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정책의 구체적인 모습 확인
  • 김승웅 주간대리 ()
  • 승인 1989.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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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泰愚대통령 유럽 순방 마쳐… 외교적 성과 內政에 접목시키는 일 남아

지금의 북방외교가 성사된 이후의 상황을 가상해 본다. 북한주민들이 지금의 동독주민들처럼 아무런 제한없이 한국땅을 밟는다. 이에 앞서 한국은 모스크바나 북경과 이미 대사급 수교관계를 맺었고, 북한 역시 미국이나 유럽과 공식수교를 튼 바 있다.

매년 수억달러가 지금의 동 · 서독관계에서 보듯 한국정부로부터 평양측에 전달되고, 이 돈은 대외 채무 등으로 어려운 북한경제에 일조를 하고 있다.

이러한 공상이 언제 실현될 수 있을까? 그러나 이는 단순한 공상만은 아닐 수도 잇다. 盧대통령의 이번 유럽순방을 수행취재하는 동안에, 소위 북방외교의 실무주역들의 머리속에 그려진 청사진 몇가닥을 엿보고 기자가 재구성한 북방정책의 몽타주다.

한 관게자는 이렇게 말한다. “북방이란 말이 잘못돼 있어요. 작고한 李範錫 전외무장관이 명명한 걸 그대로 빌린 데서 나온 착오인 듯한데, 우리가 노리는 최종 목표는 동구가 아닙니다. 소련도 아니고요. 북한입니다. 북한의 문을 열어놓자는 것이 목적입니다.”

盧대통령이 헝가리 의회에서 와서 연설을 하고, 이웃 폴란드와도 수교를 하고, 또 연내로 유고슬라비아와도 외교관계를 맺는 일련의 작업은 소련을 포함한 동구와의 관계정립을 통해 결국 북한을 개방체제로 유도해내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는 말이다.

盧대통령의 이번 유럽순방은 지금까지도 모호한 매개개념(operational concept)에 불과했던 북방정책을 구체적인 모습으로 발전시켜주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헝가리방문을 통해 얻어낸 ‘새 동반자관계’의 정립은 동구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켜, 헝가리 의회연설 직후 부다페스트로 달려온 유고 언론인들로부터 “유고와의 수교시기를 언제로 잡고 있느냐?”는 질문이 성급하게 쏟아져나왔다.

盧대통령의 헝가리방문중 국내외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양국간의 경제교류증진을 위한 4억5천만달러의 經協지원 방안과 관련, 이렇다 할 구체적 협의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또 이웃 폴란드에 대한 6억5천만달러의 經協지원 방안에 관해서도 분야나 시기 등은 미지수로 남아있다.

순방국 가운데 마지막인 프랑스에서 받은 극진한 환대도 특기할 만하다. 盧대통령은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과 3시간에 걸친 단독대담을 통해, 프랑스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최대의 보장을 받아냈다. 미테랑 대통령은 한국의 북방정책에 적극 동조, 6일부터 소련 키예프에서 열리는 고르바초프와의 프 · 소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입장을 그대로 전하고, 북한으로 하여금 개방에 임하도록 입김을 넣어달라는 盧대통령의 당부를 실행키로 약속한 것이다.

부시 美대통령과 이틀간의 몰타회담을 통해, 동서화해의 관건을 쥔 실력자임을 또 한차례 세계에 과시한 고르바초프를 겨냥해서 한국정부의 북방정책이 과녁을 좁혀가고 있는 셈이다. 미테랑 대통령은 또 8~9일 이틀 동안 스트라스부르크에서 열리는 EC 정상회담에서도 한국의 입장에 관한 강력한 대변자가 될 것을 아울러 약속했다.

이번 프랑스 방문기간 동안 盧대통령은 수행한 趙重勳 대한항공회장은 프랑스산 에어버스 항공기 11대를 즉석에서 구입키로 서명했다. 프랑스는 또 자국산 고속열차(TGV)의 對韓판매에도 열을 올려, 盧대통령의 시승까지 유도 냈다.

北方외교를 서방외교와 별개로 보지 않고, 기존의 對서방외교에 대한 추가개념의 하나로 파악할 때 이번 순방외교는 수확을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외교 · 안보 등 대통령 고유직무의 수행과정에서 거둔 외곽의 성과를 盧대통령이 국내 政情에 어떻게 접목시키고 무슨 열매를 따내느냐로 귀착한다. 귀국 직후의 연말 政局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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