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과 감자칩의 비밀에 다가서다
  • 표정훈 (출판 평론가) ()
  • 승인 2006.08.2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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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시크릿>/일상에 숨어 있는 과학 속속 파헤쳐

 
제목만 보면 무슨 미스터리 소설 같지만 부제목을 보면 이 책의 성격이 분명해진다. ‘평범한 하루 24시간에 숨겨진 특별한 과학이야기.’ 저자는 아침에 일어나 식사하고 칫솔질하고 출근했다가 귀가해 손님들과 이야기 나누고 책도 읽고 하다가 목욕하고 잠자리에 드는, 일상에 숨겨진 과학을 속속 파헤친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치약에 석회 성분, 측 초크가 들어 있다는 사실이 뜻밖이다. 치약에 든 초크 입자는 치아와 마찰하면서 치아에 착색된 치석들을 벗겨낸다. 이런 연마 기능 때문에 초크가 치약에 들어간 것이다. 초크 입자가 너무 크면 치아를 손상시키지만, 작은 것만 선별해서 치약에 넣는 기술은 없다. 때문에 치약에 관한 정부 규정도 이 문제는 용인한다.

 
면도는 어떤가? 면도날은 수염을 깔끔하게 잘라내는 게 아니라, 피부에 상처를 입히면서 결국 뽑듯이 위로 들어준다. 도끼로 묘목을 쳤는데 도끼날이 박혀 나무뿌리까지 뽑히는 것과 같다. 면도를 한다는 건 무수히 많은 상피 조직, 즉 피부를 함께 잘라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파괴의 현장 위로 애프터 셰이브 로션을 바른다. 에틸 알코올 성분이 애프터 셰이브 로션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니, 자그만 상처들이 수도 없이 난 피부 위에 순도 80도의 럼주를 들이붓는 것과 같다.

책을 읽는 도중에 책이 불타오르고 있다면? 당장 책을 집어던져 밟아 불을 꺼야겠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산소는 종이를 때리면서 불꽃과 열을 극소량 발생시킨다. 종이는 무수한 산소의 공격을 받기 때문에 아주 느리게 타오르는 불길에 휩싸여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종이를 불에 던지면 종이가 도르르 말려 불길에 휩싸이기 직전에 노랗게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노랗게 변하는 현상은 바로 불 가장자리에 있던 공기 중의 산소에 당한 결과다. 산소의 활동이 뜨거운 열기로 가속화된 것. 우리가 책을 읽을 때도 그런 현상이 계속 일어나고 있지만, 다만 속도가 느려서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진공 청소기로 청소할 때 마스크를 써야 할까? 진공 청소기에서 발생하는 저기압은 7천6백m 상공의 기압과 맞먹는다. 진공 청소기 안으로 빨려든 먼지는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집진 봉투에 강하게 부딪힌다. 청소기 봉투는 왁스를 입힌 종이로 만드는데, 섬유 가닥들이 창살처럼 망을 이룬 형태다. 망 사이의 공간이 워낙 좁아 진드기들도 뚫고 나가지 못하지만 돌풍처럼 봉투에 들이닥친 먼지 미립자들은 봉투에 부딪히고 뒤편으로 분사되어 나가버린다. 진드기 배설물도 마찬가지. 결국 진공 청소기를 미는 사람은 매분 수백만 조각의 먼지 및 진드기 배설물 입자들에 초고속 폭격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감자칩은 왜 바삭바삭 소리가 날까

감자칩을 먹을 때 나는 특유의 바삭거리는 소리는 고주파 파열음이다. 저주파의 낮은 음을 발생시키는 음식은 바삭거리지 않는다. 감자칩 하나의 크기는 앞니를 사용해 일단 작은 조각으로 베어내어 먹어야 적당한 크기다. 통째로 먹자면 입을 크게 벌려야 한다. 입 안에서 씹히는 음식의 고주파 소음을 듣기 위해서는 씹는 사람의 입이 벌려져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음파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입 밖으로 나와 얼굴을 지나 귀로 들어간다. 닫힌 입에서 나는 소리는 턱뼈와 두개골을 뚫고 귀로 갈 수밖에 없으므로 바삭한 소음이 무뎌져 버린다. 저자는 바삭거리기 위한 최적의 크기를 고안한 감자칩 개발자들의 노고를 ‘천재적인 작품’이라는 말로 칭찬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사실상 두 세계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 하나를 일상적인 경험의 세계라 한다면, 나머지 하나는 과학의 차원에서 파악할 수 있는 세계다. 그 두 세계는 물론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온전한 하나다. 익숙한 일상을 과학이라는 새로운 차원에서 새롭게 볼 수 있게 한다는 점, 요컨대 ‘낯설게 하기’가 이 책의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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