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날을 바로잡자”
  • 정희상 전문기자 (hschung@sisapress.com)
  • 승인 2006.09.1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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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단체들, 국회 청원 나서…“광복군 창설일이 기념일로 마땅”

 
“안중근, 윤봉길 의사를 국군의 대선배로 모시자”. 오는 10월1일 57주년을 맞는 국군의날을 앞두고 뒤늦게나마 국군의 생일을 바꾸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평화재향군인회, 민족문제연구소 등 9개 시민 사회단체는 9월13일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행 국군의날을 광복군 창설일인 9월17일로 바꿔야 한다고 천명한 뒤 국회 청원 작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대한민국은 헌법에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은 정부로 명시해두고 있고, 광복군은 임시정부의 정규군대였기에 국군의 생일은 광복군 창설일이 되어야 마땅하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평화재향군인회나 몇몇 역사 사회학자들 사이에서 광복군을 국군의 정신사적 모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온 일은 있지만 이를 구체적인 실천운동으로 옮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 내 ‘민족정기를세우는의원모임’ 김희선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이번 정기국회 회기 중에 국회 차원에서 국군의날 기념일 변경 결의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 현행 10월1일은 언제부터 국군의 생일이 되었을까. 국군의날이 공식 제정된 때는 이승만 정부 시절인 1956년이었다. 그때까지 육해공군은 각각 창설된 날을 개별적으로 기념일로 삼고 있었는데 이승만 대통령은 국방부에 단일 기념일을 제정하라고 지시했다. 사실 군에서 국군의 정통성과 역사를 기릴 만한 날은 여럿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한제국에서 처음으로 근대식 군대를 창설한 날이라든지, 임시정부 정규군인 광복군 창설일, 광복군이 대일 항전에서 대승을 거둔 청산리 봉오동 전투 기념일, 혹은 해방 후 처음으로 국방경비대를 창설한 날 등 여러 후보가 가능했다.

이승만 정부 때, 38선 처음 돌파한 날로 정해

그러나 당시 군 내에서는 이런 의미 있는 날들을 다 제치고 한국전쟁 중 육군 제3사단이 유엔군과 함께 강원도 양양 지역에서 처음으로 38선을 넘은 10월1일로 보고를 올렸다. 결국 현행 국군의날은 대한민국을 해방 후 38선 이남 지역에 성립한 제한적인 국가라는 의미로 축소시킨 채 지금까지 기념일로 굳혀져온 셈이다.

 
육사 출신으로 정훈분과 장군을 역임한 평화재향군인회 표명렬 상임대표는 “어떤 날을 국군의 날로 삼고 있느냐는 국군의 정신적 전통과 이미지에 매우 중요하다. 장병들 가슴 속에 국군에 대한 자부심을 불러일으키고 국민에게 성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날은 광복군 창설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 38선 돌파시에 무슨 큰 전투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일사천리로 그냥지나갔다. 그런 날을 국군의 생일로 계속 놔두면 우리 국군사에서 가장 자랑스런 항일투쟁사를 지워버리는 오류를 낳기에 지금이라도 광복군 창설일로 국군의날을 바꿔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헌환 아주대 법대 교수도 “국군은 동족에게 총칼을 겨눈 쓰라린 기억을 언제까지나 기념하는 것보다는 민족 독립을 위해 스러져간 많은 우국지사와 광복군의 정신 전통을 이어받는 날을 생일로 삼아야 더욱 자랑스럽게 여기고 자긍심을 가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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