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참여 과학자 ‘낙하산’ 타고 훨훨?
  • 이인식(과학문화연구소장 ·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
  • 승인 2006.11.0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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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의 시사과학] 과학기술 관련 정부 기관에 10여 명 자리잡아
 
최근 한나라당이 노무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라고 밝힌 1백40명 중에는 과학기술 관련 정부기관에 자리를 잡은 정치권 인물이 10여 명에 이른다. 대부분 낙하산으로 정부 산하단체 임원이 된 사람들의 친목단체인 ‘청맥회’ 회원 명단에 들어 있는 인물들이다.

거물급으로는 이호일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 허성관 광주과학기술원 원장, 나도선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 이은희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이주헌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 등이 꼽힌다.

장관급인 이호일 이사장은 서울공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서울상대를 졸업한 정보통신 전문가로 중부대 총장을 지냈다. 열린우리당 정책연구원 이사이며, 경복고 동창인 문희상 의원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경복고 출신으로 참여정부에서 두각을 나타낸 박영일 과학기술부 차관, 임주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 이덕환 산업기술연구회 이사가 그가 가깝게 지내는 후배들이다.

허성관 원장은 동아대 상학과를 나온 미국 경영학 박사로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 1분과 위원, 해양수산부 장관,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냈다. 과학과 무관한 사람이 과학기술 교육기관의 수장 자리를 꿰차서 물의를 일으켰다. 서울대 약대를 나온 나도선 이사장은 울산의대 교수로서 줄곧 정치권을 기웃거린 맹렬 여성이다.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될 뻔했으며 경력과 거리가 먼 과학문화 기관장이 된 뒤 한때 노조가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은희 이사장은 연세대 철학과를 나온 직업 정치인으로 2002년 노무현 후보 비서를 거쳐 대통령 제2부속실장이 되었다. 이주헌 전 원장은 경영정보학 박사로서 외국어대 교수 시절에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정보기술 정책특보를 맡아 정보통신 분야 ‘노사모’인 현정포럼을 주도했다.

‘낙하산 인사 아니다’라는 반론도 많아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선거 참모들은 대덕연구단지의 그 많은 연구소 건물에서 과학기술자들을 상대로 유세를 할 만한 장소를 구할 수 없을 정도로 과학기술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열세에 몰린 후보에게 줄을 설 만큼 어리석은 과학기술자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과학기술자들은 민주당과 개혁국민정당에 참여했는데, 그들의 이름이 이번 낙하산 인사 명단에 줄줄이 올라 있다. 기관장으로는 최익수 원장(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최수만 원장(한국전파진흥원), 감사로는 박수훈(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래군(한국해양연구원), 김영완(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여인철(한국과학기술원), 박재구(한국과학재단)씨 등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이들을 낙하산 인사로 보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이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므로 허성관 원장이나 나도선 이사장처럼 학력이나 경력과 무관한 자리를 차지한 경우와는 구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최 익수 원장은 고려대 화학공학 박사로서 에너지 전문가이며, 박수훈 감사와 여인철 감사 역시 공학박사이다. 둘째, 이들은 2002년 대선에서 노후보의 과학기술 정책을 마련하는데 기여했으므로 과학기술 관련 기관의 임원이 되는 것은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령 최익수·최수만 원장, 박수훈·박래군 감사는 민주당에서, 여인철·박 재구 감사는 개혁국민정당에서 노후보를 지원했다.

이와 같이 이들은 과학기술 전문가로서 정권 창출에 기여했으므로 관련 기관에 들어가 자신들의 소신을 펴는 것은 당연한 순서일지 모른다. 요컨대 이들은 정치과학자일 따름이며 허성관 원장이나 나도선 이사장 같은 낙하산 인사로 매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학자의 정치 참여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별도로 따져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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