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적 속에 '지옥'이 보인다
  • 장 미셀 쿠스토(쿠스토협회 수석부회장) ()
  • 승인 200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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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난섬은 통킹만의 동쪽 끝, 중국 남해안에 있는 섬이다. 영원할 듯한 고요함이 지배하는 베트남 할롱만으로부터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이 섬은 수많은 작은 섬의 그림자에 둘러싸여 산업 지역으로서의 미래와는 거리가 먼 곳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이커우(海口)라는 도시가 자리잡은 이 섬의 북쪽 해안에서 나는 최근 미래로 한발 성큼 내얻는 하이난 섬의 모습을 보았다. 하이커우는 세계 경제 무대를 향해 열린 중국의 창 노릇을 하고 있었다.

  이 도시를 찾아온 사람이라면 각종산업이 빚어내는 지옥 같은 장면에 불안한 느낌을 떨칠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주민의 삶이 어떤 질을 유지할 것인가 하는 것은 깊이 고려되지 않는다. 이곳의 야심찬 개발 계획 속에는 마치세계의 모든 대도시에서 나타난 모든 악습이 집약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수많은 사람이 개발 지역으로 모여든다.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된 건축용 첨탑이 이제 막 형체를 갖추기 시작한 수십개의 마천루 위로 솟아 있다. 크레인이 하늘에서 춤추고 먼지가 자욱한 대기는 쉼없는 굉음으로 가득 차 있다. 이제 아시아 경제 기적의 또 다른 장이 새로이 펼쳐질 것 같다.

  우리는 새로운 경제 거인의 탄생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처음은 일본이었고 한국이 뒤를 이었으며, 결국은 아시아 전체였다. 이들은 서양보다 더 많이 투자하고 생산하고 소비했다. 아시아의 경제적 성공을 낳은 원동력은 이미 비밀이 아니다 저임금과 장시간노동과 폭넓은 재투자가 그 비결이었으며, 물론 끊임없이 샘솟는 활력도 한 요인이 되었다.

 

생태 보존 외면한 경제 성장, 쉽지만 위험한 길

  그러나 경제 성장에만 주력하고 복지와 환경 비용에 대해 무관심했던 과거가 아시아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기 시작했다. 서양의 반응은 모순적인 것이었다. 서양인은 '아시아 호랑이들'의 통찰력과 역동성을 잘 알고 있지만 종종 그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로

얻은 성공의 가치를 축소 평가한다. 그들의 성공에 '불공정 경쟁의결과'라는 딱지를 붙이면서 말이다. 정부 부채가 늘어나고 경제 기반이 쇠함에 따라 그들은 수세적 입장을 취하게 되며, 아시아적 모델을 모방하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미국 기업들은 이미 아시아의 임금수준이 입맛에 맞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많은 일감이 이곳으로 수출되고있다.

  이것은 환경 문제와 어떠한 연관을 갖고 있을까. 서양은 아시아의 경제 성장을 따라잡기 위해 과거 20년 동안 떠맡아온 생태적 지도권을 포기하려하는 것이 아닌가. 앞으로의 무역 협상에서는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 중심이 될 것이다. 이 같은 협정이 생물학적 다양성 말고도 우리 자신의 안전과 복지를 지키는 법률을 침해하도록 허락해야 하는가. 전지구 차원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광범위한 노력보다 북미자유협정(NAFTA)과 같은 지역 경제 블록을 선행해야 하는가.

  이같은 의문은 경제학자뿐 아니라 외교관의 생각 속에서도 가장 우선적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환경 정상회담이후의 세계 여전히 환경에 대한 관심보다 급속한 경제 성장이 우선시 되는 상황에 있다. 긴축재정은 생태환경에 대한 투자와 관심을 포기하도록 유혹한다. 이것은 손쉽지만 극히 위험한 길이다. 오늘날의 환경 문제는 곧 내일의 다툼과 군사적 대치상황으로 연결될 수 있다.

 

환경 지켜나갈 국제 지도체제 필요

  따라서 환경 정책까지 독자적인 방향으로만 나아가서는 안된다. 과학자나 정치가들도 이 지구가 '무한 성장하는 경제'라는 가정을 지탱할 수 없다는 데에 동의한다. 그러나 환경 문제를 이끌어나갈 국제적 주도권은 아직 형성되어 있지 못하다. 

  클린턴 행정부와 미의회는 환경 분야에서 미국이 다시 세계적 지도력을 발휘하게 하려 한다. 오늘날과 같은 혼란스러운 시대에 급한 일은 군대를 파견하는 것이나 경제 성장을 돕기 위한 풍족한 원조가 아니다. 어떠한 실용주의적 외교 정책이나 경제 정책도 제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생태학적 요소를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이해하는 일이 먼저 필요하다.

  하이커우는 낙관적인 분위기에 들떠 있다. 이 항구 도시나 그 밖의 비슷한 도시를 통해 또 수십억의 사람들이 범지구적 생산·소비 체제로 편입될 것이다. 국제 사회에 환경을 보살피고 지켜나갈 지도체제가 없다면 하이커우는 성공의 상징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사태에 대한끔찍한 경고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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