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사교육 시장은 커진다
  • 이윤삼 편집국장 (yslee@sisapress.com)
  • 승인 2006.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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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의 편지

사교육 시장과 관련해서 최근에 터진 상징적 사건 둘. 하나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교육운동에 헌신했던 김진경 전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의 쓴소리였다. 그는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전교조, 여권 386 세대의 자성과 개혁을 촉구하면서, 사교육 시장을 386 운동권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내쳐 그는 이 386들이 엄청난 돈을 벌었고 ‘거대한 세력’이 되어서 교육개혁을 막기 위해 정치권에 로비도 하고 압력도 가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거대 세력’이 된 386 내부에는 김씨와 같은 문제 제기를 한 인사가 한 명도 없었던 것일까.

두 번째는 EBS의 과외 방송용 수능교재 폭리 사건. 수능교재 제작·판매 독점권을 갖고 있는 EBS는 책값을 원가의 다섯 배나 부풀려서 막대한 이익을 올렸고 그 상당 부분을 직원 수당과 연봉을 인상하는 데 썼다고 한다. 2년 전 수능 방송이 시작된 데는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절박한 정책 목표가 있었다. 공영방송이 그 정책 목표와는 반대 방향으로 질주한 셈이다. EBS 내부에서는 왜 이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한 번도 없었던 것일까.

두 사건은 별개이지만 교육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집단 무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한때 개혁에 앞장섰던 세력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기관 내부에서조차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은 것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사실 사교육 시장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점점 덩치를 불렸고, 급기야 공룡으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논술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 들어 수없이 많은 논술 잡지가 창간되었다. 재수생 전문학원이나, 수능 전문학원들까지 논술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으니 ‘논술 산업’이 급팽창하지 않을 수 없다.

사교육 종사자에게 논술은 이제 ‘황금 어장’으로 불리고 있다. 시장 변화를 대형 학원이 눈치 채지 못할 리 없다. 논술로 꽤 이름을 얻은 논술 전문학원과 제휴함으로써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억대 연봉을 받는 스타 강사가 수없이 나온 것도 그런 추세의 한 단면일 뿐이다. 대형 서점 단행본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논술과 관련된 서적들이 여러 권 올라 있다. 이유는 자명하다. 단 한 가지, 대학입시에서 논술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때문에 등골이 휜다. 괴롭다고 아우성이다. 심지어 젊은 부부들은 아이도 낳지 않겠다고 한다. 백화점식 해법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다시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 김진경씨 말대로 교육개혁을 ‘고립된 섬’으로 놓아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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