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비’ 쏟아지는 팔레스타인은 생지옥
  • 가자시티 · B. 사메드 (언론인) ()
  • 승인 2006.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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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공격으로 만신창이 된 가자 지구 르포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가자시티는 여름에 비가 오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땡볕에 지친 사람들이 기다리던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비가 내리고 있다. F16· 아파치 헬기·대포가 뿌리는 죽음의 비다. 이스라엘은 지난 6월26일부터 가자 지구를 폭격하면서 작전명을 ‘여름 비’라고 붙였다.

이스라엘 공격의 가장 큰 희생자는 무고한 시민들이다. 7월12일 한밤중에 이스라엘 F16 전투기 미사일 두 대가 가자시티 한가운데 있는 민가를 노렸다. 가자시티 전체에 폭격 소리가 울려 퍼졌다. 미사일이 떨어진 집에는 아부 실미야 씨 가족이 살았다. 실미야의 남편은 가자시티 대학교 강사다. 이스라엘 미사일은 두 부부를 포함해 가족 열 명을 죽였다. 가장 어린 희생자는 두 살 난 아이였다. 구조대가 폭격 소리를 듣고 달려갔지만 이미 늦었다. 현장 목격자들에 따르면 희생자들의 몸이 조각나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고 한다. 한 이웃은 아기의 얼굴을 자신의 집 발코니에서 찾았다. 다른 시민들은 손발과 다른 신체 부위를 집 근처 골목에서 발견했다. 이스라엘은 이 집에 무장한 중요 지명 수배자가 숨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무장 게릴라 한 명 때문에 가족 전체가 몰살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힘들다.

아침이 밝자, 수많은 애도 객들이 거리에 모여 간밤에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죽은 가족의 장례를 치렀다. 열 구의 시신이 장지로 향하는 행렬은 비장하고 심금을 울리게 만들었다.

이스라엘의 공중 폭격은 이 글을 쓰는 필자 자신에게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일주일 전, 이스라엘 F16 전투기가 가자시티 대학에 미사일 여러 발을 쏘았다. 대학은 우리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 자정이 막 지난 시각 잠을 자던 필자는 갑작스러운 충격을 받아 침대에서 글자 그대로 ‘껑충’ 몸이 떠올랐다. 내가 사는 빌딩 이 미사일에 맞았다고 생각해 놀랐는데 창문 밖을 보니 이웃집이 불타고 있었다. 사실 목표물은 이웃집이 아니었다. 얼마 뒤 라디오 방송은 가자시티 대학이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미사일 유탄이 이웃집을 덮치는 바람에 그 집도 덩달아 불 탄 것이다. 이내 구급차와 시민 구조대가 현장에 달려왔다. 심야의 소란으로 그 일대 주민들은 아무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스라엘 군이 가자 지구에 F16 전투기· 아파치 헬기·무인 조종 군사 비행기·대포·군용 불도저와 탱크 등을 풀어놓은 지도 이제 3주가 지났다. 이 끝없는 군대 행렬이 다리·발전소·학교· 등 주요 사회 시설과 민가를 파괴하고 있다.
지금까지 가지 지구에는 단 하루 낮 밤도 포성이 그칠 날이 없었다. 3주 전 이스라엘이 ‘여름 비’ 작전을 개시하면서 맨 처음 한 일은,  가지 지구에 하나밖에 없는 발전소를 파괴한 것이다.

폭격·정전·소음 폭탄 ‘3중고’에 시달려

발전소가 파괴되자 가자 지구의 일상은 뒤틀려 버렸다. 전기가 없는 세상은 직접 당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전기 부족으로 가장 어려움에 빠진 것은 병원과 진료소다. 가뜩이나 이스라엘 폭격으로 희생자들이 폭주하고 있지만 의사들은 이를 감당해낼 능력이 없다. 많은 병원이 자체 발전기를 가지고 있지만 발전기를 돌릴 연료는 이스라엘에서 가져와야 한다. 이스라엘은 연료 공급 통로를 틀어막고 있다.
이스라엘은 의약품을 포함한 각종 물자의 국경 통과 금지 조처를 내렸다. 폭격 개시 후 둘째 주로 접어들면서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기가 힘들어졌다. 국제연합(유엔) 난민구제사업국(UNRWA)은 국제 사회에 연료·생필품을 반입할 수 있도록 이스라엘이 국경을 열게끔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 후 이스라엘은 며칠 동안 가자 동쪽 카르니 통로를 통해 물품 통관을 허락했다.
 

최근 가자시티에 있는 나스르 아동 전문 병원을 찾아가 봤다. 병원장이자 의사인 이싸 씨는 의료진이 직면한 끔찍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전문 병원은 매일 발전기를 돌릴 디젤 연료 1백ℓ가 필요하다. 하지만 연료가 부족해 언제 발전기가 멈출지 모르는 상황이다. 집중치료부(ICU)나 신생아 인큐베이터에 수용된 유아 환자들은 전기 공급이 잠시라도 끊어지면 치명적이다. 많은 아이들이 산소 공급기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런 장비 역시 전기가 없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병원장은 또 환자들이 먹을 우유와 치료할 약이 없어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 부족에 따른 고통은 일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한 예로 현 사태를 한국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기사를 작성하던 필자는 갑자기 발전기가 멈추는 바람에 일을 할 수 없었다. 전력 공급 중단은 이 사회의 모든 경제 활동을 정지시킨다. 나에게는 직업에 관한 문제이지만, 병원 환자들에게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절체절명의 문제다.
폭격과 정전 다음으로 고통스러운 것은 음파 폭탄이다.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소닉 붐’이라고 불리는, 상상하기 힘든, 찢어지는 소음을 내며 가자 지구 시내 위를 날아다닌다.  당신이 거실에 있다면 마치 집안 어디에서 폭탄이 터졌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인간의 신경을 망쳐놓는다.

소닉 붐은 한밤중이든 낮이든 느닷없이 찾아온다. 가자의 아이들은 초음파 돌파 소음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한 어머니는 아이들이 음속 폭발음이 너무 무서워서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마치 군인들이 겪는 전쟁 후 증후군처럼 아이들에게 이 굉음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로 남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가자 시내를 폭격하고 시설을 파괴하는 이유가 납치된 샬리트 상병을 구출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다리를 폭격한 것도 샬리트 상병을 납치한 세력이 이동하지 못하게 막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이 굳이 이동하려고 하면 무너진 다리 밑으로 지나가면 된다. 이스라엘의 진정한 목적은 가자 지구 사람들의 삶을 최대한 불편하고 참기 힘들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과연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현 사태의 책임을 하마스에게 돌릴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정치적 희망을 뒤집어놓으려고 하지만 이것은 무리한 꿈이다. 가자 사람들은 이스라엘 감옥에 있는 팔레스타인 수감자와 납치된 샬리트 병사를 교환하자는 무장 세력의 요구에 동감하고 있다. 이스라엘 감옥에는 1만명이 넘는 수감자들이 있는데 여자와 아이들도 포함되어 있다.

지난 7월12일 밤 학살당한 아부 실미야 가족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이가 있었다. 그는 14살 된 맏아들이다. 그날 밤 더운 집안을 나와 올리브 나무 아래 정원에서 자는 바람에 목숨을 건졌다. 가자의 여름 날씨는  덥다. 소년은 운이 좋았다. 그러나 부모를 잃은 많은 팔레스타인 생존 자녀들이 그렇게 성장하듯이 소년은 자신의 가족을 몰살시킨 자들을 쉽게 용서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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