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계산 잘못했다”
  • 소종섭 기자 · 김민욱 인턴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6.07.3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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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민노당 “반환 미군 기지 29곳 정화 비용 3천억원대” 주장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캠프 라과디아’. 미군 공병 부대가 주둔하다 2005년 5월6일 폐쇄된 이곳은 환경부가 지난 6월15일까지 환경 오염 조사를 마친 미군 기지 가운데 한 곳이다. 환경부가 7월24일 국회에 보고한 ‘반환기지 환경치유 협상 경과보고서’에 따르면 다른 기지들과 마찬가지로 이곳 또한 환경이 심각하게 오염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지난 7월24일 가본, 4만 평이 넘는 ‘라과디아’는 황량했다. 헬리콥터가 오르내리던 기지 안에는 잡초만 무성했다. 한쪽 구석에서는 경계를 맡고 있는 육군 65사단 군인들이 족구를 즐기고 있었다. 땅은 오염되었지만 땅 위 세상은 평온했다. 다음날인 7월25일 돌아본, 경기도 하남시 소재 ‘캠프 콜번도’ 사정이 비슷했다. 과거 미군 통신 대대가 주둔했던 이곳은 지금 육군 55사단이 경계를 서고 있는데, 담당 장교는 “국방부의 승인이 있어야 출입을 허락할 수 있다”라며 기자를 막아섰다. 오염 현장을 취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현재까지 주한 미군이 반환했거나 반환할 예정인 미군 기지 가운데 환경 오염 실태가 밝혀진 곳은 29곳이다. 2011년까지 반환될 예정인 미군 기지는 59곳인데 환경부가 국회에 조사 내용을 보고한 것을 계기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토양 오염이 기준치의 55배, 지하수 오염이 기준치의 2백 배에 달하는 곳도 있는 등 13곳은 토양 오염이, 여덟 곳은 지하수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되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는 열린우리당 우원식 최재천 의원이 중심이 되어 국정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미군 기지 반환 협상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근본적인 문제까지 다시 짚을 태세다. 우원식 의원은 “미국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관철된 잘못된 협상이다”라고 주장했다. 녹색연합도 7월31일 미군 기지를 반환받는 데 절차상 문제가 있다면서 강하게 정부를 비판했다.

오염된 기지를 돌려받는 것도 문제지만 이것을 정화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고스란히 국민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은 한국 정부의 협상력에 심각한 의문을 갖게 한다. 환경 오염과 관련한 국제 원칙은 ‘오염자 부담 원칙’이지만 미군 기지 이전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측의 협상에서 이 원칙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한명숙 국무총리는 지난 4월 인사청문회에서 “미군측이 ‘오염자 부담 원칙’을 반드시 지키도록 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지하수 오염 정화 비용 고려하면 더 늘어나

환경부는 ‘반환기지 환경치유 협상 경과보고서’에서 ‘29개 기지의 오염된 토양을 치유하려면 최대 1천2백5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렇게 산출한 구체적 근거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내외 사례를 종합해 굴착, 운반, 처리 등 토양 복원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계산했다. 구체적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부의 이 계산법은 강한 반발을 불러들였다. 환경부가 추산한 것보다 돈이 훨씬 많이 들어가리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녹색연합이 전문가에게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3천5백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녹색연합 고이지선 간사는 “이 액수에 지하수 오염 범위 등까지 파악해야 정확한 계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치유 비용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도 3천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의원은 부산시가 2000년 12월부터 2003년 8월까지 진행했던 부산 남구 문현동 옛 정비창 오염 부지 정화 사업에서 근거를 찾았다. 이때 3만2천 평을 정화하는 데 1백25억원이 들었다. 환경부가 조사한 29개 기지의 면적이 1백32만1천8백 평이니 문현동의 경우를 감안하면 정화 비용이 3천1백4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추정한 금액의 2.6배에 달한다.

물론 ‘문현동 사업’은 석유계종탄화수소(TPH) 수치가 15만mg/kg에 달해 이번 환경부 보고서에 나와 있는 가장 높은 TPH 수치인 5만5천mg/kg의 세 배에 달한다. 그러나 TPH 수치가 높으면 정화하는 데 돈이 많이 든다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남경필 교수(서울대·지구환경시스템공학)는 “오염도와 정화 비용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교수는 또 “지하수도 심각하게 오염되었음이 드러났는데 토양 오염 정화 비용만 논의되고 있다. ‘문현동 사업’ 때도 토양 오염에 대해서만 정화를 진행했다. 지하수를 정화하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지금보다 금액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7월14일 국방부가 “주한 미군이 반환에 필요한 조처인 불발탄과 납·구리 등의 제거를 완료했다고 통보해와 반환받기로 했다”라고 발표한 경기도 화성군 매향리 쿠니 사격장 주변에는 지금도 2백kg이 넘는 ‘엠케이 82’ 포탄들과 ‘탱크 킬러’ A-10 전폭기와 F16 전투기에서 발사된 수백 파운드짜리 포탄들이 그대로 꽂혀 있다. 단병호 의원은 “미군측은 매향리 사격장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라며 “환경 오염을 치유하지 않고 미군 기지를 반환받는 것은 무효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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