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 대신 ‘흥겨운 표’나 선물할까?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6.11.0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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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선택] 뮤지컬 아이러브유

메신저에 등록된 한 지인의 대화명을 보고서 웃었다. ‘경조사 쓰나미.’ 온라인으로 말을 걸었더니, 결혼식·돌잔치로 주말에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 또한 요사이 챙겨야 할 경사(!)가 많았다. 한 번은 결혼식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다가 저녁 늦게 ‘왜 안 왔냐’는 신랑 친구의 전화를 받기까지 했다.

릴레이 결혼식과 돌잔치에 참석했던 주말 저녁에 시간을 내어 뮤지컬 <아이 러브 유>를 보았다. 뮤지컬 <아이 러브 유>는 유쾌하고 발랄하다. 무대 2층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들려주는 음악도 흥겹다. 세대별 사랑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빠르게 전개한다. 남녀가 만나는 일에서부터 연애와 사랑, 그리고 살아가면서 겪는 일들과 섹스, 육아, 가족, 노년기의 사랑까지. 총 20개 장에 걸쳐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지는 코믹한 로맨틱 뮤지컬이다. 특히 남성보다는 여성 관객의 호응도가 컸다. 공연이 끝난 후 무대 맨 앞자리에 모여 있던 한 뮤지컬 동호회원들(거의 대부분 20~30대 여성이었다)은 각자 준비해온 손 푯말을 들고서 열광했다. 마치 아이들 스타에게 환호하는 10대 소녀처럼. 2004년에 초연해 지금까지 세 차례 시즌제 공연에 관객 33만명이 본 데는 역시 이유가 있었다.

웃고 박수치고, 공연장을 나오면서 생각했다. 깜박 잊고 결혼식에 참가하지 못했던 친구에게 부조금 대신 이 뮤지컬 표를 전해줄까. 흥겨운 청량제 같으니. 돈이 아니라서 싫어할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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