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밥상은 내가 차린다”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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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전 총리, 추대 아닌 경선 후보로 나설 듯

 
유력한 대권 후보인 고건 전 총리의 정치 스케줄은 내년 4월부터 역산된다. 내년 대선 일정상, 4월부터 예비 후보로서 합법적인 선거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오는 8월 초, 준정치 조직인 ‘희망한국 국민연대(이하 희망연대)’의 발기인 대회 이후의 행보가 주목된다. ‘강태공 정치’를 거두고 본격적으로 현실 정치에 발을 디딜 것으로 예상된다. 

희망연대는 여러 면에서 미래와경제 포럼과 대비된다. 미래와경제 포럼이 고 전 총리의 싱크탱크로서 공부 모임 형태로 운영된 것에 비해 희망연대는 ‘정치 소비자 운동’을 지향하는 전국 정치 조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고 전 총리의 참여 형태도 달라 비교된다. 미래와경제 포럼에는 1백52명의 발기인 중 한 명으로 참여했지만 희망연대에서는 공동대표로 나선다.

전국적인 정치 조직의 수장으로서 대중과 만나는 과정에서 고 전 총리측은 ‘무임승차론’을 극복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밥상 차려놓으면 숟가락만 들고 와서 덤빈다’는 정치권의 비난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고 전 총리가 직접 나서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강연정치’보다 한발 더 현실 정치에 다가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고 전 총리와 함께 희망연대를 이끌 공동대표로는 현재 추미애 전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뉴욕 컬럼비아 대학 국제대학원에 방문교수 자격으로 가 있는 추 전 의원은 7월 말이나 8월 초에 영구 귀국한다. 추 전 의원과 함께 수도권에 정치적 기반을 두고 있는 민주당 출신 전직 국회의원들이 ‘고건호’에 올라탈 것으로 예상된다. 18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서라도 희망연대에 동참해 고건 중심의 정계 개편에서 중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정치 상도의' 지킬 듯

고 전 총리측은 본격적인 정계 개편 시기를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는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로 예상하고 있다. 시기를 이처럼 늦춰 잡은 이유는 무리수를 두어 정계 개편을 해서 노무현 대통령의 레임덕을 초래하는 것이 ‘정치 상도의’에 맞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초대 총리로서 노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배려는 해야 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고 전 총리의 정치 스케줄이 정치 비수기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희망연대 구상을 밝히는 등 지금까지 고 전 총리측은 현실 정치보다 반 박자 늦게 움직여왔다. 앞으로도 이 양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 전 총리측은 7·26 재·보선이 끝나고 희망연대 발기인 대회를 갖는다. 정계 개편을 통해 현역 의원이 참여하는 시기는 가을 정기국회 이후로 잡혀 있다.

현역 의원들의 합류 시기를 정기국회 이후로 잡는 것은 이때쯤 되어야 현역 의원들이 움직일 수 있는 충분한 명분이 생긴다고 보기 때문이다. 합류하는 의원이 ‘제2의 김민석’으로 보일 경우 고 전 총리 역시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합류의 명분은 ‘매니페스토 정책연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 전 총리가 강연 정치에서부터 던진 화두에 동의하는 정치인, 혹은 세력과 연합한다는 것이다.

고 전 총리의 정치 스케줄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바로 예비 후보로 나선다는 점이다. 즉 당내 경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고 전 총리측에서는 대세론으로 몰아가서 대선 후보로 추대받는 형식이 아닌 정당한 경선을 거쳐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방식을 상정하고 있다. 이를 위한 정치 세력화를 어느 정도 이루느냐하는 것이 앞으로 그가 풀어야 할 정치적 과제이다. “밥상을 차리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진수성찬을 차리겠다”라고 말하는 고 전 총리가 어떤 정치적 성과물을 보일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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