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불청객 노로바이러스
  • 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 ()
  • 승인 2006.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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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로 발병해 대형 식중독 사태 유발 화장실·식품·식자재 통해서 옮겨 다녀
 
 지난 6월 초, 2천34명을 태우고 미국 시애틀을 떠나 알래스카를 유람하던 호화 여객선 머큐리 호가 갑자기 여행 일정을 중단하고 시애틀로 귀항했다. 승객과 승무원들 중에 노로 바이러스 식중독 증세를 보인 사람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노로 바이러스’란 급성 위장염을 일으키는 몇몇 바이러스를 묶어서 부르는 용어이다. 1968년 미국 오하이오 주 노워크(Norwalk) 지역의 학교에서 집단 발생한 위장염 사건에서 유래하여 ‘노워크 바이러스’로 불리다가 최근에 노로 바이러스라는 공식 명칭을 얻었다. ‘위장 독감’, 바이러스성 위장염, 혹은 간단히 식중독이라 불리기도 한다. 노로 바이러스는 2002년 전세계 유람선에 승선했던  1천5백 명 이상의 승객들이 감염되면서 주목되기 시작했다. 

노로 바이러스의 주요 증세는 메스꺼움, 구토, 비출혈성 설사, 복통 등이다. 때로는 미열, 두통, 오한 및 근육통, 피로를 느끼는 사람도 있다. 노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을 먹고 24~48시간 뒤에 증상이 나타나지만, 12시간 만에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에게는 노로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병이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

한 연구에 따르면, 감염자 가운데 30%는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몇몇 사람들은 매우 아프고, 하루에 몇 번씩 구토를 하기도 하지만 보통 하루 이틀이 지나면 회복되고 후유증도 남지 않는다. 구토와 설사를 동반하기 때문에 탈수를 막기 위해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대응책이다. 

노로 바이러스 역시 변종이 많아 백신 개발이 힘들다. 아직까지 노로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을 치료하는 항바이러스 제제 는 개발되지 않았다. 노로 바이러스는 감염되어도 면역력이 생기지 않아, 또다시 몇 차례 감염될 수 있다. 유전병은 아니지만 생물학적으로 노로 바이러스에 잘 걸리는 사람이 있고, O형의 혈액형을 가진 사람이 특히 감수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단기적으로는 타인을 감염시킬 수 있지만, 장기간 보균자가 된다는 증거는 없다. 관리 차원에서 가장 큰 문제는 미량으로도 발병이 가능하여 2차 감염으로 인한 대형 식중독 사건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로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노로 바이러스와 접촉하지 않는 것이다. 노로 바이러스의 주된 감염원은 감염자의 대변이다. 따라서 화장실을 다녀온 후나 음식을 먹기 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손으로 입 주변을 만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과일과 야채로도 감염될 수 있으므로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는다. 생굴도 위험하므로 익혀 먹는 것이 안전하다.

노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오염된 물로 식재료를 세척해도 감염될 수 있다. 노로 바이러스 오염 가능성이 있는 물건들은 염소 소독제(락스류)로 즉시 닦아준다. 노로 바이러스는 감기처럼 감염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타액을 통해서도 전염된다. 

노로 바이러스에 의한 위장염은 주로 음식점, 유람선, 요양원, 병원, 학교, 연회장 등에서 발생한다. 식품에서 기인한 질병의 반 정도가 노로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며, 대부분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식품 취급자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절대로 음식을 조리해서는 안 되며, 노로 바이러스 질환에서 회복된 후에는 최소 사흘 동안은 음식을 조리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 정부는 노로 바이러스로 매년 미국에서 2천3백만 명의 급성 위장염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인식을 하지 못해서 그렇지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매우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국내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노로 바이러스가 원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학교 급식에서 식중독이 발생했지만, 식사를 대량 제공하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노로 바이러스를 경계해야 한다. 특히 무더운 여름에는 식중독 예방을 위한 노력을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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