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대안 있는 환경운동 펴야”
  • 김상현 기자 ()
  • 승인 200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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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측정법 개발한 아마야 교수, 측정기 일체 한국 기증 밝혀



 일본 군마대학의 아마야 가츠오 교수는 몇백원들 들여 몇백만원짜리 기계와 비슷한 수준으로 환경오염 실태를 측정할 수 있는 간이 측정법이 ‘작은 것으로 큰 것을 생산한다’는 미래의 기술 형태와 상통한다고 주장한다. 87년 유엔 산하 ‘환경과 개발에 관한 세계위원회’가 낸 보고서〈우리의 공통된 미래〉에 나오는 이 말은 지구적 규모의 환경 파괴를 모든 나라 모든 국민의 집단적 힘으로 막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간이 측정기를 씬 값에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므로 이 측정법은 환경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협력과 관심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아마야 교수의 설명이다.

 아마야 교수는 지난 5월1일 서울 명동의 전진상교육관에서 열린 배달환경클럽 주최 강좌에서 자신이 개발한 간이 측정기를 공개하고 그 사용법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 측정기는 오염 물질을 포집하는 작은 캡슐과 포집된 물질을 분석하는 스포이드비색계 두가지로 구성돼 있을 뿐이지만 환경처에서 설치한 비싼 측정 장치에 못지 않은 능력을 발휘한다. 간이 측정기와 자동 측정망의 가장 큰 차이는 대기 중의 오염물질을 포집하는 방법에 있다. 자동 측정망이 일정량의 공기를 빨아들여 그 안에 함유된 오염 물질의 양을 측정하는 데 견주어 간이 측정기는 대기 중의 오염 농도와 캡슐내 여과지의 농도 차이에 따른 확산 작용을 이용해 오염 물질을 포집ㆍ분석한다.

 아마야 교수가 ‘누구든 할 수 있는 공해 간의 측정법’이라는 표어로 대기ㆍ수질을 값싸고 손쉽게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하게 된 것은 70년 무렵이었다. “당시는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납 성분 물질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광화학스모그 현상이 사회의 큰 문제로 떠오른 때였다. 화학기술연구소 연구원이던 나는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다.”

 그러나 아마야 교수가 제안한 암모니아량 전국 조사, 간이법에 따른 자치단체 측정기 점검, 공해 조사에 필요한 예산 지원 등은 정부와 자치단체에 의해 번번이 묵살되었다. 그래도 그는 지역 주민ㆍ주부 단체ㆍ노동조합 들과 연계해 독자적인 대기ㆍ수질 측정을 계속했다.

 그 결과 환경청의 이산화질소ㆍ아황산가스(SO₂) 측정 방법에 잘못이 있음을 밝혀냈고, 위탁업자와 결탁해 수치를 조작하거나 오염도를 과소평가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차츰 정부ㆍ자치단체도 간이 측정법의 ‘위력’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노력이 제대로 열매를 맺기 시작한 것은 88년 군마대학에서 교편을 잡으면서부터이다. 아마야 교수는 군마대학 학생, 학교 주변 주민 들과 함께 환경 오염도를 본격적으로 측정함으로써 지역 환경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생생한 환경 교육 효과까지 거두게 되었다.

 이제 그의 간이 측정법은 일본 사회에 정착되었고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그의 끈질긴 노력이 정부의 행정 태도와 정보 독점 체계를 무너뜨린 것이다. “시민에 의한 환경 감시는 정부의 환경 정책을 견제도 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메워 주는 기능도 한다”고 그는 말한다.

 “앞으로의 환경 운동은 ‘대안 있는 환경 운동’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아마야 교수는 “일본과 한국 사이의 뿌리깊은 골을 환경 문제에서 서로 협력함으로써 풀고 싶다. 정신대 문제 등 과거 일본이 한국에 저지른 죄과를 반성하는 뜻으로 내가 개발한 간이 측정기 일체를 기증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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