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 애인, 재벌 상속녀 아니다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6.10.1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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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다 아야 씨, 선조가 야스다 그룹 창업했을 뿐 재벌과는 거리 멀어

 
‘최희섭, 일본 재벌 상속녀와 12월 약혼’ ‘최희섭, 일본 굴지 그룹 딸과 결혼’ ‘최희섭, 일본 굴지 그룹 회장 딸과 12월 약혼….’

지난 10월3일에서 4일에 걸쳐 국내 신문사와 통신사가 보도한 기사의 제목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 산하 트리플A 포터킷 레드삭스 소속으로 활동 중인 최희섭 선수가 오는 12월1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두 살 연상인 일본인 야스다 아야 씨(29)와 약혼식을 올린다는 것이다. 눈길을 끈 것은 야스다 아야의 가계였다.

스포츠 신문 등 주요 언론은 야스다 아야 씨가 일본 굴지 대기업 후요 그룹 회장의 딸이라고 크게 보도했다. 몇몇 언론은 ‘그룹 대주주의 딸’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결혼식에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를 초대할 것이라는 기사도 있었다. 후요 그룹은 일본 10대 대기업 집단 가운데 하나다.

한국 야구 스타와 일본 재벌 딸의 결합은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누리꾼들의 관심이 높았다. 여기에 ‘외동 상속녀’라는 수식어는 한 편의 동화 같은 이미지를 불어넣었다.
최희섭 선수가 좋은 집안의 외국 여성과 결혼을 하는 것은 팬이라면 축하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뉴스가 전달되는 과정에 다소 오해가 있다. 야스다 아야 씨는 재벌 그룹 상속녀가 아니다. 한국과 일본 대기업 상속 문화의 차이 때문에 이런 오해가 증폭되었다.

한국 대기업 오너는 자식에게 회사를 통째로 물려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일본에서 주요 대기업의 소유권은 창업주 가문의 손을 떠나 주주에게 귀속된 경우가 많다. ‘삼성 그룹 2세’라는 말은 존재하더라도 ‘소니 그룹 상속녀’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가 오래된 기업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짙다.
후요 그룹은 2차 대전 이후 야스다 금융그룹 등 여러 기업 집단의 연합체로 만들어졌다. 주력 기업은 ‘야스다’라는 이름이 들어간  금융 계열사들이다. 야스다 그룹의 역사는 일본 경제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어 그 궤적을 살펴볼 만하다.

야스다 그룹은 일본 재계의 전설 야스다 젠지로(安田善次?, 1838년생)가 스물한 살에 세웠다는 야스다 상회를 모태로 한다. 이 시기는 일본에 근대적 자본가가 태동하던 때였다. 야스다 젠지로는 야스다 은행·야스다 생명보험회사 등을 잇달아 세우며 거부가 되었다. 도쿄 대학의 유명한 ‘야스다 강당’은 기부자인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말년에 일본 정치에까지 깊숙이 관여하던 야스다 젠지로는 1921년 오이소의 별장에서 우익 세력에 의해 살해당했다. 야스다 젠지로 사후 야스다 그룹은 야스다 선사부로·야스다 요시유키조 등의 후손이 경영해 왔다. 비틀즈 멤버 존 레논의 아내로 유명한 오노 요코는 야스다 젠지로의 증손녀다.

하지만 야스다 가문의 영화는 2차 대전 패전으로 끝난다. 미군 당국은 일본 재벌의 족벌 체제를 해체시키고 야스다 가문 후손들을 야스다 계열사에 취직조차 못하게 했다. 1960년대 이후 점차 야스다 가문이 세를 회복하기는 했지만, 한국 재벌처럼 기업을 사유화하지는 못했다. 야스다 아야 씨의 아버지, 즉 최희섭 장인의 이름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일부 국내 언론은 야스다 아야 씨가 메이지야스다 생명보험회사 실력자의 딸이라고 보도했다.

도쿄에 본사가 있는 메이지야스다 생명보험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상호 회사로서 오너라는 개념이 없으며 당연히 상속녀도 없다”라고 답했다. 대신 야스다 가문 후손인 야스다 히로시 씨가 야스다 그룹 계열사인 JP모건야스다매니지먼트 사와 만다린오리엔탈도쿄 주식회사의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스다 히로시 씨가 이 회사들의 오너는 아닌 것은 물론이다. 야스다 히로시 씨가 야스다 아야 씨의 아버지인지는 확실치 않다. 야스다 그룹 직원 가운데 야스다 아야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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