평)에 이르는 숙박비가 다소 부담스러운 것이 단점이다. 하지만 바로 인근에 4백77실의 강원랜드 호텔도 있고, 몇 년 전부터 고한읍에 펜션·모텔·찜질방이 즐비하게 들어서 다른 스키장에 비해 숙박 시설은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어서 스키 열차를 운행한다.

기차·셔틀버스 이용하면 ‘빙판 운전’ 걱정 끝

하이원스키장이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스키 전용 열차는 국내 스키 문화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하나의 파격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우리나라 스키어들은 반나절 스키를 즐기기 위해 한나절 이상 운전하는 것에 익숙해 있었다. 그래서 새벽같이 일어나 눈길 위에서 거북이 운전을 해 겨우겨우 스키장에 들어서면 오전·오후·야간·철야 스키까지 타고 돌아가야 조금이라도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을 잘 모르는 일본인 스키어들이 볼 때 철야 스키는 신기한 ‘열풍’ 쯤으로 비친다. 그들은 보통 스키 장비를 택배로 부치고 기차를 타고 리조트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하이원스키장과 한국철도공사가 스키 전용 열차는 기존의 우리 스키 문화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신제품’이다. 하이원스키장은 철도공사측에 서울(서울역 출발·3백54석)과 부산(부전역 출발·3백84석)에서 매일 1회 왕복하는 스키 전용 열차를 특별 주문해 지난 11월10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객차 안에는 넓은 좌석과 카페, 가족실 등이 설치되고 장비 전용 칸도 따로 준비했다. 기차가 고한읍에 도착하면 무료 셔틀 버스가 5분 간격으로 이어지며 장비를 숙소까지 옮겨준다. 문의 전화 서울 출발(KTX레저 1544-7786), 부산 출발(삼성여행사 051 442-4500)

신설 오크밸리, 서울과 가까운 것이 강점

하이원스키장과 함께 이번에 개장하는 오크밸리 스노우파크는 총 아홉 면의 슬로프로 규모가 작은 편이다. 강촌리조트 정도의 규모다. 기존 오크밸리 회원이라면 모를까 숙박 시설도 만만치 않다. 총 41만 평 부지 위에 세워진 스노우파크의 슬로프 9면(총연장 6.2㎞ 상급 2면, 중급 5면, 초급 2면)은 최장 길이가 1.6㎞다. 그래도 스노우파크는 강원도권 리조트 중에서 심리적으로 서울과 가까운 (사실 문막IC에서도 1차선 도로를 따라 한참 들어간다) 원주시에 위치한 덕에 수도권 스키어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숙박 시설은 스노우파크에 새로 지은 콘도미니엄(2백40실)과 기존 골프장 콘도미니엄(7백20실)이 있지만 아직 펜션·모텔 등 인근 숙박 시설이 부족해 여건이 100%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에 안성맞춤이다. 규모가 작은 대신 스노우파크측은 수준 높은 서비스에 중점을 두었다. 호텔처럼 주차 도우미가 있어 여성 고객의 장비를 운반해주고 뉴질랜드 출신 원어민 영어 강사가 영어로 어린이들에게 스키를 지도하는 어린이 스키 강습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게다가 초고속 리프트(시간당 9천명) 3기와 최신식 제설기 100여 대를 도입,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고 눈이 많지 않은 원주 지역의 단점을 보완했다.
확 달라진 새로운 스키장들이 스키어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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